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자책의 선구자 독서의 미래를 말하다

[IT 업계 앙팡테리블] ⑧ 배기식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 닷컴에선 이미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요원하게만 보였던 국내 전자책 시장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열풍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중심엔 배기식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이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자책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앱 중 하나가 '리디북스' 다. 리디북스는 일종의 전자책 서점이자 동시에 리더기인 앱이다. 무료 앱인 리디북스를 다운받으면 이를 통해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전용뷰어로 책을 읽을 수 있다. 비슷한 앱으로 애플의 '아이북스', 교보문고의 '교보 eBook', 예스24 의 'YES24전자책', KT의 'QOOK 북 카페' 등이 있다.

이 중 다운로드 수가 가장 높은 건 아이북스지만 아이북스에선 국내 책을 판매하지 않는다. 국내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전자책 앱 중다운로드 수가 가장 높은 건 리디북스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다운로드 수가 전자책 매출에 정비례하진 않는다. 앱은 다운받아도 책은 구매하지 않는 사용자가 80~90%에 이른다. 전자책 업체 모두 관련 매출을 공표하고 있지 않아 순서매김이 더욱 어렵다.

다만 어림짐작은 가능하다. 상위권 출판사에 문 의한 결과 리디북스를 통해 팔리는 전자책은 경쟁사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다는 답을 얻었다. 안드로이드 앱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생업체인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가 대형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의 창업자는 배기식(32) 사장이다. 2006년 서울대학 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배 사장은 같은 해 첫 직장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대표 중 한 명으로 뽑혀 입사선서를 할 정도로 사내에서 주목을 받던 배사장은 자신이 원했던 벤처투자팀에 배속됐다. 벤처투자팀이 신입사원을 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벤처투자팀에서 배 사장은 창업시스템, 펀딩, 기술동향, 신사업 준비방법 등을 배웠다. 배 사장은 주로 삼성벤처 아메리카라는 미국의 벤처캐피털 법인과 함께 일하며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에 관여했다. 당시 미국에선 스마트폰이 IT산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었다. 배 사장은 한국에서도 그 같은 이노베이션이 이어 질 것이라 판단했다.

배 사장은 입사 2년만인 2008년 삼성전자를 미련 없이 퇴사했다. 그리고 같은 해 3월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를 세웠다. 창업 모토는 '모바일 환경이 바뀐다' 였다. 스마트폰과 같은 새 디바이스가 나온다는 사실에 착안해 아이템 2~3개를 놓고 저울질을 했다. 배 사장은 특히 전자책에 주목했다. 미국에선 이미 2007년부터 전자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마존이 변화를 주도했고, 스마트폰 업계도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에도 들어올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국 시장은 전자책에도 스마트폰에도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에선 전자책이 안 된다는 게 정설이었다. 국내 최대 전자책 업체였던 북토피아가 힘없이 망한 까닭이다. 북토피아는 2000년 출판사 100여 개가 모여 만든 전자책 회사다. 주로 PC통신을 통해 콘텐츠를 판매하려 했지만 결국 B2C 시장을 만들지 못해 2008년 11월 파산하고 말았다. 배 사장은 북토피아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출판사 관계자를 만날 때마 다 리디북스는 전혀 다른 서비스라는 사실을 역설했다. 모바일 기기가 가진 가능성을 강조했다. 당시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아이폰을 들고 다니며 리디북스 베타 버전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때마침 언론에선 킨들과 아이폰 혁명을 연일 보도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2009년 하반기부터 전자 책 시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아이리버가 전용리더기를 출시하고, 교보문고와 예스 24, 인터파크 같은 온 middot; 오프라인 서점이 전자책 콘텐츠를 내놓았다.

출판사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달갑지 않았다. 전자책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다. 일단 종이책 매출이 정체상태였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서점과 미묘한 알력관계가 있었다. 익명을 요 구한 출판사 관계자의 말이다. "대부분 단행본 출판사는 유통사인 교보문고, 예스 24, 인터파크에 을의 관계로 종속돼 있어요. 전자책마저 이들에게 내주어선 안 된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죠. 새로운 유통채널이 등장해 균형을 맞춰주길 원했습니다."

