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만에…韓 유조선 호르무즈 통과
HMM 소속 ‘유니버설 위너호’
오만만 거쳐 내달 8일 울산 입항
발묶인 선박 25척도 협의 중
입력 2026-05-20 17:53
한국 국적의 유조선 한 척이 20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올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해협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 26척 중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귀국길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외교부와 해운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선사 HMM 소속의 초대형유조선(VLCC)인 ‘유니버설 위너호’는 현재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란 당국과 협의를 마쳤고 어제(19일)부터 항해를 시작해 매우 조심스럽게 해협을 통과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 당국은 이달 18일 우리 측에 유니버설 위너호의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이란의 입장을 선사에 전달했고 선사는 통항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카타르 인근 해역에 머물던 해당 선박은 전날 이란이 제시한 항로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으며 안전 지역인 오만만을 거쳐 다음 달 8일 울산 SK터미널(울산항)로 입항할 예정이다.
유니버설 위너호는 2019년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에서 건조한 30만 톤 규모의 유조선이다. 선박은 3월 쿠웨이트 미나알아흐마디항에서 원유를 선적해 국내로 귀환하려 했으나 전쟁으로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총 20명 이상이 탑승해 있는데 한국인 선원은 10명 이내로 알려졌다.
◇美와 사전조율 거쳐…조현 “통행료 지불 등 대가 없어”=선박이 무사히 입항할 경우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뚫고 국내로 귀환한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선박의 통과와 관련해 별도의 대가는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이란 등 유관국 조율하에 이동이 이뤄졌다”면서도 “별도의 비용 지불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도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달 초 HMM 소속의 화물선 ‘나무호’를 공격한 주체로 지목되는 이란이 한국 정부의 외교적 압박 등을 의식해 선박 통행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이란은 조 장관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해 나무호 피격과 관련한 입장을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선박 통행이 가능하다고 전해왔다.
다만 정부는 이번 일이 나무호 피격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외교장관 간 통화와 외교장관 특사 등을 통해 대이란 관계를 관리해온 대가로 한국 선박의 해협 통과가 결정됐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조 장관은 “정부는 처음부터 모든 선박이 자유로운 통행을 해야 한다고 했고 이런 것들은 통행료를 납부하거나 협상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직 해협에 갇힌 25척의 우리 선박도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이란 측과 협의 중이다. 통과 순서 결정과 관련해 한국인 선원 탑승 여부와 주요 화물 선적 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선박들에 자국 지정 항로를 이용할 것을 요구하는 만큼 일부 선사들은 안전 문제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정부 차원의 교섭은 미국이 제재를 부과하는 ‘이란과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이번에 해협을 통과하는 유니버설 위너호가 재제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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