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피하려고 오픈런 했죠” 아침부터 북적… ‘이색 투표소’들도 눈길 [르포]
사전투표와 달리 중장년층 대부분
“당 안보고 후보 공약으로 판단”
베이커리·선팅샵 등 이색 투표소
관리원 폭행한 60대 등 사건사고도
입력 2026-06-03 10:40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3일,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부터 전국 각지의 투표소들은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 투표소는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오픈런’을 하러 온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이번이 생애 첫 투표라는 만 18세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아침에 운동을 나가기 전 투표소를 방문한 30대 청년, 지팡이를 짚고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한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날 방문한 서울 강서구와 동작구, 영등포구의 투표소들은 이른 오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었다. 20대부터 40대 직장인들이 주를 이뤘던 사전투표 때와는 달리 본투표날 투표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체로 중장년층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60대 김 모 씨는 “예전에는 당을 보고 투표를 했었는데, 올해는 우편물로 배송된 선거공보물을 보고 당과 상관없이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을 건 후보를 선택했다”며 “그간 지역이 너무 발전이 없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딸과 함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투표소를 방문한 70대 정 모 씨는 “오후에 오면 더울 때 줄을 오래 서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일찍 나왔다”며 “노인과 관련한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내건 후보를 선택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색 투표소들도 눈에 띄었다. 차량 선팅샵에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 제2동 제2투표소는 줄이 길지는 않았지만 고령의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소로 바뀐 선팅샵이 신기한 듯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지만, 정작 거주민들은 익숙한 듯 내부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해당 투표소를 방문한 70대 서 모 씨는 “선팅샵이 투표소가 된지 꽤 오래돼 익숙하지만, 외부 사람들은 신기한 지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고령자들은 버스를 자주 타기 때문에 버스 노선을 다양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베이커리 ‘라라브레드’에 마련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제1투표소, 기아자동차 대공원 대리점에 설치된 광진구 능동 제 3투표소, 현대태권도 체육관이 변신한 화곡 제8동 제5투표소 등 이색 투표소들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양천구 신월동 동서유리 창고,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훈련장, 구로구 L컨벤션 VIP룸 등도 투표소로 운영된다.
일부 투표소는 한산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에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는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투표소를 방문한 한 시민은 투표용지 7장이 교육감, 광역시장 및 도지사, 구·시·군의 장 등 3장과 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등 4장으로 나누어 투표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처음 교부받은 세 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나가려다 선거관리원의 안내를 받고 다시 투표장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선거와 관련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 28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투표소에서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넣지 않고 나가던 60대 남성 1명이 제지를 당하자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워 경찰에 붙잡혔다. 오전 7시 40분께에는 서울 구로구의 한 투표소에서 장소를 잘못 찾아온 60대 남성 1명이 본투표소로 가라는 관계자의 안내를 받자 소란을 피우고 선거관리인의 팔을 폭행해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선거와 관련해 전국에서 총 8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투표방해 및 소란 14건 △교통불편 3건 △기타(오인 등) 71건이었다. 서울 관내에서는 총 33건의 112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본투표는 거주지 관할 지정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모바일신분증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애플리케이션에서 직접 실행을 해야 투표를 할 수 있다. 투표용지에는 한 번만 기표해야하며 정해진 기표용구만 사용해야 한다. ‘투표 인증샷’ 촬영은 가능하지만 투표소 내부에서의 촬영은 불가하며 투표지를 직접 촬영하는 것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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