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비즈니스의 중심은 포털을 중심으로 하는 유선인터넷에서 스마트폰을 구심점으로 한 개인화 중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과학과 기술
글_송인혁 퓨처디자이너스컬쳐리스트 inhyuksong@gmail.com
me@portal이었던 과거. 우리의 아이덴티티는 내가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또는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와 같이 내가 속한 곳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개인의 아이덴티티의 중심은 ‘나’다. 다름 아닌 나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혈연, 지연, 직장 등 물리적 연결 관계를 중심으로 소통했지만 현재는 나와 직접적으로 닿아있지 않아도 공통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것이 바로 @me 시대의 본질이다.
팔레토 법칙과 VIP 마케팅
모든 가치는 나를 중심으로 퍼져 있는 관계들로부터 발생한다. 내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고, 내 지인이 무엇을 구입했는지 중요하다. 이로 인해 제품 및 서비스 공급자가 팔레토 법칙을 바탕으로 상위 20%의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세운 기준들은 이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대학 클레이셔키 교수는 저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를 통해 미디어에 대한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방송하고 소비자는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일방향적 형태’에서 벗어나 ‘미디어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적 형태’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서로를 쉽게 발견해 자유로운 소통을 할 수 있으며 그 영향력이 매스미디어만큼의 힘을 가지는 시대로 변모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다수의 소비자가 동일한 경험으로 이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타깃으로 삼은 비즈니스 모델들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me 패러다임의 확산은 세계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과 SNS 서비스들의 성장세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작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 8,000만대를 돌파했으며 올해는 4억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 된다. 이는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사용 현황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가입자가 각각 2억명, 6억7,000만명에 달해 @me 서비스들이 이미 세상에 뿌리내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내라고 다르지 않다. 올해 3월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한 것에 이어, 불과 4개월 만인 7월 500만대가 추가 판매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그야말로 급 성장한 모습이다. SNS 가입자도 트위터 350만명, 페이스북 400만명, 미투데이 570만명 등 1,320만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무료문자와 무료통화 기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유저들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은 이미 사용자가 각각 1,500만명과 1,000만명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me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의 사람이 80%의 부를 소유하고, 나머지 80%가 20%의 부를 나눠 갖고 있다는 경영경제학 법칙.
이 법칙에 의하면 상위 20%의 고객이 회사 수익의 80%를 가져다주며 우수한 인재 20%가 조직 전체 실적의 80%를 책임지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사실 팔레토의 법칙은 평범한 사람들도 흔히 접하는 경험이다. 컴퓨터에 깔린 소프트웨어 중 20%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며 스마트폰 역시 전체 기능의 20% 이상을 쓰는 유저들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대학이나 회사에서 팀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한 두명의 팀원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점에서 기업들이 소위 VIP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나 우리 사회가 우수인재를 선호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거대한 쇼핑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곧 전기와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된 것처럼 스마트 기기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인프라로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유선인터넷이 인프라화 되면서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 비즈니스가 폭발적 성장을 이룬 것처럼 무선인터넷이 인프라화 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의 @me 서비스들이 포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서비스가 어떻게 포털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여전히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화로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던 일반 휴대폰을 떠올리면 당연히 일리가 있는 의구심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경우는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me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생각해 보자. 카카오톡 에는 선물하기 기능이 있다. 만약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오늘이 대화 상대의 생일’이라는 정보가 표시되며 선물하기 아이콘이 눈에 띈다고 해보자. 자연스레 커피라도 선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버튼을 몇 번 눌러 간단히 결제해 상대에게 커피 쿠폰을 보내줄 수 있다. 만일 그룹으로 채팅을 하고 있었고 그룹 내 모든 이에게 이런 정보가 공유됐다면 다들 ‘나도 선물해야지’하며 팔을 걷어붙일 것이 자명 하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의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 제조기업들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많은 절차적 어려움과 폐쇄성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산이 본격화된지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하다. 각종 비즈니스들은 사용자들에게 포털 방식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것을 브랜딩 전략으로 가져가고 있다.
때문에 한국의 소비자들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게 한가지 공통적인 불만을 제기한다. ‘당신의 서비스는 나를 위해 설계돼 있지 않다’는 게 그것이다.
이 점에서 소비자가 자신이 사용하던 SNS 계정을 이용해 원하는 사이트에 로그인하고, 관심·구매 정보들을 SNS 로 손쉽게 공유할 수 있으며, 이를 본인의 블로그에 끌어가 게시할 수도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특히 한걸음 더 나아가 해당 사이트 내에서 별도의 인증서 설치 없이 결제까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기능을 개방한다면 제공자 중심의 트래픽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트래픽으로 커다란 가치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포털서비스 공급자들도 변화하고 있는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이미 기존 서비스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을 버리고 새로운 물결로 갈아타는 용기를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이런 고민에 빠져 주저하고 있는 동안 모바일 인터넷 비즈니스로의 변신에 성공한 글로벌 서비스들이 국내시장에 진입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 확실하다. 소셜 미디어와 네트워킹 서비스들이 점점 더 보편화 될수록 사람들은 포털서비스의 동일한 진입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들어가는 대신 기존에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평판과 추천에 의존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미 인프라화 된 서비스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파트너와 손을 잡는 순간, 그 같은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비즈니스들은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가깝게 다가와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의 성공을 빨리 따라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이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 이다. 사실 다들 원하고 있지만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꿈을 꾸는 자만이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생각하기 때문’ 이라는 말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고 적극적으로 뛰어드 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