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ina Easton 포춘 워싱턴 지국장
1974년에 대한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선명히 자리 잡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캘리포니 아 남부에 있는 나의 고등학교 언덕배기에 있던 주유소다.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 속 에서 사람들은 간식을 먹으며, 물가 통제와 2부제 같은 한심한 정부 정책들의 실패 를 예견했다. 또한 같은 해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타도 인플레이션 Whip Inflation Now’ 을 줄여서 WIN이라고 부른 또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해 10월 8일 포드 대통령이 넓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WIN을 공표했을 때,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대통령의 대 공황 당시 행동 촉구와 비견할 만한 역사적 순간을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때 농부들에게 생산 량을 더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국민들에게 “운전은 조금, 난방은 적게”하라고 당부하며, 거꾸 로 뒤집어 “당장 돈이 필요해 Need Immediate Money”로 패러디된 WIN 배지를 지지자들에게 착용 하도록 한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40년이 지나서도 우리가 곱씹으며 비웃을 것이라고 누 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실 포드 대통령의 국민 행동 촉구의 기반이 된 것은 닉슨 대통령이 추진한 스탈린식 임 금 및 물가 통제 정책이었다. 정부 지도자들이 이렇게 황당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권 이 얼마나 인플레이션을 껄끄러워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세대 이상 실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 전략가, 그리고 50세 이하 유 권자들에게 최근 경제 전반에 드리운 이 어두운 그림자는 마치 생소한 이방인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주는 위험 경보가 맞다면, 바로 이 생소한 이방인이 2012년 대선과 이 후에도 복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활동을 왜곡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970년대 높은 세율과 인플레이션이 겹치자, 투자자들은 생산을 꺼리고 가진 것을 지키는 데 열을 올렸다. 연간 간행물 ‘미국정치 연감 Almanac of American Politics’의 공동저자인 마이클 바론 Michael Barone은 당시를 떠올 리며 “나에게 안식처를 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의 말은 세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을 피해 부동산 등 기타 자산에 투자하던 당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일컫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유권자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지지부진한 경제와 오바마 대통령의 대처 방 식에 대해 이미 만연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바론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대학 등록금처럼 큰돈이 드는 것부터 식료품이나 석유와 같이 사소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가격 이 치솟는 현 상황에서 “발 디딜 안전 지대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과 고(故) 포드 전 대통령 모두 이러한 상황이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인 존 후이진가 John Huizinga가 잘 지적했듯 이, 실업은 일부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다수의 삶을 흔들어 놓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모 두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후이진가는 1982년 공동 집필한 연구에서 “대중이 실업보다는 인 플레이션을 더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라는 당대의 통념을 서두 에 기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랍다. 1970 년대에 나타났던 두자릿수 물가상승률이 8%까지 감 소했지만, 당시 실업률도 엄청나게 높은 9.7%에 이르 렀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기준에서 볼 때, 최근 소비자 물가지수 (CPI)가 연간 1.2% 상승한 것은 상당히 작은 상승폭 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해당 수치에 반영되지 않은 두 가지 주요 요소의 가격 상승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바로 석유와 식료품 가격이다. 컨설팅업체 컨슈 머 그로스 파트너스 Consumer Growth Partners는 최근 식 료품의 가격 상승이(1분기 6.5%) “30여 년 만에 가 장 큰 상승폭”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석유 가격은 1갤 런에 4달러 가까이 치솟고 있다. 석유와 식료품을 포 함시킨다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CPI 상승폭의 두 배 이상이란 얘기다.
설사 경제 전반에 걸친 인플레이션이 이번 선거 기간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치 솟는 기름값과 식료품 가격은 분명 유권자들의 머릿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에서야 겨우 9% 이하로 떨어진 실업률 문제에 이미 직면해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례 없는 장기 실업률 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의회예산 청 Congressional Budget Office에서는 2012년 선거 당일에 실업률이 8.2%를 기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루즈 벨트 이후 그 어떤 대통령도 실업률이 8%가 넘는 상 황 속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비슷한 경기 침 체의 고통을 겪었던 레이건 대통령도 실업률이 7.2% 인 상황에서 당선되었다.)
여기에 인플레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민주당 입장 에선 사약이 될 수 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참모진 이 (포드 대통령이 그랬듯이) 지지자들에게 배지를 나눠주기 시작한다면, 대통령은 정말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