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도 놀란 K반도체…韓 성장률 1.7→2.6% 최대폭 상향
반도체 수출·투자가 반등 주도
명목성장률 22년 만에 10%대 가능성
세계경제는 중동 리스크에 둔화
“유류세 인하·가격 규제 줄여야”
입력 2026-06-04 05: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9%포인트 끌어올렸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경제 전망은 낮췄지만 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주요 전망 대상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 올해 명목성장률도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OECD는 3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중간 전망 당시 1.7%에서 0.9%포인트 올린 수치다. 내년 성장률은 1.9%로 전망했다.
OECD는 3월 전망 때 한국 성장률을 2.1%에서 1.7%로 낮췄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공급 차질이 한국처럼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생산과 수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살아나면서 불과 석 달 만에 전망이 뒤집혔다.
OECD는 “첨단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력해 수출 확대가 성장과 민간투자를 견인하고 소비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부터 수출이 급증했고 특히 기술 수출 부문에서 가격과 물량이 모두 뚜렷하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도 제조업 경기의 버팀목으로 꼽혔다.
반면 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내놨다. OECD는 반도체와 조선업을 제외한 제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약하고 4월 소비자 신뢰도도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수출 주도 회복이 내수와 일반 제조업 경기로 번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경제 전망은 한국과 반대로 낮아졌다. 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내렸다. 중동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교역 차질이 세계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OECD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길어질 경우 일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생산 차질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올해 한국의 명목성장률은 10.4%로 추정됐다. OECD가 제시한 GDP 디플레이터 7.6%를 바탕으로 재정경제부가 역산한 수치다. 현실화하면 한국의 명목성장률은 2002년 11.0%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게 된다.
명목성장률 급등은 재정 지표에도 영향을 준다. 명목 GDP가 커지면 같은 규모의 나랏빚이라도 GDP 대비 부채비율은 낮아진다. 재정경제부는 OECD 전망을 토대로 올해 일반정부 부채비율을 48.2%, 내년은 50.2%로 낮춰 봤다. 다만 높은 명목성장률에도 내년 부채비율은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 전망은 소폭 개선됐다. OECD는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췄다. 내년에는 2.2%로 물가 안정 목표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봤다.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에너지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압력을 늦추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OECD는 가격 안정 대책이 장기화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은 에너지 가격 부담을 낮추지만 시장가격을 왜곡해 물가 정상화를 늦추고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OECD는 취약 가구와 기업에 대한 선별 지원을 우선하되 에너지 가격 지원과 가격 규제, 유류세 인하, 수출 통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내년에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2.5%로 낮추는 경로를 전제했다. OECD는 에너지 공급 충격 자체는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반응하기보다 물가 기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다만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묶어두려면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재정 운용에 대해서는 장기 지속가능성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OECD는 연간 예산을 장기 재정 경로에 맞추는 재정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경기조정 재정수지 한도와 독립 재정기구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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