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알쏭달쏭 두뇌 이야기

연인 간에 말다툼을 한다면 승자는 대체로 여성이다. 언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여성에게 남성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라곤 고작 "미안해" 밖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남성은 공간지각 능력, 손과 눈의 협응 능력이 뛰어나다. 운전이나 기계 조립에서 여성은 좀처럼 남성을 당해낼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남녀의 차이를 겪는다. 이런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할까. 해답은 바로 뇌에 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6월 초 뇌 속에 깃든 남녀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천의과학대 뇌과학연구소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를 찾았다. 그때 김 교수는 영국의 유전학자 앤 무어 박사의 '브레인 섹스'를 추천해 줬다. 그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재능이나 기술,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거짓말이다."

같지만 서로 다른 뇌

이처럼 남녀의 극명한 생물학적 차이를 가늠하는 핵심은 바로 뇌다. 과거에만 해도 남녀의 차이는 주로 사회적 학습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그 차이를 만드는 진짜 비밀은 우리의 뇌에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김 교수는 "남녀의 뇌를 해부했을 때 구조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다만 신경 호르몬, 성호르몬 등으로 인해 기능면에서 차이를 지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뇌 안의 신경다발을 측정하는 새로운 촬영기법인 확산텐서영상 (Diffusion Tensor Imaging, DTI)에 의해 뇌 안의 연결망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며 "DTI를 활용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면 남녀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남녀의 뇌는 호르몬의 종류와 양, 호르몬이 분비 되는 시점 등에 차이가 있다. 물론 구조적 차이도 완전히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한 만큼 남녀는 말과 행동, 사고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김 교수는 여성의 경우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 섬유 다발로서 좌·우뇌의 정보 교환자 역할을 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이 남성보다 다소 두껍고 넓다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는 여성의 좌뇌와 우뇌가 남성에 비해 활발히 공명한다는 뜻으로, 여성이 지닌 많은 장점과 단점이 이로부터 비롯된다.

이밖에도 남녀의 뇌 차이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뇌의 차이가 남녀 각각의 어떤 특성으로 나타나는지, 그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김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여기서 의미하는 뇌의 차이는 구조적, 화학학, 기능적, 유전적 차이를 두루 넘나든다. 뇌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융합이 갈수록 가속화 되고 있는 오늘날 이들 카테고리를 나누고 가르는 일은 별반 의미가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 교수는 "인간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뇌는 다른 어떤 신체 부위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고도의 통합 영역인 반면 뇌 기능을 연구하는 도구가 극히 제한적인 현재의 뇌 과학은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뇌 연구는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또 "그러므로 남녀의 뇌의 차이를 밝힌 어떤 연구든 그 결과를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며 "그 뒤에는 항상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 점에서 앞으로 설명될 내용들도 지극히 '평균적' 수준의 남성과 여성에 대한 얘기에 해당한다. 모든 남녀가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생물학적 뇌의 차이를 영원불변한 것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미국의 신경분석학자 루안 브리젠딘 박사가 이야기하듯 "인간의 뇌는 재능 있는 학습 기계"다. 결코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남녀의 뇌 차이를 가늠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이 한층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무어 박사의 말대로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세상을 조직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질수 있을지 모른다.

[Chapter.1] 그 여자, 예민한 감정주의자

남녀 간에 의사소통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여성과의 대화에 있어 남성은 더 섬세하고 치밀해질 필요가 있다. 애당초 남성과 여성은 화법 자체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남성이 사건 위주의 사실적 결론을 중시한다면 여성은 대화의 결론보다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성의 부주의한 한 마디는 단숨에 여성의 화를 돋울 수 있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감정을 중시하는 이유에 대해, 루안 브리젠딘 박사는 자신의 저서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에서 감정 중추인 해마(Hippocampus)가 남성에 비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측두엽의 한 부분인 해마는 정서와 기억을 형성·유지하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한다. 뇌세포는 한번 죽으면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이 해마 세포는 운동을 하거나 또는 스트레스가 줄고 즐거운 감정을 느낄 때 다시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채롭다.

아울러 대다수 학자들은 호르몬의 영향을 거론하기도 한다. 호르몬은 혈류에 의해 전달되는 화학물질로 뇌가 작용하는 방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남성에게는 경쟁과 정복에 영양을 미치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 여성에게는 애정과 호의에 관여하는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이 다량 분비돼 성별에 따른 특징이 발현된다는 설명이다.

여하튼 이 같은 갖가지 작용으로 남성보다 감정적 성향이 강한 여성은 정서적 유대, 즉 대화를 통해 답을 구하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보통 여성들의 수다가 장시간 이어지는 원인도 이에 근거한다.

덧붙여 여성의 대화는 남성에 비해 섬세하다고 볼 수 있는데 대체로 단언의 형식보다 질문의 형식을 취한다. 또 남성들의 대화가 사건 위주인 반면 여성들의 대화는 느낌 위주로 이뤄진다. 여성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쉽게 주인공의 입장에 동화되거나 일상의 사소한 일에 감동 받는 점 역시 특유의 감정주의적 면모와 무관한지 않다.

