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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글씨는 뭘까…취향 따라 ‘골라보는 재미’

세계문자박물관 ‘글씨상점’ 특별전

추사 김정희 명필·‘미생’ 작가 작품

전통서예·현대 캘리그라피 등 다채

장바구니 들고 글씨 담는 체험도

수정 2026-06-04 21:57

입력 2026-06-04 18:01

지면 27면
추사 김정희의 ‘서간’, 1856년. 사진 제공=국립세계문자박물관
추사 김정희의 ‘서간’, 1856년. 사진 제공=국립세계문자박물관

추사 김정희의 명필에서 드라마 ‘미생’ 글씨작가의 작품까지 세대를 넘어선 ‘글씨 미학’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개관 3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획특별전 ‘글씨상점: 당신의 글씨, 당신의 취향’에서다.

이번 전시에는 글씨와 관련한 박물관 소장품 25건 40점과 다수의 현대 캘리그래피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 측은 “전시는 전통 서예와 현대 캘리그래피를 한자리에서 만나고,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글씨 취향을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특별전”이라고 소개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1층 전시실을 가득 채운 ‘글씨’들이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전시에는 한국 서예사의 대표 작가들과 현대 대중문화 속 글씨를 이끌어온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소개된다. 우선 전통 서예 작품으로는 한국 서예의 정수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의 진솔한 필치가 담긴 ‘김정희 서간’(1856)을 비롯해, 위창 오세창의 ‘전서 병풍’(1938), 한글 서예의 현대화를 이끈 평보 서희환의 ‘보람’(1988), 검여 유희강 ‘영수가복’ 등이 공개됐다.

평보 서희환의 ‘보람’, 1988년. 사진 제공=국립세계문자박물관
평보 서희환의 ‘보람’, 1988년. 사진 제공=국립세계문자박물관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글씨의 회화적 확장을 보여준다. 드라마 ‘미생’과 소주 브랜드 ‘화요’ 제호로 잘 알려진 강병인, 영화 ‘타짜’와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타이틀 작업을 한 이상현, 전각과 서예의 조형미를 선보이는 조용연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강병인은 전통 서예를 바탕으로 한글 캘리그래피를 대중문화와 일상으로 확장해 온 1세대 캘리그래피 작가이자 한글 서예가이다. 또 작가들이 창작에 사용한 실제 작업 도구와 정교한 한글 전각 작품을 함께 전시해 창작의 생생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글씨 취향을 쇼핑한다’는 이색 콘셉트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관람객은 입구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전시장에 입장한 뒤, 세 개의 전시 공간을 돌며 마음에 드는 글씨 카드를 담을 수 있다. 마지막 공간인 ‘계산대’에서는 카드를 스캔해 12가지 글씨 취향 유형 가운데 자신의 스타일을 확인하고, 그에 어울리는 전시 작품도 추천받을 수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개성편집숍: 태’에서는 드라마 포스터, 음반 표지, 브랜드 로고, 문자도 등을 통해 글씨의 디자인적 매력을 소개한다. 2부 ‘마음 선물가게: 결’에서는 글씨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교류하던 선조들의 문화를 조명한다. 마지막 3부 ‘주인의 작업실: 얼’에서는 실제 작업 도구와 연습 자료 등을 통해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창작 과정을 보여준다.

강병인의 ‘미생’, 이상현의 ‘해를 품은 달’ 등 드라마와 책, 앨범 표지. 사진 제공=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강병인의 ‘미생’, 이상현의 ‘해를 품은 달’ 등 드라마와 책, 앨범 표지. 사진 제공=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장 한편에는 이번 전시의 특별함을 더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상현·조용연 작가가 진행한 사전 클래스에 참여한 시민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글씨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누구나 즐기고 창작할 수 있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김명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예 등 전통 글씨체를 어렵게 느끼는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다가가기 위해 기획했다”며 “전통과 현대의 글씨 매력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인천=최수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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