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성형의 부작용과 안전성

가슴성형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작년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접수된 의료기기 중 최대 부작용 유발자가 가슴성형에 쓰이는 실리콘 보형물인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얼마 전 미 식품의약국이 가슴성형 보형물의 희귀암 발병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 보건당국이 암 발생 위험을 공식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아름다운 가슴을 열망했던 많은 여성들이 지금 고민에 빠져있다.

암 발병 확률은 극히 희박

그 이름도 낯선 ALCL은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희귀암이다. 림프절, 피부 등 신체 여러 부위에 나타날 수 있으며 발병 시 생존 가능성은 40% 안팎으로 상당히 낮다.

FDA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인공 보형물 삽입과는 무관하게 매년 50만명 중 1명 꼴로 ALCL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가슴성형을 한 환자의 경우 인공유방과 인접한 흉터막에 ALCL 종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슴성형을 한 여성 가운데 약 60명에게서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 KFDA는 '의료기기 안전성 서한'을 통해 가슴 성형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이런 위험성을 반드시 알리도록 의료계에 공식 통보했다. 또 성형을 마친 여성들에게도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 가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수술 부위 아래 물이 고이는 장액종 등 특정 변화가 감지될 시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권했다.

다만 KFDA는 이번 FDA의 발표로 인해 가슴성형을 한 여성들에 대한 정기검사 및 추적검사 항목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ALCL은 가슴성형 환자 중 극히 소수에게만 발병하는 희귀 질환이며 국내에서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그와 관련한 부작용 보고사례가 전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다수의 의학계 전문가들도 FDA의 발표로 크게 우려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성형외과 전영우 교수는 "우리나라 2,000만명의 여성이 모두 가슴성형 수술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그 중 0.75명이 ALCL에 걸릴 수 있는 정도의 희박한 확률"이라며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아직까지 인공 보형물과 ALCL의 상관관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도 남아있다. 이전에도 일각에서 보형물에 인접한 곳에서 생긴 피막, 즉 일종의 상처 조직에서 임파선염이 발병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지만 보형물의 어떤 물질이 이를 유발하는지를 포함한 정확한 발병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FDA 역시 실리콘과 생리 식염수백 모두가 ALCL을 유발할 수 있으나 정확히 어떤 백이 왜 ALCL을 유발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성형외과 나은영 교수는 "보형물과 ALCL이 실제로 연관이 있는지 혹은 단지 우연한 결과 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며 "둘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9년 미국 성형외과학회지에는 이미 인공 보형물과 ALCL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된 적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FDA의 발표를 계기로 가슴성형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자 전문가들은 가슴성형의 부작용은 실제보다 위험성이 부풀려진 의료 사례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공 보형물의 질적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오늘날의 수술은 더욱 안전해졌다 는 것이다.

4세대 실리콘으로 부작용 최소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슴성형의 부작용이 여전히 잔존한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실제로 가슴 속 실리콘이나 생리식염수백이 손상돼 내용물이 몸 전체로 퍼지는 등 불의의 사고를 당한 여성들의 얘기가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전해진다.

작년 상반기 KFDA에 접수된 가슴성형 부작용 중에서도 수술 10여개월 후 보형물이 축소 및 파손돼 내용물이 흘러나온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나 교수는 "사실상 수술 직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수술 후 10년 이상 지났거나 외상을 입었을 때 종종 발생하는 사고"라고 전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러한 우려도 크지 않다고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백은 4세대 실리콘 '코헤 시브젤'로서 외피가 튼튼해 잘 터지지 않을 뿐 아니라 내용물인 젤 성분의 응집력을 높였기 때문에 누출이 일어나도 퍼지지 않고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고안됐다.

