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갈 리 없는 물가, ‘통화 피벗’ 기미 보인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23>
4월 연준 “근원 물가도 2% 넘어...긴축 유지”
“인플레 지속시 금리 올려야...관세율도 변수”
고용·소비·투자는 견조...“美 원유 생산 많아”
사모대출, 시스템 위험 아니지만 확산은 경계
마지막 인상은 2023년...워시 지표 변경 주목
수정 2026-05-22 03:52
입력 2026-05-21 09:14
중동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유가·물가 상승폭 확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구성원 대다수가 때아닌 금리 인상 전환 가능성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연내 한두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올초 월가의 예상이 정반대로 뒤집히는 셈이다. 더욱이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조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연준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 있어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여력은 점점 더 줄어드는 분위기다. 관건은 케빈 워시 연준 차기 의장의 리더십이다. 이례적으로 오는 2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재 아래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임하는 워시 차기 의장이 정권의 금리 인하 압박에 얼마나 독립적인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올해 미국 금융시장의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워시 차기 의장이 임명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당히 타협할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연준 4월 의사록 “2% 넘은 근원 물가 주목...관세율 상승 여부도 변수”
연준은 지난달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20일 공개하고 “위원들이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상승했고 연준의 장기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연준에 따르면 위원들은 특히 근원 인플레이션까지 2% 위로 올라온 점에 주목했다. 여러 위원들은 근원 상품 가격의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이는 부분적으로 관세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체 물가 지표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수치다.
실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4월보다 3.8%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2월의 2.4%, 3월의 3.3%와 비교해도 오름폭이 더 커졌다. 근원 CPI도 전년 대비 2.8%, 전월 대비 0.4% 올라 3월의 2.6%, 0.3%보다 더 높아졌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대비 6.0%, 전월 대비 1.4% 급등해 각각 2022년 3월과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근원 PPI는 3월보다 1.0%, 전년 대비 5.2% 솟구쳤다. 지난달 수입 물가도 3월보다 1.9% 올라 2022년 3월(2.9%)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위원들은 연료비 상승이 운송비와 항공권 가격을 포함한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여러 위원들은 중동 갈등과 관련된 공급망 차질로 인해 비료와 기타 비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짚었다. 또 일부 위원들은 메모리반도체 등 최근 정보기술(IT) 부문의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기여했다고 봤다. 대다수 위원들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 지표들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단기 기대치 수치는 올랐다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여러 위원들은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지출에 따른 비용 압박이 다른 산업의 투입 비용까지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위원들은 대체로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관세의 영향은 연말로 갈수록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일부 인사들은 관세율이 혹시 더 인상되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20일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한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자 같은 달 24일부터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를 각국에 매기고 있다. 이 관세는 7월 24일까지만 유효한 한시적 정책으로 7월 이후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근거한 국가별 새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USTR은 3월 11일부터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 16개 경제 주체를 상대로 ‘미국에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동’이 없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여러 위원들은 그러면서 AI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하락에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했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주거 서비스 가격의 지속적인 둔화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했다.
“노동시장, 소비지출, 투자는 견조...美 원유 생산 많아 성장 영향은 적지만, 고물가는 지속”
연준에 따르면 거의 모든 위원들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중동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갈등이 끝난 후에도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위원들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기초로 볼 때 공급망 차질, 높은 에너지 가격, 투입 비용 상승의 다른 물가 전이 등이 나타나며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절대 다수의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로 돌아오는 데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물가와 달리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위원들은 대체로 노동시장 여건이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실업률에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일자리 증가는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봤다. 대다수 위원들은 실업률, 해고, 고용, 경제활동인구 성장 등의 최근 지표들이 노동시장의 안정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여러 위원들은 최근의 낮은 고용 성장률이 최근의 완만한 경제활동 인구 증가세와 대략 일치하기에 이를 노동 시장의 취약성으로 반드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몇몇 위원들은 그럼에도 고용 성장이 일부 분야에만 집중된 점, 최근 몇 달간 설문조사상 구인 규모 지표가 감소한 점, 임금 상승률이 완만한 점 등을 들어 노동시장의 잠재적 취약 징후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여러 위원들은 기업들이 전반적인 경제 불확실성과 AI 기술 도입을 이유로 고용을 연기·축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위원들은 미국의 경제 활동 역시 대체로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는 편이라고 짚었다. 특히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고정 투자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고 소비자 지출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많은 위원들은 소비자 지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 자산과 재정 정책을 들었고, 일부 위원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 저소득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대체로 AI 관련 기업 고정 투자, 생산성 향상, 금융 여건 개선, 재정 정책, 규제 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속도도 견조하게 지탱될 것으로 봤다. 몇몇 위원들은 현재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국내 지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을 들며 최근 유가 상승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작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사모대출, 금융 전반 위험 아니지만 확산은 경계...“중동 분쟁으로 긴축 오래 유지”
여러 위원들은 금융 안정성에 대해서는 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이는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조정(폭락) 가능성을 키운다고 걱정했다. 일부 위원들은 최근 사모대출 펀드에서 나타난 투자자 자금 유출이 금융 시스템에 광범위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데이터가 제한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부 위원들은 이 부문의 손실이 다른 시장으로 전이돼 광범위한 신용 위축을 유발하거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경우 사모대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대체 자금 조달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거론했다.
