“한강 위의 궁전” 경쟁…재건축 수주전, 펜트하우스 전쟁으로 번졌다
압구정·신반포 정비사업 수주 경쟁, 600㎡·3층 높이 ‘슈퍼 펜트하우스’까지 등장
건설사들, 희소성·고분양가로 조합 수익 극대화 전략 내세워
그러나 청담르엘 3차 유찰…“팔려야 수익” 양날의 검 우려도
입력 2026-05-19 07:43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 경쟁이 ‘펜트하우스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압구정·신반포 등 핵심 정비사업지를 둘러싸고 건설사들이 앞다퉈 초대형·초고가 펜트하우스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한강 조망이라는 입지적 강점에 극도의 희소성을 더해 조합원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그 선봉에는 DL이앤씨가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압구정 5구역 홍보관 ‘아크로 압구정’ 설명회에서 국내 공동주택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600㎡짜리 펜트하우스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단지 중앙에 들어설 106동 최상층에는 600㎡와 410㎡ 두 가구가 배치된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1000억 원대를 거론하지만, 우리는 1500억 원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반분양 물량 29가구 전부를 펜트하우스로 구성하겠다는 파격 제안도 함께 내놨다.
현대건설은 이달 초 압구정 3구역에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한발 앞서 나갔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청사진의 핵심은 65층 최상층 2가구를 일반 층 3개 높이에 달하는 ‘트리플렉스’ 슈퍼 펜트하우스로 설계하는 것이다. 천장 높이가 최고 10m를 넘어서는 구조다. 약 3934가구인 현재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5175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인데, 슈퍼 펜트하우스는 전체의 0.04%에 불과해 희소성이 극대화된다.
신반포 19·25차 수주전에 뛰어든 포스코이앤씨도 기술력으로 맞불을 놨다.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펜트하우스 13가구를 제안하면서, 7.65m에 달하는 층고로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한강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플로팅 인피니티 풀’을 설계에 담았다. 차량에 탑승한 채 최상층까지 올라가 주차를 마치는 ‘스카이개러지’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 구역에서는 삼성물산과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펜트하우스가 재건축 수주전의 핵심 무기로 부상한 배경은 분명하다. 고가 분양을 통해 조합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크로 리버파크 234㎡ 펜트하우스는 지난해 8월 180억 원에 손바뀜하면서, 같은 시기 84㎡ 거래가 45억 원 대비 3.3㎡당 40% 이상 높은 값을 기록했다. 이런 프리미엄 효과에 힘입어 펜트하우스 전략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 정비사업지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청담르엘은 178억~226억 원대 펜트하우스 4가구를 놓고 이달 19일까지 입찰을 진행 중이지만, 이미 세 차례 유찰된 상태다. 압구정 2·4구역에서는 조합원이 각각 300㎡, 290㎡ 펜트하우스를 선택할 경우 분담금이 최소 15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돼, 조합원들조차 선택을 꺼리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을 펜트하우스로 비싸게 팔아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논리도 결국 팔렸을 때의 이야기”라며 “조합 입장에서 펜트하우스가 능사는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주전을 달구는 화려한 청사진 뒤에 미분양이라는 현실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2,054개
-
375개
-
177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