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분열과 사멸을 반복한다. 인체를 이루고 있는 각종 세포들도 예외가 아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새로운 세포로 교체가 이뤄진다.
세포를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본다면 피부에서 손톱, 발톱, 그리고 오장육부에 이르기까지 태어났을 때 지니고 있던 그것과 지금의 그것은 전혀 다른 녀석들이라는 얘기다.
세포는 분열 횟수에 한계가 있으며 결국에는 죽는다.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미국의 세포생물학자 레오나르 헤이플릭 박사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 전인 지난 1961년 인체세포 배양실험을 통해 태아의 세포는 약 100회, 노인은 약 20~30회 분열한다고 밝혔다. 그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면 영원히 죽지 않고 분열한다고 믿었다.
현재 파악된 세포의 분열 횟수가 태아 90회, 노인 20회 정도라고 하니 그의 연구는 상당히 정확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의 세포들은 모두 분열 횟수와 생존 기간이 같을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례로 자주 쓰는 세포, 즉 피부나 생식세포의 수명은 다른 세포들보다 훨씬 짧습니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씨오투바이오의 고문인 오승관 박사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분열 횟수도 세포마다 달라요. 정확한 횟수는 각 세포의 염색체 양쪽 끝에 위치한 염색소립(chromomere)인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에 의해 결정됩니다. 텔로미어는 분열을 할 때마다 짧아지는데 완전히 소실되면 세포분열도 끝나는 것이죠."
그럼 텔로미어는 무조건 짧아지기만 할까? 그 또한 아니다.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텔로미어 복구 효소로 인해 지속적인 복구가 이뤄져 어느 정도는 길이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오 박사는 이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텔로머라아제가 지나치게 활발히 작용하면 세포가 잘 죽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암세포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어쨌든 텔로미어 덕분(?)에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여러 세포들의 수명은 제각각이다. 이재일 건국대 의료생명대학 생화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장기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매 순간 세포가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나이는 항상 7~10세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뇌세포와 심장근육세포, 안구세포는 성장이 완료되는 20~25세 때까지 분열 및 증식하다가 더 이상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죽을 때까지 기존의 세포를 얼마나 잃지 않고 살아가는지가 관건이 된다. 나이가 들어 알츠하이머와 노안(老眼)이 찾아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Statistics
60조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의 수. 많은 사람은 100조개에 달한다.
10억
병들었거나 불필요한 세포는 주변의 정상 세포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다. 하루 10억개의 세포가 이렇게 사라진다.
16%
체중에서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율. 이 단백질이 분해되면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나오고 이들 아미노산의 조합에 의해 다양한 세포가 만들어진다.
6.6년
최초의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돌리’는 평범한 양의 수명보다 절반밖에 살지 못했다. 복제에 사용된 세포의 텔로미어가 이미 짧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기원 기자 jack@hmd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