이 제품은 2006년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본격 이용되기 시작했다. 코헤시브젤의 활약으로 부작용도 상당수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재수술을 감행 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만에하나 보형물이 파손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고 해도 환자들의 우려처럼 체내에 퍼진 내용물이 주변조직에 들러붙거나 제거가 어려워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나 교수는 "보형물 자체가 파손되면 그 느낌은 확연하다" 며 "보형물이 수축돼 가슴이 작아지거나 가슴 내에서 생긴 염증 등에 의해 가슴이 더 커지는 등의 이상현상이 나타난 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자가 보형물 파손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방치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즉각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 교수는 또 "수술 부위의 통증, 보형물의 출렁거림 등 이물감 역시 간단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가슴성형의 부작용 중 가장 흔한 것으로 꼽는 질환은 구형구축이다. 발병 확률은 약 5%로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중에는 확률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구형구축은 인체의 면역시스템과 관련된 질환이다. 우리 몸은 보형물과 같은 외부 물질이 들어오면 스스로 얇은 피막을 형성, 이물질을 둘러싸게 되는데 체질에 따라 피막이 딱딱해짐으로써 가슴의 부드러운 촉감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구형구축이다.

환자는 무언가가 가슴을 압박하는 듯한 느낌, 피부에 쪼글쪼글한 주름이 잡히는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구형구축은 정도에 따라 1~4도로 나뉘며 4도의 경우 육안으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4도라도 보형물 주위의 막을 수술로 제거하는 등 여러 치료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수술 후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마사지를 꾸준히 수행하면 구형구축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한편 유방암으로 손상된 가슴을 재건한 환자들 중에서는 보형물 때문에 유방암 재발 시 그 상태를 인지할 수 없거나 치료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유방암 진료와 가슴성형은 무관하다고 전문가들은 말 한다.

전 교수는 "병증이 심각한 상황, 가령 암이 3기 이상이면 재건 자체를 아예 보류하라고 권한다"며 "보형물과 암의 진단 및 치료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가장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가슴성형법은 크게 보형물 삽입과 자가 지방 이식법 등 두가지로 나뉜다. 이들 방식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사이즈의 극대화를 원할 경우에는 대체로 지방 이식보다는 보형물 삽입을 시술 받는 편이 좋다. 지방 이식은 살이 빠지면 사이즈가 덩달아 줄어들 수 있는 반면 보형물은 그럴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보형물 중 오늘날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4세대 실리콘 코헤시브젤이다. 전 교수에 따르면 현재 거의 99%의 환자가 코헤시브젤을 이용한다. 파손 시의 위해성이 적은데다 촉감과 모양도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워 수술 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단지 제품의 형태가 몇 가지로 규격화 돼 있어 사이즈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부분은 단점으로 꼽힌다.

고전적 보형물인 생리식염수 백은 사이즈를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파손 위험이 있지만 식염수 자체가 인체에 무해하므로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촉감이 실리콘에 비해 부자연스럽다는 점은 분명한 비교열위에 속한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실리콘과 식염수의 장점을 두루 합한 보형물도 있었다. 겉은 실리콘, 속은 식염수로 이뤄진 이 보형물은 한동안 널리 이용됐으나 뒤늦게 백이 터져 내용물이 세는 등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는 바람에 전량 회수 처리됐다. 어쨌든 인공 보형물은 대체로 수술이 간단하고 가슴 외 다른 부위에는 흉터가 남지 않아 젊은 여성들에게 각광 받 고 있다.

전 교수는 "보통 10년 정도의 주기로 보형물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등장할 보형물은 규격화되지 않고 개인별로 맞춤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형물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근육 아래, 근육과 그 위쪽을 싸고 있는 근막 사이, 유선 아래 등에 삽입될 수 있다. 이중 근육 아래쪽, 즉 팔을 들어 올렸을 때 겨드랑이 부위에서 단단히 만져지는 대흉근 아래쪽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 경우 보형물을 덮어주는 조직이 피부, 유선, 근육 등 많기 때문에 가슴의 모양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수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유선조직을 건드리지 않아 모유 수유에도 지장이 없다. 단점이라면 근육을 박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다소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근육과 근막조직 사이에 삽입하는 방식은 근육을 직접 박리하지 않아 수술 후 통증이 적다. 근육 움직임에도 영향이 없어 팔과 상체를 움직일 때 보형물이 움직인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마지막 유선조직 아래의 경우 수술 통증은 적지만 보형물이 유선조직에 노출돼 있는 탓에 감염, 구형구축 등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많이 이용되지는 않는 시술법이다.

