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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차기로 뒤통수 ‘퍽’...“8분간 사라졌다” CCTV 사각지대서 벌어진 악몽

부산 새벽 귀갓길 무차별 폭행 발생

성범죄 놓친 초동수사 논란 재점화

1심 12년 선고...항소심 20년 확정

보복 협박 발언에 추가 실형 선고

피해자 보호제도 여전히 부족 지적

입력 2026-05-22 00:00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장면. 연합뉴스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장면. 연합뉴스

2022년 5월 22일 오전 5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 공연을 보고 귀가하던 20대 여성 김모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뒤따라 들어온 30대 남성 이모 씨에게 갑작스레 뒤통수를 가격당했다. 이씨는 일면식도 없는 김씨를 길에서부터 뒤를 밟은 뒤 오피스텔 안으로 함께 들어갔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방비 상태였던 김씨를 등 뒤에서 공격했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이씨가 김씨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고 쓰러진 김씨를 상대로 무자비한 폭행을 이어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씨는 의식을 잃은 김씨를 어깨에 둘러업고 CCTV가 없는 비상구 쪽 공간으로 이동했다. 약 7~8분 동안 두 사람의 행적은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사건 직후 복도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현장을 지나던 주민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돼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전치 16주에 달하는 중상을 입었다. 머리를 가격당한 충격으로 사건 당시 일부 기억을 상실했으며 사건 이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초동수사 부실 논란과 피해자의 분투…결국 ‘징역 20년’ 확정

사건 초기 수사는 ‘살인미수’ 혐의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경찰과 검찰은 사건 당시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CCTV상 직접적인 성폭행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진 뒤 피해자 김씨의 의복 상태와 CCTV의 공백 시간, 범행 방식 등을 근거로 성범죄 가능성을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은 재판 과정에서 더욱 커졌다. 김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직접 공개하고 나섰다. 그는 “경찰이 사건 직후 속옷 DNA 채취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성범죄 정황에 대한 수사가 턱없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초동수사 당시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던 증거들은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 이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사망할 위험이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직접적인 성범죄 증거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판결 직후 범죄의 잔혹성에 비해 형량이 턱없이 낮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검찰은 추가 DNA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공소장을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폭력 목적의 범행이었음을 인정하고 이씨에게 1심보다 무거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대법원은 2023년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20년형을 최종 확정했다.

2023년 6월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피해자가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2023년 6월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피해자가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가해자 수감 중 ‘보복 협박’ 발언…징역 1년 추가 선고

형사재판이 확정된 이후에도 사건의 여파는 계속됐다. 이씨가 수감 중 동료 수감자들에게 김씨를 상대로 보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동료 수감자들은 법정에 출석해 관련 발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이씨는 2026년 2월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성범죄 정황 놓쳤다”…국가 배상 책임 인정

김씨는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성범죄 정황이 뚜렷했음에도 경찰과 검찰이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처리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사건 직후 피해자의 의복 보존이나 DNA 확보 등 핵심 증거 수집을 소홀히 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법원은 2026년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성폭력 범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초동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 국가가 김씨에게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은 사실상 확정됐다.

피해자 보호 강화했지만…배상·치료 절차는 여전히 과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여성 대상 강력범죄의 심각성을 비롯해 성범죄 초동수사의 한계, CCTV 사각지대의 위험성, 재범 관리 문제 등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특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귀갓길에서 발생한 무차별 범죄였다는 점에서 그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컸다.

사건 이후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정부는 범죄피해구조금 지원 확대와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스마일센터 운영 확대 등을 추진했고,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소송기록 열람 및 복사 권한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실제 배상금 집행부터 신변 보호, 심리 치료 지원에 이르는 절차가 여전히 복잡하고 문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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