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물고기 잡았죠? 불법인데” 댓글 달리더니…경찰 연락까지 받은 ‘초미니 밥상’ 덕후

도다리쑥국·밀푀유나베까지…SNS 홀린 ‘초미니 요리’

“누가 그런 걸 보냐”던 남편, 이젠 메뉴 추천하는 조력자

미니어처 주방·식기 제작에 초기 비용 500만~550만원

“무료했던 일상 달라져”…56세 주부의 유쾌한 새 도전

수정 2026-05-21 09:27

입력 2026-05-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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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만든 미니어처 음식들. 은명주 씨 제공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만든 미니어처 음식들. 은명주 씨 제공

“음식으로 장난치면 엄마한테 혼나요.”

조그만 미니 부엌에서 칼질을 하고 찌개를 끓이는 그에게 누군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 돌아온 답변은 단 한마디. “내가 엄마예요.”

올해로 56세인 은명주 씨는 자타공인 N잡러다. 주부이면서 해외 50개국을 누빈 사진작가(사진집 2권 발간)이자 네이버 파워블로거 등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런 은 씨가 7개월 전 전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미니어처 요리의 세계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5만5000명, 유튜브 구독자 약 2만3000명을 거느린 어엿한 크리에이터가 됐다.

“누가 그런 걸 보냐”던 남편, 지금은 메뉴 링크 보내며 응원

처음 남편에게 미니어처 요리를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반응은 냉담했다. “누가 그런 걸 보냐, 요즘 대세인 AI 영상이나 해보라”는 만류였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콘텐츠마다 조회수가 폭발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남편은 이제 가장 든든한 조력자로서 메뉴 추천 링크를 보내며 은 씨를 응원한다.

은 씨의 가슴을 뛰게 한 건 유튜브 영상 하나였다. 손톱만 한 식재료로 진짜 요리를 완성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바로 미니어처 조리도구 쇼핑을 시작해 한 달 뒤 본격적으로 ‘미니가든쿠킹’ 이름의 SNS 채널을 열었다. 평소 작고 귀여운 것들을 유독 좋아하던 그에게 미니어처 요리는 취미이자 업이 됐다.

도다리쑥국·조랭이떡국·봄동비빔밥…재료는 옥상 텃밭에서

지금까지 만든 음식만 해도 도다리쑥국·동지팥죽·김치수육·조랭이떡국·가자미미역국·봄동비빔밥 등이다. 식재료는 일반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구해 작게 썰어 쓰기도 하지만, 일등 공신은 따로 있다. 3년 전 이사한 주택 옥상의 텃밭이다.

상추·깻잎·고추·가지·호박·부추·오이를 직접 키우고 친오빠의 주말농장에서는 무·감자·고구마·양파를 공수한다. 일반 재배와 다를 것 없이 키우되 아주 어린 잎이나 작은 열매 단계에서 수확해 쓰는 게 비결이다.

생선은 단골 생선가게에서 해결했다. 생선가게 주인도 미니어처 애호가라 아귀를 손질할 때 입과 뱃속에서 나오는 작고 싱싱한 생선들을 은 씨를 위해 따로 챙겨둔다. 그는 “미니어처라는 공통 관심사 덕에 대화가 잘 통하고 알아서 잘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홍어삼합·홍어무침·홍어전’을 미니어처 크기로 만들었다. 막걸리는 실제 막걸리를 미니어처 잔에 따라 연출했다. 은명주 씨 제공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홍어삼합·홍어무침·홍어전’을 미니어처 크기로 만들었다. 막걸리는 실제 막걸리를 미니어처 잔에 따라 연출했다. 은명주 씨 제공

이렇게 공들여 만든 음식은 말 그대로 한 입 컷이다. 촬영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직접 맛을 보는데, 가끔 점심시간과 겹칠 때는 미니어처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운다. 의외로 속이 든든하다는 게 그의 설명.

가장 어려웠던 메뉴는 꼴뚜기를 활용한 ‘오징어순대’였다. 작은 꼴뚜기 몸통 속에 속재료를 밀어 넣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찌기만 하면 툭툭 터져버려 3번이나 실패했다.

반면 가장 뿌듯했던 메뉴는 ‘밀푀유나베’, ‘도다리쑥국’, ‘홍어삼합’. 밀푀유나베는 딱 맞는 크기의 작은 깻잎이 자랄 때까지 옥상 텃밭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 완성했다. 도다리쑥국은 SNS에서 알고리즘을 타며 구독자를 대거 끌어모아 효자 메뉴가 됐다. 홍어삼합 역시 제작에만 3시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여 애착 가는 메뉴 중 하나가 됐다.

