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 위에서 시작되는 녹색 미래
정왕국 에스알 대표
수정 2026-06-04 23:39
입력 2026-06-04 18:10
지난 한 세기 철도는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며 대한민국 성장의 동맥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는 화물열차가 시멘트와 철강을 가득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달렸다. 철도는 국가기간산업을 뒷받침하는 물류 운송의 심장이었다. 1905년 경부선 최초 운행 당시 부산 초량~서울 영등포 간 30시간이 걸리던 완행열차가 오늘날 2시간대 고속열차로 진화했듯 대한민국은 눈부신 산업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환경오염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쌓였다. 기후변화를 마주한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철도 산업은 탄소 중립 시대 환경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운송 수단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널리 알려졌듯 철도는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운송수단 중 하나다. 운송에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철도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실을 수 있어 단위당 탄소 배출량이 낮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44.5㎞를 달리는 화물열차는 1량당 53톤을 적재할 수 있는 화차를 최대 34량까지 연결할 수 있다. 한 번 운행으로 약 1800톤의 화물을 동시에 운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5톤 화물차 360대가 줄줄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규모다.
화물차 수백 대가 도로에서 내뿜는 미세먼지를 떠올려보라. 교통 혼잡, 대기오염, 소음, 사고 등을 비용으로 환산한 것을 사회환경적 비용이라고 한다. 철도의 사회환경적 비용은 도로의 3분의 1 수준이다. 철도와 도로 수송의 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화물 100만 톤을 1㎞ 운송할 때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철도가 8톤인 반면 도로는 209톤에 달한다. 같은 화물을 같은 거리로 운송하더라도 도로는 철도보다 26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뜻이다.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96% 이상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철도 물류로의 전환은 단순히 수단 변경을 넘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전략자산을 확보하는 길이다.
에스알은 철도의 친환경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탄소 중립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K-RE100에 가입했다. 친환경 경영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전사적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에 경제 속도가 있듯 열차 운전에도 전력 소모를 절약할 수 있는 표준운전법이 있다. 에스알은 SRT에 경제적 표준운전법을 도입해 2년간 1만 178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같은 기간 동안 상수리나무 약 20만 그루가 흡수한 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또 철도역사에는 전기보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청정에너지 냉방 시설을 도입해 냉방 전력량 70%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리 철도 산업에는 여전히 노후화된 디젤기관차가 상당수 운행되고 있다. 철도가 더욱 완전한 녹색산업으로 거듭나려면 전기·수소 열차로의 전환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는 내구 연한이 도래한 노후 디젤기관차를 대체하기 위해 수소전기기관차의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친환경 동력기관차 운행을 확대하기 위한 전차선 개선 등의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철도 인프라 고도화는 곧 친환경 미래로 가는 지름길이다. 철도는 단순히 승객과 화물을 나르는 도구가 아니다. 탄소 중립으로 가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운송 수단이며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할 미래 성장 동력이다. 산업화를 뒷받침했던 철도가 이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길잡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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