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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핀셋 규제’가 적합... 주택거래 회복시켜야”

■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학계 이어 SH·GH 사장 역임, 이론과 실무 겸비

토허구역 등 주택시장 규제 합리적 조정 필요

보유세·거래세 ‘패키지딜’로 거래 활성화 가능

주택 공급 대책 세부 방안 나와야 시장이 신뢰

LH, 공공 임대 공급 집중해야...혁신 뒤따라야

그린벨트 해제·대규모 신도시 건설은 불필요

수정 2026-05-28 07:30

입력 2026-05-28 07:30

지면 31면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27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부동산 규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27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부동산 규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 강남에서도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와 1~2동 규모의 ‘나 홀로’ 단지 간에 집값 차이가 큽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는 지역 대표 단지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핀셋 방식’이 더 적합합니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부동산 규제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8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과 2022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역임한 도시계획·주택 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부동산 정책 수립에 참여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공공기관장 후보로 매번 거론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규제는 국민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측면이 있지만, 건설업 활성화와 이에 따른 고용 증대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양 측면을 고르게 보지 못했고 주택 거래를 막은 점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도권 주택 시장은 매매·전세·월세 모두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거래 회복과 세제 개편을 제안했다. 그는 “토허구역 등 규제 대상을 시세를 주도하는 주요 단지 위주로 재조정해야 한다”며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에 거래세를 낮추는 형태의 ‘패키지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유세만 올리면 집값이 비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은퇴자 등이 집을 팔지 못하고 세 부담만 커진다”며 “그들이 기존의 집을 팔고 보유세 부담이 낮은 수도권 외곽 등의 다른 집을 살 수 있게 해야 집값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정부의 ‘9·7 주택 공급 대책’은 대상지의 임대·분양 비율, 인허가 일정 등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조속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당시 5년간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공급 정책은 속도가 중요하고 시장에 믿음을 줘야 한다”며 “특별법 세부 내용이나 임대 비율 등 세세한 내용이 후속 조치로 안 나오다 보니 시장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해선 공공 임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대 후 분양 전환, 공공 택지의 민간 매각 수입으로 공공 임대 건설의 손실을 메우는 교차 보전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 임대 공급에 편승해 이익을 보게 되며 결국 고분양가로 이어지게 된다”며 “LH의 교차 보전 수익은 1년에 약 2조~3조 원 수준인데 그 정도 손실은 국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H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문제는 품질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공(LH) 아파트가 튼튼하게 짓는다는 이유로 민간 건설사 아파트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었다”며 “예전 LH 부설 연구소에서 새로운 평면을 개발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연구개발 노력이 안 보인다. LH가 혁신을 선보이면 주택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신도시 건설 등에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서울 일대의 그린벨트는 추가 해제해도 실익이 없다”며 “북쪽은 대부분 산이고 남쪽은 흩어져 있어 대규모 공급이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신도시에 대해서는 “과거 4~5인 가구에 적합한 모델로 도입됐기 때문에 1~2인 가구가 70% 이상인 현재와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신도시 개발 대신에 콤팩트시티(압축도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콤팩트시티는 도심 접근성이 우수한 입지를 중심으로 주거·업무·상업 등 기능을 갖추게 하고, 노후 청사 등 공공 부지를 이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김 교수는 “서울은 더 이상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할 토지를 찾기 어렵다”며 “공공청사, 빗물펌프장 등을 활용하는 콤팩트시티 형태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SH·GH에서 도입한 정책인 지분적립형 주택의 확대 필요성도 제안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청약 당첨 시 주택 전체 지분의 약 20% 수준의 분양가를 우선 부담하고 나머지는 20~30년에 걸쳐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청년·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의 내 집 마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김 교수는 “주택을 생애주기에 맞춰 공급하겠다는 의도였고 중앙정부에서도 의미를 인정해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한 입법화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도시계획·주택 정책 전문가로서 다양한 해법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20세기의 도시가 많은 측면에서 효과적이었지만 기후 변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낳고 있다”며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27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돌담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27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돌담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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