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삼성전기, 美 빅테크서 AI칩 부품 1.6조 잭팟…신사업 ‘날개’

■실리콘 커패시터 첫 대량 공급

고성능 CPU·GPU에 필수 제품

2028년말까지 2년간 납품 계약

장덕현 “AI 솔루션 종합 공급자”

MLCC·FC-BGA 등 라인업 갖춰

엔비디아용 AI 기판도 2분기 양산

동남아 공장 늘려 생산능력 강화

수정 2026-05-20 23:46

입력 2026-05-20 17:46

지면 11면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009150)가 미국 빅테크에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 ‘실리콘 커패시터’를 처음으로 대량 공급한다. 전 세계 AI 칩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빅테크 협력과 인프라 확장을 통해 실리콘 커패시터부터 기판까지 아우르는 핵심 부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AI 칩을 개발하는 미국 빅테크와 1조 557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삼성전기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2년 동안 고객사가 개발하는 차세대 AI 칩에 들어갈 실리콘 커패시터를 납품할 계획이다.

삼성전기가 2024년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실리콘 커패시터를 AI 시대 핵심 신사업으로 낙점한 이래 대형 수주 성과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이를 활용해 전 세계 다양한 AI 개발 수요를 공략,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AI 시대의 핵심 부품 종합 솔루션 공급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향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전기회로에서 필요에 따라 전기를 모으거나 방출하는 부품인 커패시터(축전기)의 일종이다.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AI 칩의 내부에 탑재돼 전력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AI 칩의 연산량 급증으로 전력 소모량도 비례해 늘면서 커패시터도 고성능이 필요해졌다. 기존 커패시터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해 성능을 한층 높인 커패시터가 실리콘 커패시터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삼성전기의 기존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보다 전기저항이 100배 이상 낮아 전력손실을 최소화하고 얇게 만들 수 있어 점점 크기가 작아지는 최첨단 칩에 장착하기 적합하다. 무라타·비쉐이·스카이웍스 등 해외 업체가 약 4조 원 규모의 초기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삼성전기가 본격적인 추격전에 나서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해 “1~2년 내 (실리콘 커패시터로) 1000억 원 이상의 의미 있는 매출을 내겠다”고 자신했다.

이미 MLCC도 AI 칩 부품으로 각광받는 만큼 고성능 버전인 실리콘 커패시터도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MLCC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기 ‘컴포넌트’ 제품 가동률은 올해 1분기 95%로 거의 풀가동을 유지했다. 1분기 컴포넌트 사업 매출은 1조 40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필리핀 제2공장 착공에 이어 제3공장 신설도 추진하며 MLCC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로써 AI 기판부터 고성능 커패시터를 아우르는 AI 칩 부품 공급망을 갖추게 됐다. AI 기판으로 불리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는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성능과 집적도, 열관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또 다른 AI 칩 핵심 부품이다. 이 역시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전기가 빅테크 수주와 공장 증설에 적극 나서며 따라잡고 있다.

회사는 대표적으로 올 2분기 엔비디아의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에 들어갈 FC-BGA를 양산한다. 브로드컴과 구글·아마존·애플 등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칩(ASIC)을 개발하는 빅테크들도 고객사로 거느렸다. 삼성전기는 이에 최근 베트남에서 12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생산 시설 투자 계획을 정하며 공급 부족에도 대비하고 있다. 2021년 8억 5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로 지은 FC-BGA 공장에 이어 베트남에서만 총 3조 원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됐다.

장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의 요구 수준이 현재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더 많다”며 “FC-BGA는 삼성전기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광고삭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