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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투표소 멈추자 20년 전 ‘야인시대’까지 소환

입력 2026-06-04 17:30

드라마 ‘야인시대’ 121회 한 장면. 유튜브 ‘SBS 옛날 드라마 - 빽드’ 갈무리
드라마 ‘야인시대’ 121회 한 장면. 유튜브 ‘SBS 옛날 드라마 - 빽드’ 갈무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 절차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4일 과거 드라마 ‘야인시대’의 부정선거 모의 장면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전날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등 14개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조기에 소진되면서 투표 절차가 한때 중단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선관위는 부족분을 긴급 이송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던 유권자에 한해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임시 조치를 취했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전날 오후 9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밤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밤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다시 소환된 ‘야인시대’

이런 가운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2003년 9월 방영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 121회의 한 장면이 빠르게 공유됐다.

해당 장면은 정치깡패 임화수가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부하들과 표를 빼돌리기 위한 수법을 모의하는 대목이다.

극 중 한 부하는 “자유당은 총 투표수 중 4할을 사전투표하기로 했다”는 임화수의 말에 “그만큼 투표자들의 용지를 우리 쪽으로 빼내야 하는데, 국민이 용지를 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우려한다.

그러자 임화수는 “그 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 용지가 안 나왔으면 그냥 안 나왔나 보다 하겠지”라고 답한다.

극 중에서는 투표용지를 고의로 빼돌려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막는 설정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지난 3일 실제 투표 현장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다만 영상 속 ‘4할 사전투표’는 1960년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극화한 장면이다. 인쇄 물량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 이번 사태와는 사실관계가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과천=조태형 기자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과천=조태형 기자

여야 질타 속 李 대통령도 “매우 큰 유감”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선관위를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2026년 대한민국의 투표 현장에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께서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를 발생시킨 건 단순한 선거 준비 부족을 넘어 책무를 저버린 처참한 수준이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투표용지가 부족해 주권자의 참정권이 원천 차단당하는 사상 초유의 무능한 행정”이라며 “선관위는 단순 사과로 덮을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지위 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 과정에 조금의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관리의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기관은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서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국민의 참정권이 한 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사상 초유 투표용지 부족...실수인가 구조적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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