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허브법은 실종, 북극항로는 급부상…“선거용 장밋빛 정책” 논란
북극항로 시범운항, 팬스타 단독 신청
대형 선사 불참…MSC·머스크도 외면
“현실성보다 선거 표심 겨냥” 비판 나와
업계, 정치 메시지 앞선 정책에 의구심
입력 2026-05-19 11:26
정부가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부산 지역에서는 “선거용 장밋빛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야가 수년간 추진해온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린 반면 북극항로 이슈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부상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19일 해운업계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의 예비 선사로 팬스타라인닷컴이 단독 신청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은 부산 기반 해운기업인 팬스타그룹 계열사다.
문제는 정부가 예산 지원과 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했음에도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사실상 모두 참여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HMM과 팬오션 등 대형 선사들은 공모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러시아 제재 리스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겨울철 운항 제한, 낮은 경제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도 북극항로에 대한 신중론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는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북극항로 이용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이 외면하는 사업을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띄우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나온다. 특히 북극항로 이슈가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부산 최대 현안으로 꼽혀온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논의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당초 부산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특별법 통과를 핵심 지역 현안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가 ‘북극항로 시대’를 전면에 부각하면서 정치권 관심 역시 급격히 이동하는 분위기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등 야권 인사들조차 북극항로 정책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정가에서는 북극항로 정책이 단순 해양 전략을 넘어 선거 국면에서 부산 표심을 겨냥한 ‘대형 개발 프레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내달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경제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부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자체의 전략적 가치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북극항로가 아시아~유럽 간 운송 시간을 단축할 가능성은 있지만, 국제 정세와 기후 조건, 보험·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상업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형 선사들이 리스크 대비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빠진 상황 자체가 시장의 냉정한 판단”이라며 “실질적 경쟁력 확보보다 정치적 메시지 효과가 앞선 정책 추진이라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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