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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넘어 미디어 생태계 개혁…李정부의 새 실험[송종호의 국정쏙쏙]

<109>이재명 정부 ‘언론정책’

과거정부와 다른 언론정책…‘소통·실용’ 방점

유튜브·AI 시대, 달라진 뉴스 소비 환경에 고심

이규연, 정책컨트롤타워 미디어발전위 출범 예고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출간 눈길…‘뉴스리터러시’ 강조

수정 2026-05-31 09:54

입력 2026-05-31 09:5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필리핀을 국빈 방문해 마닐라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대통령SNS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필리핀을 국빈 방문해 마닐라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대통령SNS

강도 높은 언론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뚜렷한 언론정책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사를 공유하며 시정·정정 조치를 요청하는 수준인데 요약컨데 ‘언론개혁’이라는 틀에 박힌 명분보다 ‘소통’과 ‘실용’적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과거와 다른 언론정책…‘소통·실용’

역대 정부의 언론개혁과는 다른 양상이 분명합니다. 과거에는 특정 신문 권력의 독과점 해소와 언론시장 구조 개선에 집중하기도 했고,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통해 방송시장 경쟁체제 확대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또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회복에 무게를 두는가 하면, 수신료 분리징수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해 방송개혁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정권마다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워 언론개혁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혁의 대상이 된 언론은 강하게 반발했고, 정권이 교체되면 상당수 정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언론개혁이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보다 정권과 언론의 힘겨루기로 귀결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11월 청와대 출입 기자(오른쪽)가 당시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11월 청와대 출입 기자(오른쪽)가 당시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무엇보다 최근들어 뉴스 소비 방식 자체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신문과 방송이 여론을 주도하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유튜브와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OTT, 인공지능(AI)이 정보 유통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특정 언론사나 방송사 대상의 언론개혁만으로는 정보 생태계 전체를 바꾸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입니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뉴스를 생산하고, 기존 언론의 기사가 숏폼 영상으로 재가공돼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미디어 뉴노멀’ 속에서 이재명 정부 역시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언론 정상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이규연 “미디어발전위 출범…성장동력 차원 저널리즘 논의”

그 출발점이 바로 미디어발전위원회입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나 개별 언론사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플랫폼과 OTT, AI, 콘텐츠 산업, 미디어 리터러시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보 생태계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언론개혁의 대상을 언론사에서 미디어 환경 전체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1주년 기자회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1주년 기자회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0곳의 언론사와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미디어발전위원회 출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미디어발전위원회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흩어진 미디어 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입니다.

미디어발전위원회는 각 부처로 나뉜 언론정책 칸막이를 허무는 한편 국가 전략화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언론정책이 규제와 관리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산업 경쟁력과 민주주의, 기술 혁신을 함께 고려하는 국가 전략 영역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취지입니다.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이는 논의의 장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수신료 분리징수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논란, TBS 재정 위기, YTN 민영화 갈등 등을 거치며 공영방송의 공공성 논쟁은 극단적인 대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디어발전위원회는 단순히 누가 사장이 되느냐를 넘어 어떤 저널리즘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공영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논의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언론개혁 모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플랫폼 시대…새로운 언론개혁 모델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저서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저서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최근 출간된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의 저서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은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는 하나의 참고서처럼 읽힙니다. 저자는 오보와 왜곡보도, 검찰발 받아쓰기 기사, 기사형 광고, 혐오를 부추기는 선정적 보도 등을 ‘나쁜 뉴스’로 규정합니다.

<한겨레>와 <민들레>에서 기자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참여정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등을 지내며 직접 언론정책을 다뤘던 김 전 이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언론 정상화와 미디어 개혁에 필요한 정책 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는 언론의 자정 능력과 저널리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뉴스 리터러시(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를 제시합니다. 좋은 뉴스를 선택하고 나쁜 뉴스를 걸러내는 시민의 역량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라는 것입니다.

‘뉴스 리터러시’…시민의 역량 높이기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문제의식이 최근 청와대가 보여주는 언론관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비판 언론에 대해 대놓고 출입을 통제하거나 대통령 순방시 배제하는 형태로 청와대와 언론이 갈등과 충돌의 양태를 띄었지만 현 정부에서는 비판 언론보다는 오보 대응에 보다 집중하는 형태입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SNS를 통해 공개 반박과 공개 평가를 병행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얼마전 경향신문의 ‘민간 배드뱅크’ 보도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해당 기사를 직접 SNS에 공유하며 “좋은 기사에 감사한다”고 밝혔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책을 검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를 한 기자들에게 대통령 명의 감사패까지 전달했습니다.

서울경제 ‘서울포럼 2026’서 “좋은 기획으로 국정방향 설정”

이규연 청와대 홍보수석이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6’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지능을 넘어, 산업의 새 엔진으로(New Core, New Industry)’를 주제로 제조·바이오·로보틱스 등 산업 전반에 진행 중인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한국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 전략 등을 모색한다. 조태형 기자
이규연 청와대 홍보수석이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6’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지능을 넘어, 산업의 새 엔진으로(New Core, New Industry)’를 주제로 제조·바이오·로보틱스 등 산업 전반에 진행 중인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한국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 전략 등을 모색한다. 조태형 기자

지난 2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 서울포럼 2026’에 이재명 대통령 축사를 대독한 이규연 수석도 “이재명 대통령께서 요즘 특히 자주 하시는 말씀이 ‘건건한 비판을 하는 언론’, ‘좋은 기획을 해서 국정의 방향을 설정해 주는 언론’에 감사하고 또 칭찬을 아끼지 말라 말씀하셨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됐다고 판단한 기사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정정이나 시정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청와대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 역시 SNS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 “정확한 보도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직접 밝히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물밑에서 언론과 거래를 한다거나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보다 검증 방식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식입니다.

이 수석도 최근 공동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게 서로 머리 아프지 않고 좋다. 정부도 정정당당하게, 언론도 정정당당하게 하는 길로 가는 게 좋지 않나”라고 밝혔습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힘 있는 언론의 비판 보도를 무마하려고 이권을 챙겨주는 과거 방식은 없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즉 언론 통제보다 공개적 소통, 언론정책도 소통과 실용을 두겠다는 식입니다.

정부가 지난 26일 공개한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국민이 만든 대전환의 길’. 자료=국무조정실
정부가 지난 26일 공개한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국민이 만든 대전환의 길’. 자료=국무조정실

“정부도 정정당당하게, 언론도 정정당당하게”

김성재 전 이사 역시 언론개혁을 언론사만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좋은 언론을 만드는 것은 제도의 몫이지만 좋은 뉴스를 선택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김 전 이사는 “미디어와 뉴스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뉴스 리터러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이 책이 시민들이 건강한 일상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미디어발전위원회가 출범하더라도 언론개혁은 제도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시민의 뉴스 소비 방식과 언론의 책임성, 플랫폼의 알고리즘,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뉴스 리터러시 역시 그 과정에서 중요한 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을 개혁하는 시대에서 미디어 생태계를 설계하는 시대로 ‘대전환’이 시작됐습니다. 과거 정부의 언론개혁이 신문과 방송 등 특정 매체를 대상으로 한 제도 개편에 집중한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가 시민의 뉴스 리터러시와 플랫폼 환경, AI와 알고리즘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춘 접근을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언론개혁을 넘어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혁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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