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이지만 지구 중심으로 떨어져 살아남을 수 있는 지구상의 생명체는 존재치 않는다. 지구의 내핵 온도는 태양의 표면 온도와 유사한 5,000℃에 이른다. 누구든 근처라도 갔다가는 바싹 구워질 게 당연하다. 온도에 더해 압력도 엄청나다.
지표면의 300만 배에 달하는 압력 때문에 사람의 몸은 납작하게 찌그러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쁜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초고온 및 초고압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는 가정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지구 중심부의 흥미로운 물리적 특성, 즉 인력으로 인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인력은 물체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서 물체의 질량, 물체 간의 거리에 따라 힘의 크기가 결정된다.
질량이 크고 거리가 가까울수록 인력도 강해지는 것. 인간과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의 경우에도 질량이 큰 지구의 인력이 월등히 강하다. 우리가 지면에 붙어 걸어 다닐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지구 중심부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지구는 구(球) 모양을 하고 있어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인력이 작용한다. 미국 시카고 소재 애들러 천문대의 게자 기유크 박사의 설명이다.
"지구 중심부에 도착하면 전 방향에서 같은 크기의 인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마치 무중력 상태처럼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서울 한복판의 지면까지 이어진 사다리를 타고 한 계단씩 올라가려 한다면? 일단 설명의 정확성 부여를 위해 사실과는 다소 다르지만 지구의 밀도가 어느 곳이나 똑같다고 가정하자. 주지하다시피 정중앙에 위치해 있을 때는 그 사람의 머리와 다리에 작용하는 인력이 동일하다.
이제부터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보자. 처음 몇 계단 정도까지는 다리에 작용하는 인력도 0에 가까워 크게 달라질 바가 없다. 그러나 사다리 오르기를 계속할수록 머리 위의 지구 질량은 줄어들고 발밑의 지구 질량은 늘어난다. 사람을 지구 중심으로 당기는 힘이 강해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조금씩 자신의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면서 지상으로 올라와 서울시민들을 만나게 되면 평상시의 정상 체중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