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세 충족도 76.4% OECD 37개국 중 25위…세원도 법인세에 과도 의존
[재정학회 ‘세입기반 확충 정책과제’ 보고서]
특정 업종 경기가 국세 수입 흔들어
법인세 47% 급등 다음 해 22% 급락
소득·부가세율은 OECD 평균 밑돌아
조세충족 76%…재정 지속성 ‘빨간불’
“면세자 줄여 소득세 과세 기반 넓히고
부가세 인상도 중장기 검토 테이블에”
입력 2026-06-02 06:47
한국의 재정이 국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입 기반 자체가 경기 변동에 취약한 세목에 편중돼 있어 반도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재정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소득세 면세자 축소와 부가가치세 인상을 중장기 과제로 본격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한국재정학회가 감사원 산하 감사연구원에 제출한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한 주요 정책 과제와 감사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조세 충족도는 76.4%로 OECD 37개국 중 25위에 머물렀다. 정부 지출의 약 76%만 세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약 24%는 국채 발행 등 비조세 재원에 기대는 구조다. 나라 살림의 4분의 1가량은 빚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현재의 세입 구조가 이 간극을 좁히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 있다. 세수의 상당 부분이 경기 부침에 극도로 민감한 법인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법인세 수입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01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총국세 대비 비중은 24.4%에 이른다. 올해와 내년 반도체 초과세수가 예고된 점을 감안하면 이 비중이 30%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특정 업종 하나의 경기 흐름이 국세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수치다.
실제 법인세 변동성은 다른 세목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컸다. 2017~2024년 법인세 증감의 표준편차는 26.3%포인트로 소득세(10.1%포인트)와 부가세(9.0%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법인세는 2022년 한 해에만 47.2% 폭증했다가 2023년과 2024년 각각 22%대씩 급감했다. 반면 부가세는 같은 기간 최대 상승폭 14.6%, 최대 하락폭 9.6% 수준에 그쳤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세원 편중은 두드러진다. 2023년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한국이 14.4%로 OECD 평균(11.8%)과 G7 평균(9.0%)을 모두 넘어섰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 역시 3.6%로 OECD 평균(3.4%), G7 평균(2.4%)을 상회했다.
반면 세수 안정성을 뒷받침해야 할 소득세·소비세 기반은 주요국보다 협소했다. 총조세 대비 소득세 비중은 한국 19.8%로 OECD 평균(23.7%)에 못 미쳤고 부가세도 한국 15.3%로 OECD 평균(20.5%)을 밑돌았다. 취득세·상속증여세·재산세 등을 포괄하는 재산과세 비중은 한국 11.5%로 OECD 평균(5.1%)의 두 배를 웃돌았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개인 소득 포착이 쉽지 않아 소득세를 낮게 두는 대신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세입을 보완해왔지만 이제는 소득 파악이 정교해진 만큼 세원 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입 기반 확충의 첫 번째 과제로는 소득세 과세 대상 확대가 꼽힌다. 한국의 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은 45.0%로 OECD 평균(36.1%)보다 높지만 외벌이 2자녀·평균소득 100% 가구의 평균 실효세율은 5.2%에 불과해 OECD 평균(10.4%)의 절반 수준이다. 법정 최고세율이 이미 높은 만큼 세율 추가 인상보다는 실제 과세 소득 범위를 넓히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부가세도 중장기적 검토가 불가피하다. 1977년 도입 이후 10%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부가세 표준세율은 OECD 평균(19.2%)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KDI는 지난해 ‘인구 고령화 시대의 조세 구조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재정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법인세 부담 확대를 지양하고 소득세와 부가세의 세수 확보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가세 인상은 물가 자극과 역진성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면세 범위 재정비가 선행 과제로 거론된다. 고소득층에 수혜가 집중되거나 면세 근거가 희박해진 사교육, 금융·보험, 영리 목적 예술품 등이 우선 조정 대상으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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