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RC GUNTHER
기후학자들과 빌 게이츠를 비롯한 억만장자 후원자들이 지금 지구의 기온을 낮추면서 이익도 남기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게이츠는 지구공학, 즉 기후에 대대적으로 개입하는 연구를 주도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빌 게이츠로 산다는 것 중 멋진 점 하나 는 어떤 일에 대해 알고 싶어지면 그 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르쳐줄 똑똑 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다. 5년 전 기후변화에 대해 배우겠 다고 마음 먹은 게이츠는 캐나다 앨버타에 소재한 캘거 리대학교의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기후학자 데이비드 키스 David Keith 박사와 카네기과학연구소 Carnegie Institution 의 켄 칼데이라 Ken Caldeira박사에게 몇 차례 세미나를 조 직해 줄 것을 요청했다. 키스와 칼데이라는 과학자, 에너 지 분야 전문가, 경제학자, 정책 담당자 등을 섭외해 게이 츠를 청중으로 십여 차례의 상세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했다. 게이츠는 수백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사전 탐독하 며 예습을 했는데, 그중 일부는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 었다. 발표 후에는 서너 시간가량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 다. "게이츠는 매우 총명한 대학원생들이 보이는 지적 호 기심을 지녔다" 고 칼데이라는 말했다. "하지만 시간 낭비 를 할 수 없는 대학원생이다."
그러나 이는 학교 과제와 차원이 다르다. 게이츠는 지 구온난화의 위험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각국 정부들이 석 탄이나 석유 및 천연가스 등의 연소로 발생하는 지구온 난화 물질 배출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도 알고 있 다. 2010년 6월, 그는 GE의 제프 이멜트 Jeff Immelt 회장을 비롯한 재계 리더들과 연합해 미 의회에 녹색에너지 연구 투자를 늘리라고 촉구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거부이자 자선사업가인 게 이츠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지구공학 연구의 전 세계 적 후원을 주도하고 있다. 지구공학이란 기후변화와 그 여파를 방지하기 위해 지구 기후 체계에 의도적으로 대규 모 개입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2007년부터 게이츠는 지구공학 연구를 위해 칼데이라와 키스에게 460만 달러 를 지원했다. 게이츠가 자금을 일부 대는 비공개회사 인 텔렉추얼 벤처스 Intellectual Ventures는 태양 광선을 차단하 기 위해 거의 30km에 달하는 길이의 호스를 풍선으로 고정해 성층권에 미세한 분자를 뿜어내는 기술 등을 연 구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심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허리케인의 파괴력을 줄이기 위해 '해양 교반 (攪拌) ocean-churning' 기술의 특허 출원에 자신의 이름을 넣기도 했다.
전 세계 빈민층의 보건 증진이나 미국의 교육 개혁 등 게이츠가 열정을 쏟아 붓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지 구공학은 무섭고 어찌 보면 약간 미친 짓인 것 같기도 하다. (때론 약간이 아니라 매우 그렇다. 일부 광적인 신 봉자들은 달의 공전궤도 수정을 통해 더 많은 태양 광 선을 차단하도록 달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자고까지 말 하고 있다.) 사실 지구공학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지 구온난화에 대한 백악관의 최초 보고서에는 '의도적으 로 상쇄적인 countervailing 기후변화를 발생시키는' 일, 즉 지구공학을 철저히 탐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65년의 일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 력이 처참히 실패하고 있는 지금, 이 문제는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UN의 기후 관련 협상과 교토의정서 등의 노력, 태양 및 풍력 에너지의 성장,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Prius 나 나선형 전구에 대한 갖가지 홍보에도 불구하고 전 세 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 대비 무려 40%나 증가 했다.
지구공학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기술은 일명 태양 복 사 관리 solar radiation management로 분류된다. 성층권에 분 자를 주입시키거나 해상 구름에 해수를 살포함으로써 햇 빛 차단 효과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이런 지구 적 규모의 개입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점이 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 unknown unknowns" 라고 데이비드 키스는 말한다. 또한 운 영 관리상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지구의 온도를 식히는 방법은 어느 국가가 결정할 것인가? 지구의 온도조절기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
최근에는 수반하는 위험이 훨씬 적은 또 다른 방식의 지구 온도 낮추기가 일부 저명한 과학자들과 게이츠를 비 롯한 부유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지구온 난화의 위협에 대처하는 과감하지만 단순한 방법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수천 대의 대형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신생 기업 3개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 포집 방 법을 모색하고 있다. MIT 출신 물리학자인 키스가 운영 하는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은 캐나다의 석유 및 가스 산업 중심지인 캘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투자자로 는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으로 기후 문제에 열의 를 지닌 그의 친구 제이브 블루멘설 Jabe Blumenthal이 있다. 그 외에 앨버타의 타르 모래 tar sands에서 석유를 추출하 는 회사 캐나다 천연자원(CNR)을 소유한 석유 가스 재 벌 N.머레이 에드워즈 N. Murray Edwards도 카본 엔지니어 링에 투자하고 있다.
