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 골프장에 K-팝 스타들이 뜨는 이유는?
‘그린콘서트’ 30일 파주 서원밸리GC서 열려
손태진·장민호·알리·딘딘·이예지 등 출연
무료 자선 공연에 재능기부…누적 관객 62만
정부도 관심갖는 시민축제·글로벌 쇼로 성장
입력 2026-05-26 15:43
지프차(사륜구동의 소형 자동차), 퐁퐁(주방 세제), 번개탄(착화탄)…. 원래 상표명인 고유명사지만 일반명사처럼 굳어진 단어들이다. 시중에 널리 퍼져 ‘원조’로서의 대우를 톡톡히 받고 있는 것이다. 골프계에서는 ‘그린콘서트’가 비슷한 사례다.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 골프장이 2000년 작은 음악회로 시작한 그린콘서트는 해마다 4만 명 이상이 찾는 대형 축제로 자리를 잡았고, 골프장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문화 이벤트를 통칭하는 말로 확대돼 사용된다.
26년 전 첫 그린콘서트 현장(당시엔 10월 14일에 열렸다)을 찾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박학기, 유익종, 강은철 등 3명의 가수가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던 공연이었다.
출발은 조촐했지만 성장세는 폭발적이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BTS), 슈퍼주니어, 비스트, 아이유, 걸스데이, 에이핑크, EXID, 마마무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무료 재능기부로 출연하면서 지난해까지 누적 관람객 수 62만 명을 기록했다. 골프장 문화 행사를 넘어 파주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시민 축제, 해외 관광객들도 찾는 글로벌 한류 콘서트가 됐다. 파주의 대형 아웃렛 매장에서 고객 증정용으로 입장권을 주최 측에 요구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그린콘서트의 인기와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올해 그린콘서트가 이번주 토요일인 30일에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열린다. 무료로 개방되며 오전 11시30분부터 입장할 수 있다.
골프장은 이날 하루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감성충전소가 된다. 벙커에서 씨름대회가 열리고 장타·어프로치·퍼팅 대회도 진행된다. 어린이들은 골프장 풍경을 그리는 사생대회에서 솜씨를 뽐내고 넓디넓은 잔디와 에어쿠션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밸리 코스 1번 홀에서 본격적인 콘서트의 막이 오른다. 출연진은 올해도 화려하다. 트로트 스타 손태진, 장민호, 최수호, 박군을 비롯해 슈퍼주니어-L.S.S.(이특·최시원·신동), 백지영, 이븐, 딘딘, 알리, 정동하, 허용별(허각·신용재·임한별), 이지훈, 이예지 등이 초여름 밤의 열기를 끌어올린다. 박학기, 이치현, R.ef, 노이즈, 김창열 등은 추억 여행으로 안내한다. 이 행사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방송인 박미선이 병을 극복하고 남편 이봉원과 함께 진행을 맡는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엄청난 출연진의 명단을 보면 ‘그린콘서트를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한 골프장에서 시작된 그린콘서트가 지금까지 이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서원밸리의 모기업인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의 결단과 골프장 회원들의 배려가 밑거름이 됐다. 행사 준비와 진행에 들어가는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5억 원 정도의 성수기 골프장 매출을 포기해야 한다. 최등규 회장의 지론은 “진정한 나눔은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자선이라는 취지에 공감해 전원 재능기부에 나서는 아티스트들 역시 성공의 주역들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들의 하루 출연료 합계만도 수억 원에 달한다. 골프장 회원과 기업 협찬, 직원들이 운영하는 자선 바자회 수익금 등 전액은 파주보육원과 사랑의휠체어보내기운동본부 등에 전달된다.
행사 유지가 쉽지만은 않다. 출연진을 섭외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주최 측의 하소연이다. 물론 대다수가 기꺼이 무대에 오르지만, 해외 투어 등으로 인해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K-팝 아티스트들을 재능기부라는 취지만으로 설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린콘서트는 이웃 나눔을 통한 골프 대중화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표창을 받았고, 성공 사례가 국무회의에서 거론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골프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나눔과 배려라는 골프의 정신과 문화를 골프스윙 없이도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 노릇을 하고 있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쇼 비즈니스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 문구는 어떤 일이 발생하든, 계획된 쇼가 무엇이든,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상연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그린콘서트는 지역 시민이, 해외 관람객이 기다리는 빅 쇼가 됐다. K-팝의 나라, K-골프의 나라에서 이 쇼만큼은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너무 재미있어 쉽게 중독되는 것이 골프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합니다. 치는 골프, 보는 골프와는 또 다른 ‘읽는 골프’의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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