[Chapter.2] 그 여자, 말싸움의 영원한 승자

여성은 특유의 감정적 성향으로 인해 간혹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특히 다툼이 생겼을 때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짙다. 그럴 때는 자연히 말로써 상대를 제압하려 드는 게 여성이다.

따라서 여성과 다투게 되면 남성은 일단 몸을 사리는 게 좋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성은 언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탁월한 능력까지 지니고 있어 길게 싸워봐야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은 탓이다.

여성의 언어능력이 남성보다 우수하다는 점은 통상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것도 뇌량의 두께 및 넓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김 교수는 "여성은 뇌량에 힘입어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해 말을 하지만 남성은 언어 중추가 자리 잡고 있는 좌뇌만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남녀의 뇌 사용법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남성은 양쪽 뇌의 기능이 다소 특화된 반면 여성은 양쪽 뇌가 통합적으로 기능한다.

이런 이유로 남성의 뇌는 어느 한쪽이 일하는 동안에는 다른 활동으로 그 일을 간섭하지 않는다. 반면 양쪽이 원활히 소통 가능한 여성의 뇌는 좌뇌와 우뇌를 고르게 사용, 동시에 여러 가지 일도 척척 해낼 수 있다.

예컨대 여성은 전화로 수다를 떨면서 요리를 할 수도 있지만 남성은 통화면 통화, 요리면 요리 한가지만 가능하다. 둘을 동시에 하려 했다가는 전화기를 프라이팬 위에 올리는 불상사를 저지를 수도 있다.

어쨌든 언어를 다루는 방식과 능력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이처럼 현저하다면 남녀 간의 대화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어차피 대화를 이어봤자 다툼만 확산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성의 화를 잠재우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남성들이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도 타고난 감정주의자인 여성은 다툼 후 다시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하는 능력 또한 놀라울 만큼 출중하다.

[Chapter.3] 그 남자, 집중과 응용의 귀재

여성이 언어능력의 왕이라면 남성은 공간지각능력의 황제다. 수컷 쥐가 암컷 쥐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음을 증명한 실험은 이 같은 남성의 우월한 지리적 감각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연구사례다.

이러한 공간지각 능력은 단순히 길의 위치나 방향을 가늠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일정한 공간 내에서 사물의 회전을 머릿속으로 그려봄으로써 근처에 위치한 장애물을 살피는 것은 물론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능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남자는 사물의 형태, 차원, 비례, 동작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결과, 남성은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거나 복잡한 모형 장난감을 조립하는 등의 일을 힘들지 않게 해내곤 한다.

남성이 이토록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뭘까. 앞서 밝힌 대로 남성의 뇌는 어느 한쪽 영역이 활동을 하는 동안 다른 영역이 간섭을 자제하는 데다 각각의 기능을 특정 영역에서 담당하도록 임무가 조직적으로 구분돼 있어 주의가 분산되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의 뇌는 남성에 비해 부산하게 연결돼 있는 탓에 뇌의 다양한 부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는 있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공간지각 능력 등의 저하를 피할 수는 없다.

브레인 섹스에서 무어 박사는 남성의 뇌가 이처럼 쉽게 피로를 느끼지 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 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테스토스테론이 구조학적으로 여성보다 더 전문화 되어 있는 남성의 뇌를 더욱 집중시키고 활성화시킨다는 것.

무어 박사는 또 여성의 집중력은 월경 주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생식에 관여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양이 많을 때 집중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한다. 사춘기가 찾아오면 소녀들은 집중력과 응용력이 떨어지지만 소년들은 더 향상되는 셈이다.

[Chapter.4] 그 여자, 본능적 모성애자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모성애다. 남성도 자녀에게 헌신적일 수 있지만 여성과 자녀의 관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 근본적 원인은 호르몬에 있다.

김 교수는 "분만 직후 나타나는 많은 양의 여성호르몬이 아기에 대한 여성의 애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브레인 섹스에 소개된 한 실험은 꽤 인상적이다. 자궁 내부가 많은 양의 남성호르몬에 노출된 암컷 쥐는 모성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기를 낳을 때 자궁을 수축시켜 진통을 유발하고 분만이 쉽게 이뤄지도록 하며 젖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옥시토신도 모성애에 매우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꼽힌다.

모유 수유를 할 때는 물론 아기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여성의 몸에서는 자연스럽게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유두가 단단해진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 교수는 "여성은 아기의 요구에 한층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현상"이라며 "남성이 의식적으로 학습된 양육활동을 한다면 여성은 선천적으로 모성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출산 과정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은 여성이 아기를 낳는 그 순간부터 이미 아기에게 본능적인 애착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옥시토신이 '사랑의 호르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랑에 빠진 여성의 뇌가 아기를 돌볼 때의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4년 영국의 영상신경과학자 안드레아스 바텔스 박사팀은 20명의 젊은 엄마들에게 아기와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

그 결과 뇌반응 부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에서 뇌 속 보상체계 영역의 활동이 증가했던 것. 어쩌면 여성의 사랑은 연약한 자에 대한 본능적인 동정과 배려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여성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Chapter.5] 그 남자, 어쩔 수 없는 늑대

이렇듯 서로 다른 남녀. 만약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남녀가 똑같이 사랑에 빠지더라도 당연히 머릿속 뇌의 활동은 각기 다르다.

