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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왔다가 묵념하는 아이들...美에선 참전용사 추모가 일상[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메모리얼데이 앞두고 기념비 새 단장

동네 곳곳에 참전용사 추모 시설 있어

퇴역군인 자동차 기부 등 모금도 활발

수정 2026-05-19 05:33

입력 2026-05-19 05:27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공원 센트럴파크에서 참전용사 기념 조형물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공원 센트럴파크에서 참전용사 기념 조형물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내가 비행 중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찬란한 낮이든 칠흑 같은 밤이든

내게 동정 말고 슬픔을 털어버려라

또 같은 선택을 하리라 확신하기에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을 운명 아닌가

내 몸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비상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조종사의 인상』 - 개리 클로드 스토커

(이하 원문)

Should my end come while I am in flight

Whether brightest day or darkest night

Spare me no pity and shrug off the pain

Secure in the knowledge that I’d do it again

For each of us is created to die

And within me I know

I was born to fly

『Impressions of a Pilot』 - Gary Claude Stoker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공원 센트럴파크에서는 인부 3명이 조형물들을 새단장하고 있었다.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를 열흘 앞두고 기념비 음각 글씨가 잘 보이도록 흰색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이었다. 기념물 주변으로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등 각 군을 상징하는 깃발이, 중앙에는 성조기와 캘리포니아 주기가 걸려 있었다.

개리 클로드 스토커의 시 ‘조종사의 인상’이 새겨진 비석 앞에 꽃이 놓여져 있다. 김창영 특파원
개리 클로드 스토커의 시 ‘조종사의 인상’이 새겨진 비석 앞에 꽃이 놓여져 있다. 김창영 특파원

조형물 옆에는 개리 클로드 스토커의 시 ‘조종사의 인상’ 문구가 적힌 작은 비석이 있다. 이곳이 고향인 에릭 클레이튼 케스터슨 준위를 기리는 비석이다. 공수사단 헬리콥터 조종사로 복무 중이던 그는 이라크 전쟁 초기인 2003년 11월 15일 모술에서 작전 수행 중 순직했다. 헬리콥터 비행 작전으로 사망한 그를 위해 지역 사회에서 기부금으로 비석을 세웠고, 비석 전면에 케스터슨 준위의 사진과 조종사를 기리는 시를 새겼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하굣길에 공원 놀이터로 향하다가 걸음을 멈춰 비석을 읽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한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이글공원에서 킥보드와 자전거를 탄 어린이들이 참전용사 기념비를 바라보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1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이글공원에서 킥보드와 자전거를 탄 어린이들이 참전용사 기념비를 바라보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미국에서는 워싱턴DC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처럼 넓고 거대한 상징물도 있지만 동네마다 군인들을 기리는 공원이나 기념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샌프란시스코·산호세·마운틴뷰·쿠퍼티노·밀피타스·로스 가토스·하프문베이·포스터시티·캠벨·프리몬트 등 샌프란시스코 만 주변 지역에서 기념공원·기념비·추모게시판이 곳곳에 있다.

이 상징물들의 공통점은 집 앞 공원이나 놀이터처럼 평소에도 자주 드나드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에서도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인 공원 안에 참전용사 추모비와 조형물이 있다. 쿠퍼티노 참전용사 조형물은 두 군인이 등을 맞대고 경계 근무를 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들은 쿠퍼티노 출신인 매튜 액셀슨과 제임스 수다. 두 사람은 해군 특수부대원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중 전사했다.

기념적인 장소만큼이나 참전용사를 기리는 지역 단체도 많다.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북부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로 꼽히는 산호세에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재단이 있다. 산호세 다운타운에 위치한 컨플루언스 포인트 공원에 2013년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산호세 출신 군인(Sons of San Jose) 142명을 기리는 기념비가 설치됐다. 이 재단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한다. 기부하면 공원 보도블록에 기부자 이름이 새겨지고, 기부금은 기념비 관리 및 유지 보수에 쓰인다.

참전용사 가족을 위해 차를 기부하라는 내용의 전단지. 김창영 특파원
참전용사 가족을 위해 차를 기부하라는 내용의 전단지. 김창영 특파원

메모리얼데이가 다가오는 만큼 기부금 모금 활동이 더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전쟁에 나갔다가 장애를 얻은 퇴역군인 지원 단체인 ‘참전용사를 위한 차량(vehicles for veterans)’은 1960만 명의 퇴역 군인들에게 차를 기증한다. 1억 9000만 달러(2850억 원) 어치의 차량이 이 단체에 기부됐다. 전화로 기부 의사를 밝히면 단체에서 차를 가져가 참전용사 가족에게 전달한다. 낡거나 고장난 자동차까지 기부할 수 있다. 자동차 외에 보트·오토바이·트레일러도 된다. 기부 시 100%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폐차 비용과 부담도 없다.

각 가정에는 참전용사나 퇴역 부상 군인 가족들을 위해 자동차를 기부하라는 광고 전단지들도 전달되고 있다. 베트남 참전용사 가족에게 기증 차를 전달하는 단체(VVA) 등이 있다. 이 단체의 창립 이념에서 기부 활동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다시는 한 세대의 군인들이 다른 세대를 버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Never again will one generation of Veterans abandon an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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