“어린 물고기 잡았죠?” 해경 신고당한 해프닝부터 ‘노안’ 고충까지

물론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워낙 작은 생선을 쓰다 보니 일부 시청자들이 어린 물고기를 포획하는 ‘금지체장 위반’으로 오해해 신고를 넣는 것이다. 수산자원관리법상 금지체장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만큼 시청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만든 미니어처 음식 ‘가자미 미역국’. 은명주 씨 제공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만든 미니어처 음식 ‘가자미 미역국’. 은명주 씨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가자미미역국’이다. 일반 가자미는 금지체장이 정해져 있지만, 은 씨가 요리에 사용한 생선은 해당 규정이 없는 길가자미다.

은 씨는 “해양수산부와 인천 해양경찰서 수사과에서 실제로 연락이 왔었다”며 “금지체장이 없는 어종으로만 요리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지만, 생선 요리를 올릴 때마다 논란이 되니 속상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후 그는 생선 요리를 만들기 전 해양수산부 담당자에게 사진을 보내 금지체장 대상 어종이 아님을 교차 검증한다. 오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나이에서 오는 신체적 한계도 있다. 50대 중반인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노안이 와서 돋보기를 쓰고 요리를 한다”며 “촬영을 오래 하고 나면 어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실내 촬영이긴 한데, 가끔 야외에서 쭈그리고 촬영하는 날엔 허리 통증이라는 직업병도 찾아온다”고 전했다.

초기 비용만 500만원…“작다고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재료가 작은 만큼 미니어처 요리는 재료비가 적게 들까.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식재료를 제외하고 미니 주방을 구축하는 데 든 초기 비용만 대략 500만~550만원. 기존에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보유하고 있던 고가의 카메라 장비와 5층 자택 게스트룸을 작업실로 활용해 공간·장비 비용을 아꼈음에도 이 정도다.

가장 큰 지출은 요리의 배경이 되는 ‘룸박스(집 모형)’다. 코엑스 인형 전시회에서 우연히 과거 같은 동네에 살았던 지인을 만났는데, 마침 부부가 미술을 전공한 인형 집 제작자였다. 은 씨는 이들에게 의뢰해 고퀄리티 세트를 제작했다.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요리한 미니어처 음식들을 진열하는 미니어처 부엌. 은명주 씨 제공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요리한 미니어처 음식들을 진열하는 미니어처 부엌. 은명주 씨 제공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지금까지 수집한 미니어처 조리도구들. 은명주 씨 제공
SNS 채널 ‘미니가든쿠킹’을 운영 중인 은명주(56) 씨가 지금까지 수집한 미니어처 조리도구들. 은명주 씨 제공

그다음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은 식기류다. 실제로 불 위에 올릴 수 있는 가열용 미니 냄비와 주전자는 일반 조리도구와 가격이 비슷하다. 은 씨는 마음에 드는 미니 도자기 그릇을 구하기 위해 직접 이천 도자기 마을까지 찾아갔다.

은 씨는 “작다고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미니어처 주방 칼이나 수저세트는 대장간에 특별 주문 제작을 맡겼는데, 오히려 일반 크기 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쌌다”는 것.

믹서기나 가스레인지처럼 전기로 작동하는 미니어처 도구들은 주로 해외직구로 구입했다. 건전지나 전기로 실제 작동하는 엄연한 조리도구들이다.

생리대 광고는 거절…앞으로 만들고픈 요리는 ‘단종의 밥상’

채널이 성장하면서 최근엔 광고 제안도 제법 들어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뜻밖에도 여성용품(생리대) 브랜드의 제안이었다. “미니어처 요리와 연계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정중히 거절했는데, 제안이 재밌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은 씨는 말했다. 미니어처 요리 특성상 연출에 한계가 있어 대부분의 광고 제안은 정중히 거절하는 편이다.

악플도 가끔 달린다. “왜 이런 짓을 하냐”는 댓글도, “음식으로 장난치면 엄마한테 혼나요”라는 댓글도 있다. 하지만 은 씨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가 엄마예요”라고 유쾌하게 받아친다.

그는 “오늘 촬영이 끝나면 바로 ‘다음엔 뭘 만들까’ 고민부터 시작한다”며 “미니어처 요리 덕분에 무료했던 일상이 매일 즐겁고 활력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스틸컷. 단종(박지훈 분·왼쪽)을 감시하는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 사진 제공=쇼박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스틸컷. 단종(박지훈 분·왼쪽)을 감시하는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 사진 제공=쇼박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메뉴도 이미 정해져 있다. 구독자가 요청한 4인 한정식 세트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이 먹었던 음식이다. 영화 속 단종은 유배지에서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나물 ‘어수리’로 만든 죽에 영월 동강의 특산물 다슬기로 끓인 국을 먹었다. 은 씨는 “제대로 준비해서 언젠간 꼭 완성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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