배 사장은 이 같은 심리에 호소했다. "스마트폰과 리디북스로 책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 동참해달라" 고 설득했다. 출판사가 하나둘 배 사장과 손을 잡기 시작했고, 배 사장은 이들과 함께 2009년 11월 18일 리디북 앱을 론칭했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시기보다 2주나 빨랐다. 교보, 예스 24, 인터파크는 적어도 4~12개월 뒤에야 전용 앱을 선보일 수 있었다.

처음 몇 달은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상용화된 앱을 직접 보여주며 사업설명을 하니 출판사 측의 제휴를 따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보유한책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발 빠른 출발 덕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전자책 시장에서 선점효과는 상당히 크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고객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저는 전자책 서점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음원시장과 비슷하다.

과 거 LP나 CD 시절엔 고객충성도가 낮았다. 타워레코드에서 사건 신나라 레코드에서 사건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MP3로 넘어오면서 이용자들 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벅스 이용자가 멜론으로 넘어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존에 구입한 MP3 파일을 유통사가 통합관리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더하다. 업체별로 다른 포맷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나 기기로 넘어가면 그동안 쌓아둔 책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리디북스는 또 기본 기능에 충실해 유저들의 호감을 샀다. 페이지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기술이나 속도, 메모 기능 면에서 경쟁사를 앞질렀다. 무엇보다 버그나 에러가 적었다. 배 사장은 1년 전부터 꼼꼼히 준비한 데 비해 경쟁사는 아이폰이 도입된 이후에야 부랴부랴 전자책 서비스를 챙겼다. 대부분 전자책 콘텐츠는 기존의 PC나 전용리더기에 최적화되어 있 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그대로 스마트폰에 옮기다 보니 버그가 발생하거 나 콘텐츠가 호환되지 않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전자책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실제로 스마트폰 앱으로 읽을 수 있는 콘텐츠는 제한되어 있었다.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는 스마트폰만을 전문으로 했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배 사장은 2010년 9월 안드로이드용 리디북스를 출시하며 사업의 외연을 확장했다. 같은 해 11월 아이패드가 국내에 깔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탄력을 받았다.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 자체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유저가 책 1권을 구매하는 동안 태블릿PC 유저는 15권을 본다. 태블릿PC 유저가 늘어나는 수에 비례해 리디북스 유저수와 매출이 늘었다. 유저가 확대되면서 콘텐츠 확보 역시 수월해졌다.

리디북스와 제휴를 맺은 출판사는 현재 320~330개다.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를 내놓는 출판사와는 모두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초반에 겪었던 콘텐츠 열세도 어느 정도 극복했다. 총보유책 수는 3만 권 정도로 여전히 교보문고(8만 권), KT(4만권) 등에 밀리지만, 최근 2 년간 출간된 책은 대부분 확보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배 사장은 말한다. 아이패드가 도입된 이래 전용 리더기는 반대로 큰 타격을 입었다.

배 사장이 으뜸으로 내세우는 강점은 기술력이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 로 하고 있어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 원소스 멀티 디바이스가 가능한 것 역시 리디북스만이 가진 장점이다. 리디북스는 현재 아이폰과 아이패드, 갤럭시S와 갤럭시탭 등 대부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구현이 가 능하다. 아이폰에서 구매한 책을 갤럭시탭에서도 읽을 수 있다. 경쟁업체 서비스에도 일부 유사한 기능은 있지만 제한적이다.

배 사장은 말한다. "우리는 창업할 때부터 장기적으로 보고 근본 설계를 달리했어요. 리디북스는 책 제목뿐만 아니라 책 내용까지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했기 때문에 이 같은 차별적인 기능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월에는 이를 십분 활용한 새 기능을 선보인다. 소셜 기능이다. 새 버전에선 유저가 책에 남긴 메모나 밑줄 그은 문장을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친구와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를 접한 유저는 다시 리디북스에 들어와 책 내용의 일부를 읽을 수 있다.

