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모십니다” AI 개발사가 직장인에 구애하는 이유[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오픈AI, 은행·증권사 직원 쓰는 코딩 도구 공개
코덱스 예상 밖 직장인 수요에 플러그인 내놔
오픈AI “코덱스 이용자 20%가 화이트칼라”
클로드 코워크·코드 앞세운 앤스로픽 추격 의지
스노플레이크, 에이전트 이름 ‘코덱스’로 바꿔
“더 스마트하게 일하는 개인 에이전트 강조”
입력 2026-06-04 06:05
올해 1월 12일 등장한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위력은 대단했다. 클로드 코워크는 사용자가 일상어로 명령하면 업무를 이행하는 인공지능(AI) 비서다. 클로드 코워크의 등장은 챗봇 위주였던 AI 시장을 행동하는 에이전트 중심으로 뒤바꾼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클로드 코워크가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던진 결정적인 계기는 앤스로픽이 1월 30일 클로드 코워크와 연계할 수 있는 11가지 자체 구축한 오픈소스(개방형) 플러그인(plugin) 도구를 공개한 것이었다. 11가지에는 재무·법률·마케팅·데이터분석·영업관리 등 화이트칼라 직군 업무들이 대거 포함됐다.
플러그인은 복잡한 코딩 작업 없이도 에이전트가 특정 영업 업무를 수행하도록 앤스로픽이 자체 구축한 도구다. 일반인도 앤스로픽이 표본으로 만들어놓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에이전트를 구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상세한 명령을 입력해야 했지만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클로드가 최적의 업무 처리 방법을 자동으로 파악해준다. 기업에서 법률·재무·마케팅 담당자들이 외부 용역을 쓰거나 구독형 전문 소프트웨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한 달에 몇 만 원만 지불하면 클로드 코워크로 전문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플러그인 공개는 주식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법률에서는 톰슨 로이터·리걸줌·CS 디스코, 재무·회계에서는 인튜이트·블랙라인, 영업·고객관리에서는 세일즈포스, 데이터 분석에서는 스노우플레이크·데이터독 주가가 급락했다. 법률·재무 등 전문 소프트웨어가 더 이상 특정 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클로드 코워크는 비전문가도 쉽게 코딩할 수 있는 에이전트(클로드 코드)와 함께 앤스로픽 기업가치(9650억 달러·약 1483조 원)가 오픈AI(8520억 달러)를 뛰어넘게 된 일등 공신이었다.
클로드 코워크 등장에 충격을 받은 오픈AI는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오픈AI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챗GPT를 앞세워 개인 AI 모델 시장을 장악했고, 기업 고객 확보 중심이었던 앤스로픽과의 경쟁에서 크게 앞서갔다. 하지만 클로드 코워크가 화이트칼라 수요 공략에 성공하며 전세가 역전되자 오픈AI도 코딩 에이전트인 코덱스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기업 고객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발 늦기는 했지만 오픈AI도 코덱스 효과를 보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2일(현지 시간) ‘지식 노동의 다음 시대(The Next Era of Knowledge Work)’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 핵심은 코덱스가 전문 개발자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내용이다. 코덱스가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일상적인 업무에서 쓰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오픈AI는 보고서에서 “코덱스는 일상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속도를 높이며 현대 지식 노동의 병목 현상을 없애는 데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AI 발표에 따르면 코덱스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서며 2월 앱 출시 이후 6배 이상 증가했다. 개발자가 주요 사용자이지만 지식노동자가 전체 사용자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고, 증가 속도는 개발자와 비교해 3배 이상 빠르다. 화이트칼라가 코덱스로 보고서·프레젠테이션·계약서 작성, 업무 자동화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오픈AI의 설명이다.
화이트칼라의 코덱스 이용에 고무된 오픈AI는 앤스로픽을 추격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크리에이티브 제작 △영업 △제품 디자인 △주식투자 △투자은행 등 코덱스 플러그인 6종을 2일 공개했다. 코딩 지식 없이도 기존 업무에 코덱스를 연동해 에이전트 구동이 가능해지도록 한 것이다. 은행·증권사에 다니거나 기업에서 영업·디자인·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모델이다.
코덱스 효과를 실감한 오픈AI는 몇 주 뒤 챗GPT에 코덱스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챗GPT와 함께 코덱스 주요 기능을 쓸 수 있을 전망이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와 클로드 코드가 기업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나가자 오픈AI가 챗GPT와 코덱스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하나의 앱으로 합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업체인 스노플레이크도 자체 AI 모델을 고도화하며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스노플레이크는 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노플레이크 서밋 26’을 통해 기존 스노플레이크 인텔리전스(개인 에이전트) 명칭을 ‘스노플레이크 코워크’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스노플레이크는 개발자 코딩 도구인 스노플레이크 코텍스 코드 이름도 ‘스노플레이크 코코’로 바꿨다. 사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코텍스 코드를 줄여 코코로 불렀다고 한다.
스노플레이크 코워크의 명칭은 공교롭게도 앤스로픽 클로드 코워크와 유사하다. 명칭이 바뀌면서 함께 일하는(Cowork) 비서라는 의미가 강조됐다. 스노플레이크 인텔리전스 이용자가 전 분기 대비 2배 급증할 정도로 수요가 커지자 화이트칼라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노플레이크는 “코워크는 AI 업무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와 부합하며 고객과 시장에서 입지를 더 명확하게 다질 수 있다”며 “새 이름은 더 스마트하게 일하는 개인 에이전트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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