몇몇 위원들은 미국 국채 시장에서 헤지펀드의 대규모 참여와 관련된 위험을 강조했다. 이들 기관이 레버리지(차입)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금융시장 혼란을 더 크게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9일에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약 1시간 동안 10년물 국채 선물 13만 6500계약과 5년물 국채 선물 8만 3000계약이 10건의 블록딜(기관 간 대량매매)로 거래됐다. 현물로 환산하면 150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많은 위원들이 최근 해킹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은 앤스로픽의 ‘미토스’ 등 AI의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사이버 보안 위험 대응의 중요성도 부각했다. 금융회사나 시장 인프라(기반시설)에 대한 적대적인 사이버 침입이 금융시스템을 실질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위원들은 물가 수준은 높고 다른 경제 지표들은 견조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0~3.7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에 따르면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점과 불확실한 중동 분쟁의 경제적 영향을 고려할 때 현재의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12명의 FOMC 위원 가운데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인 스티븐 마이런 이사 한 명뿐이었다. 마이런 이사는 연준 이사가 된 이후 지난달까지 6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 백악관 기조를 받들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연준이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릴 때는 매번 ‘빅컷(0.50%포인트 인하)’을 주장했고, 올 들어 세 번 연달아 금리를 동결할 때는 0.25%포인트 인하를 제안했다. 6연속 반대 의견은 연준 113년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1월 31일 임기가 끝나 임시직으로 머물던 마이런 이사는 워시 차기 의장의 의장직 인준안이 연방상원을 통과한 다음 날인 이달 14일 사임계를 제출했다.
대다수 위원 “인플레 2% 계속 웃돌면 금리 올려야”...워시, 22일 백악관 취임 뒤 지표 변경 주목
이번 의사록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위원들의 인식이었다. 연준에 따르면 여러 위원들은 디스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궤도에 올랐다는 명확한 징후가 있거나, 노동시장이 취약해졌다는 명확한 조짐이 나타나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왔다는 점이다. 연준에 따르면 대다수(a majority of participants)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를 지속적으로 웃돌 경우 일부 정책 강화(금리 인상)가 적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위원(many participants)들은 앞으로 위원회의 금리 결정 방향에 대해 ‘완화 편향(easing bias)’을 암시하는 성명서의 문구를 삭제하는 쪽을 선호했다. 앞서 지난달 FOMC 회의에서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등 3명이 동결 결정에만 찬성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는 성명 문구에는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들 3명은 모두 올해 FOMC 투표권자로 합류한 이들이다. 의사록 내용이 맞다면 반대 의견 수와 무관하게,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넘을 경우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실제로는 연준 내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지배적이었던 셈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 주기를 시작한 것은 2024년 9월 17~18일 FOMC 회의 때부터였다. 당시 연준은 미국 고용시장 둔화를 이유로 기존 5.25~5.50%였던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연준은 지난해 9~12월에도 세 번 연속 금리를 내리며 올해까지는 금리 인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연준이 만약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면 이는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려고 통화긴축 정책을 펼쳤던 2023년 7월 이후 3년 만이 된다.
대표적인 금리 인하론자인 마이런 이사는 연준을 나가고 백악관과 각을 세우는 제롬 파월 임시 의장은 이사로 남는 상황에서 워시 차기 의장의 어깨는 한층 더 무겁게 됐다. 해당 FOMC 회의는 지난 15일 의장직 임기를 마친 제롬 파월 임시 의장이 마지막으로 이끈 회의였다.
설상가상 워시 차기 의장은 2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식 취임하기로 예정됐다. 연준 수장이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것은 1987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이후 39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 연준 의장 취임식은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할 목적으로 연준 의장의 백악관 취임식을 주재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워시 차기 의장의 초기 행보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도 한층 커질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금리 경로와 관련해 워시 차기 의장은 지난달 21일 연방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아니라 ‘절사 평균(trimmed mean)’ 물가 지표로 경제 전반의 기저 인플레이션을 따지겠다고 예고했다. 워시 차기 의장이 거론한 절사 평균 물가 지표는 하위 24%와 상위 31% 부분을 제거한 나머지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PCE 지수인데, 이럴 경우 변동성이 큰 항목들이 대거 빠지게 돼 명목적인 물가 상승률 수준이 2% 초반까지 내려가게 된다. 워시 차기 의장은 또 연준이 통화정책 경로를 사전에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잡음만 낸다는 인식에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45.8%, 인상할 확률을 53.0%로 반영했다. 금리를 내릴 확률은 1.2%에 불과했다. 워시 차기 의장이 이끌 6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무려 97.3%에 달했다. 워시 차기 의장이 첫 회의부터 금리 동결 결과를 이끌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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