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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사업부에 수억 성과급 고집…삼성 “경영원칙 깰 수 없다”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최후 쟁점 된 사업부별 배분율

‘70% 공통배분’ 땐 메모리 6.1억

파운드리는 적자에도 3.6억 받아

공통배분 60% 중재안 내놨지만

흑자-적자부서 성과급 격차 적어

사측 “성과있는 곳에 보상” 거부

수정 2026-05-21 00:45

입력 2026-05-20 17:55

지면 3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최종 결렬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노사는 이날 오후 4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최종 결렬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노사는 이날 오후 4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뉴스1

삼성전자(005930)가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이라는 벼랑 끝에 서게 된 배경에는 ‘적자 사업부 성과급 배분율’을 둘러싼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사후조정에서 양측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협상은 결렬됐고 노조는 당장 21일 총파업 강행을 선언한 상태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내일(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면서도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측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최후 담판에 다시 나섰지만 양측 갈등의 핵심은 매년 수조 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시스템LSI(설계) 등 비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보상 규모로 모인다. 업계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337조 5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 중 40조 5000억 원(12%)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데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재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두고 양측은 정면충돌했다.

당초 노조는 재원의 70%를 반도체(DS) 부문 전 직원에게 공통으로 나누고 나머지 30%만 각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공통 30%, 사업부 차등 70% 배분을 고수했다. 재계 등에 따르면 중노위는 노조 측 입장에 보다 가깝게 절충한 ‘공통 60%, 사업부 40%’ 수준의 조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배분 방식에서 한발 물러서며 조정안을 수용했으나 사측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이 조정안 수용을 유보한 결정적 이유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경영의 대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추정치를 바탕으로 노조 측 방안(공통 70%)을 적용하면 올 한 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사실상 100%를 차지하는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1인당 6억 1600만 원을,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3억 6300만 원을 받게 된다. 흑자 부서와 적자 부서 간 성과급 격차가 2억 5300만 원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회사 측 안(공통 30%)을 따를 경우 메모리는 7억 4600만 원, 시스템LSI·파운드리는 1억 5600만 원으로 성과에 따른 보상 간극이 뚜렷해진다.

사측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이는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자 사업부에 억대 성과급을 안겨줄 경우 타 부문과의 형평성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스마트폰과 TV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올해 4조~5조 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DX 부문은 연봉 1억 원 기준 최대 5000만 원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을 받는 데 그친다. 심지어 전년 대비 이익이 줄어 성과급 지급조차 불투명하다. 적자 사업부 직원이 최소 3억 6000만 원이 넘는 성과급을 챙길 때 흑자를 낸 사업부 직원은 그 7분의 1 수준만 받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노조의 주장이 성과급의 본질과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성과급은 철저히 성과와 연계돼야 하고 이익이 나지 않는 부서에 공통 배분 몫을 비정상적으로 늘리는 것은 성과급 개념 자체와 상충하는 무리한 주장”이라며 “원래대로라면 (적자 사업부의 공통 배분은) 0%가 돼야 맞지만 사측이 협상을 위해 양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 공동의 몫이라 할 수 있는 세전 영업이익을 제도적으로 일정 비율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노동 3권은 약자를 위한 것이지 자신들만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노조를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초기업노조가 교섭대표권 등 권한을 가진 ‘과반노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 사업부에 대한 억대 성과급 요구를 굽히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성과급 협상에서 비메모리사업부가 소외될 경우 최대 2만 명이 탈퇴할 수 있고 현재 7만 1000명 규모인 노조는 1만 명만 이탈해도 과반노조 지위를 잃게 된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로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이 예고된 20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 세워진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 동상에 비가 내리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로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이 예고된 20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 세워진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 동상에 비가 내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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