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를 뜻하는 충돌 테스트용 더미(dummy)가 더 똑똑해졌다. 차세대 센서를 통해 초당 7만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 차량 안전에 기여한다.
미국 미시건주 밀포드 소재 GM의 의인화 실험장비(ATD) 연구소. 여기서는 오늘도 더미가 자동차의 안전도 향상을 위해 사고를 당하고 있다. 가슴에 심대한 충격을 받거나 온몸이 뒤틀리기도 하며 심지어 머리가 잘리는 경우도 있다.
지능형 에어백, 크럼플 존(Crumple Zone) 설계 등 많은 안전장치들이 이러한 더미의 희생으로 탄생했다. 현재 엔지니어들은 192개의 센서를 부착한 더미를 활용, 과거보다 더 정확히 인체 부상의 위험을 예측한다. 하지만 정확성 제고를 위한 더미의 발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신 더미는 데이터 수집 속도가 향상됐고 립아이(RibEye)라는 강철 흉곽을 통해 가슴 충격의 분석력도 크게 높아졌다. 주요 완성차 메이커에 더미를 공급하는 휴머네틱스 이노베이티브 솔루션의 마이클 자루체 부사장은 “더미에 내장기관까지 재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부 몸통
전방충돌 시에는 더미의 무릎이 대시보드와 충돌한다. 이 충격은 대퇴골을 거쳐 엉덩이와 골반으로 전달된다.
다리의 로드 센서, 척추의 로드 센서, 골반의 가속도계가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충격파에 의해 골반의 탈구 및 골절 위험이 있는지 파악된다.
다리
더미의 강철 골반과 정강이뼈에 장착된 선형 로드센서의 측정 데이터로 충돌 시 골절 및 무릎인대 파열 여부를 예측한다.
이 로드센서는 대퇴골과 정강이뼈에 가해지는 하중을 각각 최대 1,360㎏, 1,134㎏까지 측정한다. 이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을 능가하는 것이다.
블랙박스
일반적인 충돌실험은 150㎳만에 끝난다. 더미에 부착된 3대의 블랙박스는 이 시간 동안 한 대당 16GB에 달하는 정보를 저장한다.
이들은 더미의 센서들이 보내오는 데이터 포인트를 초당 7만개까지 기록할 수 있다.
가슴
충돌 후 앞으로 튕겨져 나가는 더미는 핸들, 안전벨트 등에 의해 흉부에 큰 압박을 받는다. 실제 상황에서 이런 충격은 늑골 골절 및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 가능성 분석을 위해 더미의 흉부인 립아이(RibEye)의 강철 늑골에는 3개의 광검출기가 부착돼 있으며 이들은 늑골 전체에 채용된 6~18개의 적색 LED 빛을 감지한다.
충돌 시 늑골 속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광검출기를 통해 LED 빛의 움직임을 ㎜ 단위로 삼각 측량함으로써 늑골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3D 이미지로 만든다.
목
더미의 목은 강철을 꼬아 만든 직경 14㎝의 스틸 코어를 알루미늄 디스크와 고무 패드가 감싸고 있다.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구부러지거나 늘어나고, 혹은 비틀어지는데 실제 인간의 목뼈가 지닌 유연성과 이동범위를 정확히 재현했다.
스틸 코어 양끝에는 아이스하키 퍽 크기의 로드 셀을 장착, 측면에서 가해지는 힘과 토크를 기록한다. 이 데이터를 통해 실제 충돌상황에서 목뼈의 골절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머리
차량이 충돌하면 급격한 감속이 야기되며 관성의 법칙에 따라 더미의 머리는 에어백에 부딪힐 때까지 앞으로 나간다. 이 작용은 불과 수 밀리초(㎳)면 끝나지만 두개골에 내장된 가속도계 3개가 머리의 이동속도, 좌우 움직임, 상하 움직임을 기록한다.
머리의 속도와 움직임에 따라 두개골 골절, 뇌진탕, 외상성 뇌 손상의 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개골은 80G의 속도로 대시보드에 부딪치면 골절되지만 각 센서는 최대 750G의 중력가속도 측정이 가능하다.
▩ STATS
10만 달러: 더미의 최소 가격
20년: 더미의 최대 수명
40회: 더미 1개의 연평균 충돌실험 회수
200개: GM이 보유 중인 더미의 숫자 (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