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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막히자 두만강 열려는 중국... 동해로 다가오는 에너지 지정학

수정 2026-05-22 15:57

입력 2026-05-22 07:30

[3줄 요약]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커지자, 중국이 과거 수십 년 동안 시도했던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에 또 다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 북한과 3자 협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중국은 두만강을 교두보 삼아 수출과 물류 등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북극항로와 연계해 러시아 LNG 등 자원을 두만강 항만 등으로 확보해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복안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 ‘두만강 구상’에 실제 협력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20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중러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20개 분야에 대한 경제 협력을 비롯해 각종 협력을 다짐했는데, 이 가운데 시선을 잡아 끄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 문제에 대해 전방위 협력을 확대한다는 것인데요. 이 문제는 동북아 에너지 지정학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간 20개 분야 경제 협력에 대해 서명한 뒤 협약서를 들고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간 20개 분야 경제 협력에 대해 서명한 뒤 협약서를 들고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믈라카 딜레마’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두만강 일부 구간을 중국 화물선 통행에 개방하는 것을 추진해왔습니다. 중국은 남쪽으로는 남중국해부터 동쪽으로는 우리 서해에 이르는 약 1만 8000㎞ 길이의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극동 지역, 즉 우리 동해 쪽으로는 바다와 접하지 못하고 있죠. 19세기 말 중국이 제 2차 아편전쟁에서 패하면서 우수리강 동쪽 연해주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준 영향이라고 하네요. 중국 입장에서는 이로 인해 동해 진출이 막히면서 오늘날까지도 수출, 물류 측면에서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 입장에서 두만강이 더욱 중요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에너지 안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중국이 석탄은 물론 석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갖춘 에너지 생산국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굴뚝’ 답게 에너지 수입량도 엄청나게 많죠. 그런데 중국이 에너지를 수입해오는 해상로는 세계 4대 해상 병목에 포함되는 믈라카 해협, 호르무즈 해협,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를 모두 거칩니다. 중국은 전체 해상 물동량의 경우 70~80%, 에너지만 따지면 최대 90%가 4대 해상 병목 중 하나를 반드시 통과하게 돼 있다고 하네요. 이를 테면 중국 수입량 가운데 50%를 차지하는 중동산 에너지를 들여오려면 호르무즈와 믈라카 해협을 동시에 지나야 합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인근 믈라카 해협을 한 선박이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말레이시아 인근 믈라카 해협을 한 선박이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미국·이란 전쟁으로 거의 봉쇄된 상태죠. 이에 대해 미국은 해상 봉쇄라는 역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한 마디로 이중으로 막고 있는 형국이고요. 이게 뭘 의미할까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장악력을 높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전쟁 초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배경에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제기됐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믈라카를 영해로 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과 꾸준히 협력을 강화하며 믈라카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에너지 ‘초크 포인트’를 장악해가는 미국이 매우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죠.

두만강, 동북아의 작은 호르무즈 될까

중국이 두만강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통한 안보 강화 때문입니다. 두만강 출구와 동해 항만 연결망이 구축될 경우, 예를 들어 시베리아에서 북극항로를 거쳐 두만강 하구에 세워진 물동항을 통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중국 본토로 들여올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고요. 특히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를 겪으면서 에너지 수입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중국 입장에서 두만강을 새로운 에너지 동맥으로 눈 여겨 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죠. 중국이 러시아산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확보하면 미국은 피하지만 공급선이 고정된다는 단점 또한 존재하죠. 이에 비해 항구를 통하면 조달 경로는 더 유연해 집니다.

중국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는 러시아 이해 관계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라는 가스 최대 고객을 잃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러시아산 가스·석유 수입을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지정학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가스관 밸브를 움켜쥐고 유럽을 좌지우지한 러시아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건데요. <관련 연재기사: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었다… 위협 받는 에너지 안보> 러시아로서는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중국이라는 새로운 ‘큰 손’을 반드시 포섭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중러 정상회담장에서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천연가스·석탄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이런 모든 연료를 안정적으로 중단 없이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에 처한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고 있죠.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맞잡으며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맞잡으며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중러 에너지 동맹 시도가 순탄하기만 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그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시베리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을 잇는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에 대해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가스관이 총 최대 2800㎞에 이르는 엄청난 길이인 만큼 건설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고, 가스 공급을 좀 더 싸게 받으려는 중국과 더 비싸게 팔려는 러시아 간 협상 역시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큰 틀의 이해관계는 맞아도 세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고정된 수출을 원하는 러시아와, 공급 다변화를 위해 배를 통한 수입을 선호하는 중국의 입장 차이가 나타나는 대목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스가 아닌 석탄을 주요 안정화 전원으로 보다 선호한다는 측면 또한 있을 것 같네요. 정리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가스관 건설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중러 간 에너지 협력에 있어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관측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 가스에 종속됐던 유럽 사례 또한 주요 체크 사항 입니다.

북한의 선택도 주목

에너지 이외에 다른 측면에서도 장애물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러시아 또한 동해 진출을 통한 중국의 팽창을 마냥 반갑게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협조도 해야 하고, 경계 또한 해야 하겠죠. 북한의 선택도 주목됩니다. 북한은 항만이나 철도·도로 등을 여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중국에 어디까지 협조해야 할지가 관건이겠죠. 북한도 두만강 개방을 카드로 실리를 챙길 수 있지만, 동시에 자국 영토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과거 수십 년 동안 동해 진출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겠죠.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시작된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이제 에너지를 넘어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두만강을 새로운 북방 에너지 동맥으로 만들려 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북한 역시 협조와 경계를 동시에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능성과 장애물이 공존하는 만큼, 북중러가 이번에 두만강 문제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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