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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FOMO)’ 보다 더 두려운 것은

■박태준 서울경제TV 보도본부장

8000 코스피· ‘삼전닉스’ 투자 열풍

일부는 소외됨에 불안함과 조바심

신드롬 속에 마주한 진정한 두려움

어떤 스토리로 ‘나의 가치’ 지켜낼까

수정 2026-05-28 23:53

입력 2026-05-28 18:02

지면 30면

대한민국에 ‘블랙홀’이 등장했다. 모든 이들의 대화와 관심, 지갑까지 빨아들이는 중이다.

우리 동네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다음 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유세 차량의 개사곡과 구호만 요란할 뿐이다. 그래도 나는 서울시장 이하 여러 후보들 중 구의원으로 누구를 찍을지는 결정했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새벽마다 시작되는 그의 인사에는 분명 진정성이 있었다.

언제나 대한민국을 ‘붉은 악마’로 물들였던 월드컵 역시 10여 일 후인데 국대 축구 역시 사람들의 최근 대화 주제를 대체할 공산은 거의 없어 보인다. 2002년, 그해 6월에는 국민 모두가 히딩크 감독의 전략과 안정환 선수의 골 결정력에 대해 ‘논’하곤 했었는데.

2026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블록버스터급 관심사는 8000을 넘나들며 1만을 향해 전진하는 코스피와 ‘삼전·닉스’가 전부인 거 같다. 회사 근처 식당 테이블 위의 대화 주제를 장악한 것은 ‘삼전·닉스’로 얼마를 벌었느냐, 아니면 반도체 혹은 인공지능(AI), 아니면 로봇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는 종목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느냐로 모아진다.

필자가 경제 기자인 탓(?)에 질문도 심심치 않게 받는데 주로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겠냐”는 뒤늦은 후회와 조바심이 묻어나는 물음이다. 때로는 비교적 심층적인 질문들도 있다. “‘삼성·닉스 2배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전반이나 반도체 종목 주가 등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그에 따른 투자의 방향성” 등이다.

이쯤 되면 ‘삼전·닉스’나 그 주변부 종목의 주식이 전혀 없는 나는 ‘포모(fomo·소외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포모를 극복하려면 그런 종목들을 한 주씩이라도 사면 된다”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자신도 그 방법으로 ‘포모’를 다소나마 극복했다며.

그래서 자문해 본다. ‘불안하고 두려운가?’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올해 동계 올림픽에서 부상의 공포를 이겨내고 금메달을 딴 최가온 선수는 “나는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기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반대로 나는 ‘승부욕 없음이 두려움을 이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번의 경험 끝에 어느 정도의 시드머니로 어느 정도의 수익률에서 나의 투자 스토리가 종결될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드롬 같은 투자 열풍 속에 일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이야기 덕분에 진정한 두려움과 마주하고 말았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이런 섬뜩한 드라마 제목이라니.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것, 곧 쓸모없는 인간임이 확인될 때 어떤 두려움이 찾아올지 상상하기 힘들다. “잘나서 나를 증명할 수 없을 땐 망가져 나를 증명한다”며 내달리는 동만을 보면 처절함을 넘어 참을 수 없는 고통까지 느껴진다. 감정 워치에도 ‘알 수 없음’으로 표시되는 은아의 감정 상태를 그는 스스로 “자폭”이라고 표현한다.

일상에서 모두가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이유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기 위함이다. 그 존재감을 확인하지 못하면 늘 두렵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가끔은 폼도 나지만 대체로 꾸역꾸역 채워지는 평범해 보이나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야 한다.

앞으로도 수시로 찾아올 진정한 두려움을 이겨내려면 어린 시절 장래 희망처럼 가치 있게 사는 법을 품고 살아야 한다. 작가는 진만의 입을 빌려 “모든 스토리는 / 나는 존재한다는 아우성”이라고 했다. 나에게 어울리는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면 자신의 남은 가치도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작가 와카타게 치사코의 스토리를 전하며 두려움에서 벗어나 보자. 올해 72세인 그녀는 남편과 사별 후 55세부터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8년 동안 쓴 첫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로 2018년, 63세 나이에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작가는 최근 출간한 첫 에세이집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또 답을 찾아가며 조금씩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 글을 쓰면서 늙어가는 내 모습을 몽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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