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재정악화 우려에…美 국채선물 1시간새 22.6조 매도 폭탄
30년물 국채 금리 19년만에 최고
英·獨 등 글로벌 채권시장도 요동
펀드매니저 60% “30년물 연내 6%”
수정 2026-05-20 17:48
입력 2026-05-20 17:39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오르자 한 시간 만에 23조 원 규모의 국채 선물 매도가 쏟아졌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과 미 재정 악화 우려가 투매를 촉발하며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모습이다.
19일(현지 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8bp(bp=0.01%포인트) 오른 5.18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5.20%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10년물 금리 역시 장중 4.69%까지 오르며 2025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인 만큼 금리 상승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는 의미다.
미국의 금리 급등은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6%에 근접했고 독일 30년물 국채금리(3.69%) 역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채 시장이 요동치는 배경에는 이란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채권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 고정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은 물가가 오를 경우 실질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매력은 떨어진다.
갈수록 불어나는 미국 부채도 불안을 키운다. 미 정부 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폭증하고 미국 재정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 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선물 시장에서 이례적인 대량 매도가 벌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약 1시간 동안 10년물 국채 선물 13만 6500계약과 5년물 국채 선물 8만 3000계약이 10건의 블록딜(기관 간 대량 직거래)로 거래됐다. 현물 환산 150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시장 움직임의 배경에는 채권 자경단이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 자경단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재정 통화정책에 반발해 국채를 투매하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윌 맥고프 프라임캐피털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 자경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약 60%는 향후 1년 안에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6%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공 행진하는 금리는 실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국채금리 급등이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의 조달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소비와 투자 여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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