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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조기교육이 내 아이의 뇌에 미치는 영향

신간 ‘너무 빨리 배우는 아이들’

입력 2026-06-01 07:00

너무 빨리 배우는 아이들
너무 빨리 배우는 아이들

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레벨테스트를 뜻하는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과열된 조기교육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학부모들이 조기교육 레이스에 뛰어드는 것은 어릴 때부터 미리 영어 실력을 키워놓으면 학령기에 다른 과목에 더 시간을 쓸 수 있고, 향후 대학 입시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신간 ‘너무 빨리 배우는 아이들’에서 과도하게 이른 교육이 영유아기의 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고한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DNA에 입력된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달하게끔 설계됐다”며 설계된 순서와 맞지 않는 자극이 과도하게 영유아기의 뇌에 주어지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성인이 돼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아직 기저귀도 채 떼지 않았거나 우리말도 유창하지 않은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히고 공부시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뇌 발달 순서를 완전히 역행하는 자극이며, 이를 경험한 아이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조기 교육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 앞에 이렇게 반문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는 가르치면 재미있다고 좋아하는데요? 아이가 잘 따라오기만 하면 아무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이에 대해 저자는 아이가 순응하는 것을 즐겁게 학습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착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밀하게 깨닫고 표현하는 능력이 미숙하다. 이보다는 세상의 전부인 부모를 기쁘게 하려는 본능적인 인정 욕구가 강하며, 거부했을 때 사랑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근원적 두려움 때문에 진짜 마음을 숨긴 채 억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영유아기야말로 학습을 시작할 최적기라고 입을 모으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영유아기에 가장 많이 발달하는 곳은 ‘변연계’로 불리는 ‘정서의 뇌’다. 본능, 감정, 기억, 동기부여 등을 관장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영유아기 뇌에 필요한 자극은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우면서 얻는 인지적 자극이 아니라 부모와 교감하고 또래와 놀이를 하며 얻는 정서적 자극이다.

만약 정서의 뇌가 탄탄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향후 고차원적인 뇌 발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지, 학습, 정서, 사회성 등 뇌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너무 이른 학습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아이의 뇌를 생물학적으로 변형시킨다. 뇌가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 모드’로 전환되면서 높은 긴장과 불안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두통과 복통, 야뇨증 같은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도 ‘부모의 조급함은 어떻게 아이의 뇌를 망가뜨리는가’이다.

저자는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의 뇌가 스스로 기틀을 다지고 단단해질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변의 말이나 트렌드에 흔들리는 대신 아이 뇌의 타고난 발달단계를 믿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유년기의 정상적이며 정당한 발달 과정을 외면해온 부모들에게 뼈아픈 조언을 전한다. 1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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