2004년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 박사팀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 17쌍의 뇌를 fMRI로 촬영한 결과, 남녀 모두 중뇌의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의 신경세포가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랑이 강렬할수록 이 부위의 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VTA는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부위다. 코카인과 같은 마약을 투여했을 때도 도파민이 분비되며 황홀감을 느끼게 되는데 뇌 과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사랑이라는 감정은 쾌락 중추에 의한 일종의 중독이라 봐도 실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남녀의 차이는 근소하게 나마 존재한다. 피셔 박사팀의 연구에서 여성의 뇌는 보상 받고자 하는 심리와 관련된 부위의 활동이 두드러진 반면 남성은 성적 자극과 관련된 부위의 활동이 활발히 나타난 것이다.

김 교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성에 더 적극적인 것 역시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에서 분비된 테스토스테론은 뇌의 시상하부 앞에 위치한 성욕 중추의 신경 수납소에 착지, 주위의 갖가지 성적 신호에 반응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여성의 경우에도 테스토스테론은 분비된다. 임신 가능성이 높을 때 그 분비가 가장 활발하며 나이가 들어 폐경이 오면 분비량이 급격히 감소해 성욕감퇴장애를 겪기도 한다.

남성의 성적 자극과 관련해 루안 브리젠딘 박사는 아예 뇌의 구조적 차이를 언급한다. 그는 성적 자극에 할애된 남성의 뇌 공간이 여성에 비해 2.5배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평균적 여성이 하루에 한 번 정도 느끼는 성적 충동을 남성은 52초에 한 번 꼴로 느끼게 된다고.

그렇다면 남성은 여성의 어떤 모습에 성적 매력을 느낄까. 이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확실한 것은 남성은 시각적 자극이 성적 흥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여성이 청각, 후각, 촉각에 두루 예민한 것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남성은 여성의 외양으로부터 성적 매력을 느낀다. 길을 걷다가 예쁜 여성을 보면 반사적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그래서다. 이 같은 점으로 미루어 '남자는 모두 늑대'라는 말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여기서 혹시 '늑대'라는 말에 기분이 상한 남성이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겠다.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과 사랑을 하고 그 암컷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세상에 몇 안 되는 멋진 동물이니까.


▩ 남자와 여자! 누가 길 안내를 잘 할까?

생전 처음 가 본 동네에서 친구 부부의 길 안내를 받아 대형 할인마트를 찾아간다고 가정해보자. 친구는 5㎞를 직진하다가 동쪽으로 돌라고 하고, 친구의 아내는 학교를 지나 우체국에서 좌회전하라고 한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말이 맞다며 말다툼을 한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난감하겠지만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을 들어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는 남녀 간 언어 구사 방식의 차이로 생기는 불일치일 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의 신경과학과 데보라 소시에르 박사팀이 2003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길 안내 표현에 있어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남녀에게 동일한 지도를 보여주고 특정 장소에 도달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대다수 여성들은 유명한 건물과 좌측·우측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방향을 설명했지만 남성들은 대게 동서남북과 소요시간, 거리 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떻게 생긴 걸까. 소시에르 박사의 추측에 따르면 그 원천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의 경우 식량 확보를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사냥을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던 탓에 해와 달의 위치, 본능적 방향 감각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여자는 정착 생활을 한 이후 주거지에서 멀지 않은 장소를 돌며 식량을 채취했기에 나무, 샘물 등 주변 지형지물에 의존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남자가 벼락에 맞을 확률이 더 높다?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벼락에 더 잘 맞을까? 이는 지금까지의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1995년부터 2008년 사이 미국에서 낙뢰로 죽은 사람은 총 648명이었는데 남성의 비중이 무려 82%에 달했다.

이처럼 월등한 차이를 보면 왠지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두뇌에는 여성보다 철분이 많이 들어있기라도 한 것일까?

진실은 다소 어이없다. 남성이 벼락을 자주 맞는 이유는 그저 바보(?) 같은 남자들이 많아서다. 미국 기상청의 낙뢰 안전전문가 존 젠시니어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남성들은 날씨가 조금 좋지 않다고 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벼락이 치는 위험한 날씨에도 여성들과 달리 주저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죠."

벼락은 결코 남녀를 구분하지 않지만 바로 이 차이 때문에 남성들이 벼락을 맞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게다가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낚시, 캠핑, 골프 등 낙뢰에 취약한 야외활동을 많이 즐긴다. 낙뢰 사망자의 약 50%가 야외 여가생활이나 스포츠 활동 중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얼마나 많이 벼락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