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불장난

바싹 구운 칠면조는 근사한 추수가사절 요리다.
하지만 대형 화재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것은 애들도 아는 상식이다. 이는 뜨거운 식용유가 담긴 튀김냄비 속에 냉동 칠면조를 넣어야 할 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안전수칙이 된다. 두 물질이 만나서 일으킬 수 있는 화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식용유는 가연성 물질이지만 무언가를 튀긴다고 해서 불이 붙지 않는다. 평범한 튀김 냄비의 온도는 식용유의 발화점인 425℃에 도달하지 못하는 게 그 이유다. 설령 식용유에 불붙은 성냥을 던져 넣어도 발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이 꺼진다.

그런데 기름이 흩어져 작은 방울이 된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작은 기름방울은 빠르게 발화점에 도달할 수 있고 하나가 발화되면 화약에 불이 붙듯 무섭게 연쇄발화를 일으킨다. 이 같은 기름방울 안개를 만들 수 있을까? 가능하다.

냉동 칠면조 한 마리면 된다.

튀김 냄비 속 식용유의 적정온도는 약 175℃ 정도다. 물의 끓는점보다 높다는 얘기다. 때문에 냉동 칠면조를 넣으면 칠면조의 수분이 즉각 기화되면서 작은 기름방울들을 냄비 밖으로 방출한다.

이때 이들 중 일부만 가스레인지나 버너의 불꽃에 닿아도 즉각 불이 붙는다. 이는 또 연쇄발화를 유발, 기름방울 전체에 불이 붙게 된다. 이 경우 캠프파이어를 할 때처럼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거대한 화염이 생성된다. 장담하건데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다. 그러니 냉동제품을 튀길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돈 좀 아끼려고 저급품 튀김 냄비를 구입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불새의 꿈
냉동 칠면조가 불새가 되는 데는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체 실험 동영상을 popsci.com/graymatter에서 볼 수 있다.


WARNING
거대한 화재를 일으킬 수 있으니 누구라도 이번 실험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냉동식품을 튀길 때는 항상 튀김 냄비에 적힌 지침을 읽고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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