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사당 미제 500건…지청장까지 사건에 투입
■한계 다다른 검찰 인력난
‘파산지청’ 언급 대전지검 천안지청
간부급들이 직접 수사에 뛰어들어
저연차는 1분기 840건 배당받기도
사건처리 지연 현실화…기소 16%↓
수정 2026-05-20 23:49
입력 2026-05-20 17:52
검찰 내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일선 지청장까지 미제 사건 처리에 투입되고 있다. 특검 파견과 휴직·사직 증가로 사건 적체가 심각해지자 통상 사건 결재와 지휘를 맡는 간부급 검사들까지 직접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는 이정배 지청장이 직접 미제 사건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부장검사 이상 간부급 검사는 통상 일선 검사들의 사건을 결재하고 수사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청장이 직접 사건 처리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검찰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천안지청은 안미현 부부장검사가 올 3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력난에 따른 수사 지연을 호소하며 ‘파산지청’이라고 지칭한 곳이다. 당시 안 검사는 “수사검사 1인당 미제가 500건을 넘었다”며 “수사가 이미 처리 범위를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천안지청 형사3부의 한 저연차 검사는 올해 1분기에만 840건을 배당받아 640건을 처리해 3월 대검찰청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단순 계산해도 하루 수십 건의 사건을 처리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 사건 수라면 정상적인 기록 검토와 충실한 수사 판단이 쉽지 않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지청의 인력 공백은 1년 새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원 35명 중 실제 발령 인원이 27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특검 파견과 휴직 등으로 10명이 빠지며 실근무자가 17명까지 줄었다. 여기에 3월 초임검사 2명이 사직하고 1명이 휴직하면서 근무 인원은 14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긴급 대응 차원에서 검사 3명을 추가 파견했지만 사건 적체가 워낙 심각해 지청장을 포함한 간부급 검사들까지 사건 처리에 투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지청장이 검찰 내부에서 공유되는 미제 사건 처리 실적 상위권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라며 “지청장이 직접 미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그만큼 일선 상황이 한계에 몰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력 공백은 특정 지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0개 차지청의 실제 근무 검사 수는 파견·휴직자를 제외하면 정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휴직한 검사는 57명으로 지난해 연간 휴직자 규모의 43%에 달한다. 인력난이 심각한 일부 지청에서는 부장검사들도 직접 사건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향후 인력 이탈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검사 출신 경력법관 지원자는 70~8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7명과 비교하면 10배 안팎으로 늘었고 지난해 48명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검사 인력 차출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특검법은 최대 30명의 검사 파견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사건 처리 지연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법원에 기소된 형사사건은 3만 95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만 7000건보다 16% 감소했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형사사건은 처리가 늦어질수록 증거 확보와 진술 신빙성 유지가 어려워진다. 피해자 보호와 권리 구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 검찰 간부는 “허리급 검사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그 업무가 저연차 검사들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과도한 업무 부담 때문에 초임이나 저연차 검사들이 다시 그만두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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