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핑계’ 韓에 12.5% 관세…차·배터리 등 제외
■ 美 USTR, 새 관세체계 발동
강제노동 상품 유입 안 막을땐 부과
日·中·대만·호주 등 60개국 조사
품목관세 대상 수입품엔 적용 안돼
2.5% 최혜국 대우 가산여부 주목
靑 “美과 소통…이익균형 지킬 것”
입력 2026-06-03 20:04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앞세워 한국에 최대 1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2월 연방대법원 판결로 15%의 보편관세 부과가 어려워지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등 무역 불균형 문제를 조사해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2일(현지 시간) 미 CNBC방송에 출연해 “70개 넘는 나라의 특정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 중”이라며 “몇 주 안에 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USTR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별도 보도자료에서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 금지 조치를 도입하지 않은 60개 국가가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60개 국가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호주·인도·일본·대만·영국·베트남 등이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앞서 대법원 판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보편관세가 무산되자 이를 대신하기 위해 임시로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10%의 관세를 부과해둔 상태다. 다만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는 최대 150일까지만 부과할 수 있어 기한이 만료되는 7월 말께는 새로운 관세 체계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슈퍼 301조라고 불리는 무역법 301조다. 이번에는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차단 미흡’을 발동 근거로 삼고 있다. USTR은 60개국 중 대미 무역 흑자액이 과도한 16개국에 ‘과잉생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가 없는 나라로는 54개국이 지목됐다. 한국은 양쪽 모두에 해당된다.
USTR이 이번에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자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법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부과하겠다고 명시한 관세율은 최대 12.5%다. 미국은 이미 강제노동으로 만든 원재료·부품·섬유나 이를 바탕으로 만든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그런 상품의 자국 시장 내 유입을 충분히 막지 않으면 그 물건이 한국산 완제품의 공급망에 섞일 수 있다. 이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불공정한 경쟁을 만들기 때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USTR은 교역 상대국이 강제노동 상품 수입 금지 제도를 도입했거나 무역협정을 통해 도입하기로 약속한다면 추가 관세를 10%로 낮춰줄 예정이다.
슈퍼 301조에 근거해 새로 부과될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별도의 품목관세가 부과 중인 수입품에는 적용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미 품목관세 15%를 부과받고 있는 철강 및 자동차 업계는 301조에 의해 추가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을 우려했는데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USTR은 농축산물, 핵심 광물, 석유와 천연가스, 화학 및 배터리 원료 등 미국의 물가와 직결되거나 경제안보와 밀접한 품목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제안한 최대 관세율이 15%가 아니라 12.5%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IEEPA에 근거한 보편관세는 기존 관세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누리던 약 2.5% 내외의 관세 이익이 사라지는 방식이었다. 만약 슈퍼 301조에 근거한 보편관세가 미국의 최혜국대우관세(MFN) 2.5%에 슈퍼 301조 관세 12.5%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면 한미 FTA의 이익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행정명령이 나온 것이 아니어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며 “최대한 국익에 부합하도록 미국 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USTR은 이날 제안한 방침을 중심으로 7월까지 각국의 의견서를 받고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미국과 적극 소통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을 최대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그리어 대표는 제조업 강국에 관세를 부과해 무역균형을 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달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금융·개발 정책 매거진에 실린 기고문에서 “석탄도, 철광석도 없는 한국이 어떻게 철강 강국이 될 수 있었나”라며 한국 정부의 개입이 구조적 무역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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