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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부추기는 ‘사용자성’ 기준…노봉법 보완 서두르길

수정 2026-05-22 00:01

입력 2026-05-22 00:01

지면 31면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 등을 위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 등을 위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청 노조는 HD현대중공업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2017년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판결 뒤 금속노조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취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단체교섭 요구를 둘러싼 사건이어서 ‘노란봉투법’이 아닌 옛 노동조합법이 적용됐다. 예전 법을 적용해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한 원청이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앞으로도 원청의 ‘사용자’ 개념을 엄격히 적용할 뜻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단체교섭 거부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사용자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됐는데도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현행 노란봉투법은 국무총리까지 사용자 범위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용자 정의를 과도하게 확장하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해석이 달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현재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정하고 있지만 결국 법원이 최종 판단할 문제다. 이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노사 간 법적 분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 노조 사태의 후폭풍으로 원청에 대한 하청 업체의 성과급 요구가 SK하이닉스·현대차·HD현대중공업 등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법부터 시행한 당정의 책임이 크다. 이런데도 정부는 “법원의 판례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라”는 취지의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이제라도 사용자와 노동자의 범위, 교섭 절차와 쟁의 요건을 명확히 하는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늦어질수록 노사 갈등과 소송 등으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산업 현장이 타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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