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게 정말 되네?” AI 썼더니...일반인이 소송에서 실제 변호사 꺾었다
입력 2026-05-22 01:02
인공지능(AI)이 초안 작성 같은 단순 업무를 흡수하면서 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진입 문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반인이 직접 만든 서면으로 법정에서 변호사를 이긴 사례까지 등장했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변호사 A씨를 선임했던 박 모씨는 의견서 작성 문제로 마찰을 빚다 계약을 해지했고, 이후 예상치 못한 소송전에 휘말렸다.
A씨가 속한 법무법인은 미지급 수임료 51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고, A 변호사 본인은 박씨의 항의 방식이 협박에 해당한다며 형사 고소했다. 박씨는 두 차례 변호사를 알아봤지만 모두 “같은 변호사를 상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수임을 거절했다.
스스로 대응에 나선 박씨가 꺼낸 카드는 AI였다. 고소장 분석, 법리 검토, 서면 작성을 AI에 맡겼고, 상대방 소장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맞춤형 대응 전략까지 받아냈다.
AI는 변호사 A씨가 작성한 의견서에서 녹취록의 날짜 오기재, 계약서의 날짜·서명 누락까지 짚어냈다. 결과는 박씨의 완승이었다. 경찰은 형사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처분했고, 민사소송에서도 박씨가 최종 승소했다.
이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판·검·변호사의 직무가 현재 AI 기술 수준에서 대체될 가능성은 79%로 분석됐다. 회계사는 81%, 의사·한의사는 99%로 더 높다.
텍스트 기반 지식 노동에 강한 생성형 AI 특성상, 판례 검색·서면 초안·계약서 분석처럼 표준화된 작업이 많은 전문직군이 가장 먼저 영향권에 들어선 셈이다.
채용 시장에는 이미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 변호사 채용 공고는 2021년 3895건에서 지난해 3167건으로 3년 새 18% 이상 줄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정식 자격 취득을 위한 실무수습처를 찾지 못한 인원은 2022년 14명에서 지난해 178명으로 12배가량 급증했다.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의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도 2019년 1100여명에서 올해 700여명 수준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판례 정리, 분개장 분석처럼 1~3년차가 맡던 반복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 지표에서도 신호는 뚜렷하다. 한국은행 ‘인공지능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가 공개된 2022년 이후 3년간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가 사라졌다.
변호사·회계사·세무사가 포함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달 13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000명 줄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안정적이라던 직군에서 두 달 연속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 안에서도 AI 도입에 적극적인 양상이다. 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 등 10대 로펌은 판례와 법률 문서를 자동 분석해 서면 초안을 만드는 AI를 실무에 투입하고 있고, 자체 시스템이 없는 중소 로펌은 엘박스 같은 외부 법률 AI 플랫폼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신입 변호사가 맡던 자료 조사·정리 영역이 사실상 AI 몫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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