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먹은 달팽이 변은 주황색, 상추를 먹은 달팽이 변은 초록색이다.
먹이의 색깔이 곧 변 색깔을 좌우한다.
달팽이의 변이 이처럼 컬러풀한 이유는 녀석의 소화기관이 지나치게 단순하기 때문이다. 달팽이는 식도, 위, 창자는 있지만 음식물의 색소를 분해하는 쓸개즙을 분비하지 못한다. 그러니 먹이 색깔 그대로 배출하고 만다.
달팽이와 달리 인간의 변이 갈색인 것도 모두 이 쓸개즙 때문이다.
쓸개즙은 간에서 생성돼 쓸개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그 속에는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색소가 들어있다. 몸 속에 들어간 음식물은 십이지장에서 담황색 빌리루빈과 섞여 소화되는데, 그때부터 색이 누르스름하게 변한다. 건강한 사람은 변 속에 대략 250㎎의 빌리루빈이 포함돼 있다.
참고로 쓸개즙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빌리루빈이 혈액 및 조직 속에 증가하면 피부 등 온 몸이 누렇게 변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황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