책을 추천하는 시스템도 차별화한다. 과거 종이책 시장에선 '금주의 베스트셀러' 나 언론사 추천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부 온라인 서점에선 '이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구매한 책' 을 보여주며 또 다른 선택 메커니즘을 제공했다. 배 사장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책 제목뿐 아니라 내용 중 유저가 밑줄 그은 문장이나 메모 내용, 책에 자주 나오는 단어, 페이스북 친구가 읽은 책, 친구가 강조한 내용 등을 파악해 향후 유저가 관심을 가질 만한 도서를 추천한다. 책 제목만 보고 구입했다가 허탕칠 일이 줄어드는 셈이다. 아직 내부 테스트 단계지만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배 사장은 말한다. "전자책은 기술기반 사업입니다. 쇼핑몰이나 책장사의 연장으로 봐선 성공하기 어려워요. 우리는 앞으로 보여줄 서비스가 더 많습니다."

현재까지의 성과를 통해 배 사장은 업계에서 신뢰를 쌓고 있다. 국내 5위권 대형출판사인 위즈덤하우스의 정은선 멀티콘텐츠 사업부 본부장은 말한다. "리디북스는 업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전자책 서비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편의성이나 기술력에서 대형사보다 앞선 것으로 보입니다."

배 사장은 기술력이 뒷받침된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 들기 원한다.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부터 그랬다. 소셜커머스와 전자책을 놓고 저울질하던 배 사장은 고민 끝에 전자책을 선택했다. 전자책사업은 콘텐츠와 DB를 쌓아가는 일이다. 갈수록 자산이 커진다. 그러나 소셜커머스는 그때그때 거래를 따 와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속성이 약할 수 있다. 삼성 벤처투자팀에서 일한 경험이 이런 판단을 하는 데 일조했다.

당시 배 사장은 200여 개 벤처 회사 사업에 관여했지만, 이중 3년을 넘기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원했다. 구글이나 애플과 경쟁해도 흔들리지 않을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전자책을 선택했다. "책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저자 나 출판사와의 신뢰가 생명입니다. 애플이나 구 글이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국내 출판업계에 진입해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실제 구글이나 애플과 경쟁해서 살아 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2월 애플이 소니사의 전자책 앱 등록을 거부했다. 소니가 자체적으로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 데 따른 조치다. 애플은 정책적으로 자사의 구매 방식을 이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칙은 그동안 강제되지 않았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독자적인 결제시스템으로 콘텐츠를 판매 했고, 국내 전자책 업체도 모두 자체 결제시스템을 이용했다. 하지만 애플이 향후 제동을 걸고 나선다면 국내 전자책 업계는 또 다른 변수에 부딪히게 된다.

배 사장은 시장을 크게 보고 있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때까지 다양한 사업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배 사장은 말한다. "우리가 G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이유는 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간을 세이브하는 게 매력적이죠. 우리는 전자책이 이와 같다고 봅니다. 책을 사거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선별해 주는 게 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세이브해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결국 전자책으로 사람들이 넘어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완벽하게 구축하는 게 저의 꿈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용 단말기 무엇이 다를까?

국내에선 전용리더기가 아이패드에 카운터펀치를 먹였다. 교보, 인터파크, 이퍼브 등이 킨들과 같은 전용리더기 사업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재는 지지부진하다. 가격대비 효용이 미국에 비해 떨어지는 게 주된 이유다. 미국에선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의 40% 이하 수준이다. 200달러를 주고 전용 리더기를 구매할 만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러나 국내에선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 의 40~50% 정도다. 게다가 배타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어 한 단말기에서 다른 단말기로 넘어가면 이전에 구매한 책은 읽을 수 없다.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전자책을 구매하기도 번거로운 게 현실이다. 킨들처럼 직접 구매할 수가 없다. 대부분 PC로 구매해 단말기로 옮겨야 한다. 그만큼 편의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국내 전자책은 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중심으로 집결하는 추세다. 교보문고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사 전자책 매출 중 64.2%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발생했다. 1월 1일부터 25일까지 자사 전자책 매출을 분석한 결과다. 온라인서점을 통한 이용자는 28.4%, 기타는 7.4%로 나타났다. 이중 전자책 전용리더기로 직접 다운받은 경우는 0.4%였다. PC로 다운받아 전용리더기로 옮겨 읽는 경우는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많아도 35.8% 이하여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비해 적었다.

한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중에서는 특히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용자가 전자책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판전문 잡지 '출판저널' 이 2월호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책을 이용한 독자 100명 중 아이폰 사용자가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론 아이패드 20명, 갤럭시S 7명, 갤럭시탭 4명, 갤럭시 외 안드로이드 기기 2명,기타 4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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