물론 삽입 위치는 환자가 아닌 전문가가 판단해 결정한다. 보형물의 사이즈 역시 환자가 원하는 크기로 무작정 삽입할 수 만은 없다. 나 교수는 "환자별 피부탄력성 등에 따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실리콘 백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체로 250~300cc를 가장 많이 쓴다"고 말했다.

수술 여성 해마다 2~3% 증가

자가지방 이식법은 주로 암이나 사고 등으로 가슴이 결손된 환자들이 택하는 방법이다. 결손된 가슴 조직이 많은 경우 에는 실리콘 및 생리심염수 백과 같은 보형물로는 만족스러운 촉감을 구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가지방 이식의 최대 메리트는 자연적인 가슴과 가장 유사한 촉감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살이 찌거나 나이가 들어도 그에 맞게 자연스러운 형상을 유지한다. 환자 자신의 인체조직인 만큼 보형물처럼 부작용의 우려는 사실상 없다. 단점이라면 앞서 설명했듯이 살이 빠졌을 때 덩달아 가슴 크기가 축소될 수 있으며 아랫배, 등, 엉덩이의 자가조직을 이용했을 시 가슴과 함께 그 부위에도 흉터가 남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회복 기간도 다소 길다. 최근에는 순수 자가지방 이식과 코헤시브젤 삽입을 병행하는 방식도 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보형물만 사용했을 때 보다 볼륨감이 살아 있고 피부 재생 효과도 높아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줄기세포 이식, 필러, 한방 침 성형 등 가슴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식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가슴성형을 감행하는 여성들의 숫자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전 교수는 "해마다 2~3% 정도 증가하고 있다" 며 "환자들 중에는 역시 20, 30대가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 했다.

아울러 나 교수는 "재건이나 축소보다 확대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다"며 "최근에는 출산 후 가슴 조직이 축소됨에 따라 확대 수술을 받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발맞춰 KFDA의 통계에서도 인공 보형물의 수입건수가 2007년 2만8,000여건에서 2009년 3만2,000여건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슴을 갖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슴성형을 고려 중이라면 무조건 특정한 사이즈를 고집하지 말고 자신의 몸매와 이상적으로 맞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나 교수는 "교과서적으로 예쁜 가슴에 대한 지표는 있지만 그것은 서양에서 나온 데이터"라며 "무조건 큰 사이즈 보다는 쳐지지 않고 탄력있는 건강한 가슴이 정말 예쁜 가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환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전 교수는 "아직도 비전문의에게 수술을 받아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아무한테나 가슴을 맡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국제성형수술전문의, 유방외과전문의와 같은 타이틀은 모두 공인되지 않은 것인 만큼 병의원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TIP] 마를린 먼로의 가슴은 스펀지?

여성의 상징인 가슴을 보다 크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문헌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미용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가슴성형은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인 1895년 독일의 한 의사에 의해 시행됐다. 그 첫 환자는 당시의 유명 여배우였으며 그녀의 등에 자라고 있던 지방종을 떼어내 가슴에 이식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에서도 가슴성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 의사는 여성의 가슴을 확대하기 위해 양초의 재료인 파라핀을 주사했는데 이는 이후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1920년대에 이르러 의사들은 아랫배나 엉덩이에서 자가 지방을 떼어내 가슴에 이식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하지만 지금보다 의료기술이 한참 뒤쳐졌던 당시에는 지방이 체내로 다시 흡수돼 버리는 부작용이 빈번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 의료계에서는 오랫동안 적절한 보형물을 찾고자 고군분투했고 그 과정에서 고무, 유리, 비닐 등 다양한 화학제품이 이용되기도 했다.

20세기 섹스 심벌로 알려진 미국의 여배우 마를린 먼로의 경우 가슴에 스펀지를 주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이들 화학제품들은 암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했기 때문에 머잖아 용도 폐기 됐다.

이들의 후발주자로 나타난 것이 실리콘이다. 1950년대 들어 처음 실리콘이 도입됐다. 초기의 액체 실리콘은 염증을 유발하고 가슴을 딱딱하게 만드는 등 적잖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이뤄졌고 현재는 4세대 실리콘인 코헤시브젤이 개발되며 관련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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