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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환 “美 ‘벤치마킹 프로젝트’ 처럼…공약 성과 추적 필요”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 공항, F1경기장 등 비용 낭비 사례 수두룩

인풋 중심 공약 경쟁에서 성과 관리에 중점 둬야

노스캐롤라이나대, 매년 16개 市 성과 지표 공개

샬롯시 등 성과 검증·미흡시 이유 제시, 효과 높여

“공약 성과측정 시스템 구축…지방정부 경쟁 유도”

수정 2026-05-26 16:20

입력 2026-05-26 07:30

지면 31면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UNC 벤치마킹 프로젝트’처럼 우리나라도 후보들의 공약 성과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UNC 벤치마킹 프로젝트’처럼 우리나라도 후보들의 공약 성과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6·3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후보들이 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데, 시민단체·학회·대학·이해관계자 등 민간에서 나서 공약의 성과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16개 시는 대학에서 만든 ‘벤치마킹 프로젝트’를 채택해 안전 등 각 분야별 공약 성과를 상세히 내놓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인 그는 미국 뉴저지주립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일리노이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대 교학부총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평가 간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역 발전, 삶의 질, 문화생활, 행정 혁신 등 평가 분야가 많지만 우선 역대 선거에서 무분별한 개발 공약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례를 들어 성과 측정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지방의 한 공항에서는 한 때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거나 다리 이용객이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해 유지·보수에 애를 먹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 수준의 포뮬러1(F1) 경기장을 건설했으나 폐허처럼 방치하거나 경전철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민간 업자에게 거액을 보전해주고 있는 것도 낭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이렇게 엉망인 공약을 추진했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또 다른 개발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광역이든 기조 단위든 지방정부 수장들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이 정무적 판단에 기초해 이들의 공천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유권자도 공약의 지역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 가짜 공약(空約)을 걸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성과 관리 전문가답게 후보들의 인풋(투입) 중심 공약에 대해 아웃컴(결과)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들 중 야외 온천 플로팅 풀이나 방산단지 조성, 초대형 돔 공연장 설립 등 개발 공약이 무성하지만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 재원 조달 방안, 추진 체계 등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뭘 유치하겠다’, ‘공항·다리·노인시설을 짓겠다’ 등 말만 무성하고 돈은 많이 들이지만 성과는 잘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민간과 파트너십을 할 수 있는 추진 체계에 대한 준비를 잘 갖추고 있는지 여부도 핵심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 정책학회 차원의 ‘지방선거 공약평가 대토론회’ 배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 정책학회 차원의 ‘지방선거 공약평가 대토론회’ 배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결국 지방정부 수장들이 잘못하면 엄중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성과 지표를 만들어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방정부 수장들이 공약 이행 평가 결과를 주기별로 자체 공표하도록 하되 시민단체와 학회, 대학 등에서 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 전문가들이 공약 성과 측정 지표를 만들어 지방정부간 성과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행정대학원(UNC School of Government)은 주 내 16개 시와 합의한 성과 지표에 따라 인구 천 명당 쓰레기 양과 처리 비용 등 각 분야별로 지방정부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이 작업은 지방정부끼리 좋은 정책을 상호 참고하도록 ‘UNC 벤치마킹 프로젝트’로 명명됐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시의 경우 이 프로젝트 참여뿐 아니라 시민의 만족도·체감도를 반영한 자체 지표를 만들어 안전·교통·환경 등 분야별로 달성도를 상세히 내놓고 있다”며 “성과 지표가 미흡한 것은 그 이유를 자세히 다는데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끌어내 정책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롯시가 각 분야별 공약의 성과 지표를 공개한 모습. 샬롯시 홈페이지 캡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롯시가 각 분야별 공약의 성과 지표를 공개한 모습. 샬롯시 홈페이지 캡처

물론 국내 일부 지방정부에서도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정책 생산성 제고를 꾀하기도 했지만 지속되지 못 했다. 과거 서울시와 성북구에서 시민들이 범죄 발생 우려 현장이나 불법 주정차 많은 곳 등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앱에 올리면 지도에 표시되도록 했으나 흐지부지된 게 단적인 예다. 당시 한 미국 대학 교수가 한국에서 대학원생들과 수업시간에 ‘커뮤니티 앱’을 만들어 활성화를 시도하던 중 관에서 직접 앱을 만들어 운용하려 했던 게 패착이었다. 성북구와 충남 논산시에서 보건·복지·교육·문화·환경 등 주민 패널들을 운용해 그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도 했으나 역시 지속되지 못 했다. 그는 “금연구역 설정 시 공무원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을 염두에 두지만 주민들은 마을버스 정류장식으로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며 “지방정부는 민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을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방정부에서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한 의사 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숙의적 거버넌스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관이 아닌 시민 주도의 성과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정책의 생산성과 품질,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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