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고 화가 김홍도, 당대에도 찬사 받았죠”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서화실 주제전 연계 강연
조선 문예 부흥기 이끈 대표작가
씨름 등 풍속화가로 유명하지만
우리가 아는 면모는 극히 일부분
단원풍속도첩·개인 소장품 등 공개
2028년 역대 최대 김홍도展 계획
수정 2026-06-02 23:42
입력 2026-06-02 18:04
“우리가 단원 김홍도를 ‘최고의 풍속화가’로 알고 있는데, 김홍도는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일 뿐만 아니라 단군 이래 최고의 화가입니다. 미인도, 신선도, 산수화, 화조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났으니 당대에도 이미 ‘이런 화가는 없었다’는 찬사를 받았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일 박물관 극장 용에서 서화실 주제전시 연계 특별 강연 ‘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씨름’ ‘서당’ 등의 풍속화로 유명한 ‘국민화가’ 김홍도지만 그의 다양한 재능과 폭넓은 예술세계 중 우리가 아는 면모는 “극히 일부분”이며 더 알아야 할 작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홍도의 작품이 지금도 새롭게 발굴되는 상황 역시 단원에 대해 모르는 영역이 많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사로 유명한 이당 김은호의 유족이 금강산 일대를 그린 산수화 10점을 김홍도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 유 관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홍도는 1788년에 정조의 어명으로 김응환과 함께 금강산과 관동팔경 일대를 유람하고 폭 20m의 ‘금강산도권’을 그렸다. “수백 점의 그림을 갖고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드로잉 성격의 초본 화첩이 다수 전하고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해동명산도첩’이 그 중 최고로 꼽힌다. 이에 대해 유 관장은 “당시 김홍도의 금강산 화첩이 40면 본, 70면 본 등 다양한데 지금도 전시 중인 우리 박물관은 낙질(화첩에서 떨어져 나온 그림들)로 32장을 갖고 있다”면서 “‘해동명산도첩’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홍도 풍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 그림은 제작 목적이 정조 임금께 바치는 것이라 자기 개성을 자제하고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섬세함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초본을 바탕으로 완성한 김홍도의 걸작은 지금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김홍도 이후로도 이런 금강산 산수화의 카피본(모사본) 혹은 그 작품에 근간을 둔 그림들이 시중에 많았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2023년 한국미술사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김홍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징각아집도’가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논문으로도 발표됐다.
유 관장은 김홍도를 조선의 문예 부흥기이자 르네상스로 볼 수 있는 영·정조 시대가 낳은 대표작가로 소개하며 “앞선 영조 시대에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를 비롯해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 능호관 이인상 등 문인화가들이 새로운 회화의 세계를 개척했고, 정조시대에 오면 도화서 화원인 직업 화가들이 단원 김홍도를 필두로 해원 신윤복, 이인문, 김득신 등이 회화를 꽃피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의 발전에서 선구적 지식인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면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테크노크라트’였기에 단원을 비롯한 화원화가들의 탁월한 기량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강연의 계기가 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의 주제전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단원풍속도첩’ 등 김홍도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개인 소장 명품을 빌려와 전시하는 ‘이 계절의 명화’로 51세 때 그린 ‘총석정도’, 60세 때의 작품인 ‘기로세련계도’(일명 ‘만월대계회도’)와 ‘노매도’가 특별전시 중이다.
유 관장은 이날 강연에서 김홍도의 40대 작품인 ‘단원도’가 사진으로만 전할 뿐 실물 소장처가 알려지지 않은 점을 짚으며 “소장자를 아시면 박물관으로 연락달라. 특별 전시로 관객들과 만나게 하고 싶다”라며 특유의 열린 소통력을 강조했다. 유 관장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2028년 대규모 김홍도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김홍도 전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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