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자의 감별법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전과자·거짓말 일삼으면 우선 배제하고
교육감은 교수 등 지명도 보다 공약 먼저
최선 어렵다면 최악 후보자부터 가려내야
수정 2026-06-02 05:00
입력 2026-06-02 05:00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내일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규정은 제헌 헌법에도 포함돼 있었지만 6·25 전쟁과 5·16 군사정변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에야 자치단체장을 직선으로 뽑는 등 지금의 제도로 정착됐다. 그 후 소신 있고 비전 있는 단체장을 뽑은 곳은 획일적인 중앙의 통제를 벗어나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문화적인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이러한 지방자치의 장점을 살리는 것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능한 후보자들이 나서야 하고 유권자들이 제대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유권자가 광역지자체장 및 기초지자체장, 광역 및 기초지방의회의원(지역구·비례대표), 그리고 교육감 등 7명의 후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복잡한 것이 문제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겹치는 곳에서는 무려 8명의 후보를 검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생업에 바쁜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시간을 내기 어렵다. 게다가 후보자의 경력과 공약 등을 알리는 선거공보물은 부실하기 일쑤이고, 후보자 간의 토론은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결국 대부분의 유권자는 아마도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 정도만 누구인지 알아보고 투표하고, 나머지는 그냥 정당을 보고 찍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후보자들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사일 경우가 많고, 정당 소속도 아니어서 그 성향도 모르는 채 유권자들은 깜깜이 속에서 투표하는 꼴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매년 집행하는 예산을 합하면 중앙정부 예산의 60%를 넘는다. 이처럼 국민들의 막대한 세금을 쓰는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뽑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 만일 현실적으로 지방선거 출마자 중에서 최선의 후보자를 가려내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나쁜 후보를 골라내는 최소한의 기준만이라도 만들어서 최악의 후보는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데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지 몰라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는 사기와 횡령 같은 범죄를 저지른 후보자는 되도록 배제한다. 이런 사람들은 공적인 예산을 집행하고 감시하는 데 사심(私心)이 작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예산 집행 과정은 상당히 엄격하지만 규모가 작고 대중의 관심이 덜 쏠리는 지방정부의 사업은 중앙정부의 경우보다 감시가 엉성한 편이다. 실제로 수의계약도 많고 지방의회 의원들의 영향력도 크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공직자와 주민의 21%가 지방의회 의원이 권한을 넘어 부당한 업무 처리를 요구하는 것을 봤다고 대답했다. 이는 다른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공직자와 민원인의 3%만이 부정부패를 목격했다고 한 것과 비교해 7배나 큰 비율이다.
둘째로 교육감 선거에서는 초중등 교육 현장의 이해와 관련 경험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대학교수의 사회적 활동이 초중등 교육 종사자보다 활발하기 때문에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학 교육과 교육청이 관장하는 초중등 교육의 현실은 많이 달라 대학교수가 교육계에 있었다고 해서 초중등 교육을 잘 알 것이라는 예단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사회적 지명도보다 구체적인 공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자주 말을 바꾸는 사람은 제외한다. 우리가 정치인에게 믿을 것은 오로지 그 사람의 약속밖에 없는데,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번 6·3 지방선거 후보자 총 7800여 명 중 전과자는 2748명으로 약 35%의 높은 비율이라고 한다. 음주운전·무면허 등 교통 범죄가 가장 많고 사기·횡령, 성범죄 등 다양한 전과가 포함돼 있다. 문제 있는 범죄자만 걸러내도 판단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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