또 다른 신생 업체 글로벌 서모스탯 Global Thermostat은 컬럼비아대학 교수 두 명이 구성한 회사다. 컬럼비아 지구 연구소Earth Institute 창설자이자 과거 벨 연구소Bell Labs 와 엑슨모빌 연구소를 운영한 경력이 있는 물리학자 피터 아이젠버거Peter Eisenberger와 세계 최초의 탄소거래 시장 탄생에 한몫을 단단히 한 경제학자 겸 수학자이자 기업 가인 그라시엘라 치칠니스키Graciela Chichilnisky가 손잡은 결과물이다. 둘의 주요 후원자는 주류회사 시그램 Seagram 의 상속자이자 워너뮤직 CEO인 에드가 브론프맨 주니 어 Edgar Bronfman Jr.다. 글로벌 서모스탯은 실리콘밸리의 평 판 높은 연구소 SRI인터내셔널에 소규모 실증 시설을 지 어 지금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있다.
마지막 회사는 킬리만자로 에너지 Kilimanjaro Energy로 또 다른 컬럼비아대 교수 클라우스 라크너 Klaus Lackner가 의류업체 랜즈엔드 Lands' End 창업자 개리 코머 Gary Comer 로부터 800만 달러의 초기 자금을 제공받아 시작했다. 요트광이자 자선사업가인 코머는 원래는 얼음에 뒤덮인 북서 항로 Northwest Passage *역주: 북대서양에서 캐나다 북 극해를 빠져 나와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로를 2001년 요 트로 항해한 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 다. (코머는 2006년 사망하기 전까지 기후변화 연구에 5,000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했다.) 지난해 킬리만자로 에 너지는 벤처 자금을 통해 350만 달러를 더 조달했다.
비상한 두뇌들과 억만장자 후원자들이 이 같은 회사 를 설립한 이유는 모두 지구온난화 위협에 대한 우려 때 문이었다. 그러나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방법 을 찾던 이들은 스스로 엄청난 사업 기회라 부르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일부 다른 형태의 폐기물처럼 CO₂에도 가치가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탄소를 수소와 결합시키면 휘발유나 디젤 연료를 만들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석유 를 대체할 수도 있다. "탄소의 순환 과정을 닫으면 탄화수 소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다" 고 아이젠버거는 말한다.
탄소 포집의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에 이의를 제기하 는 이는 없다. 차후 살펴보겠지만 화학적으로 워낙 간단 해서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는 모두 비용과 관련된 것들이다. 빠른 시일 내에 사 업을 시행하려면 공기 중 탄소 포집 비용을 CO₂ 1톤당 100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 아마도 1톤당 50달러 미만 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탄소 포집 비용이 이보다 훨씬 비쌀 것이라고 추정한다. 많게는 1톤당 600달러까지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업적 규모를 가진 최초의 탄소 포집 기기를 만들려면 앞으로도 몇 년이 더 필요하기 때 문에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기업들 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비용 을 줄이고 규모를 대대적으로 키우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 도 (유의미한 기후 효과를 거두려면 규모는 필수적이다) 그 후 격리시킨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지하 석유나 가스 추출에 사용할 것인가? 해조류 배양에 활용할 것인가? 탄산음료나 드라 이 아이스를 만들 것인가? 저탄소 연료로 전환시킬 것인 가? 아니면 매립해 버릴 것인가?
실제론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모두 해당된다. 사실 1톤 당 1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도 CO₂를 구하려는 수요는 이미 상당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의 수요는 아직 충족 되지 않고 있다. 진짜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 는 대목이다.
클라우스 라크너는 과학 수업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궁리하던 딸에게 "공기에서 CO₂를 빼내는 건 어때? " 라고 제안했다
공기 내 이산화탄소 포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최초의 과학자는 클라우스 라크너다. 독일에 서 교육받은 물리학자인 그는 90년대 후반 뉴멕시코 주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 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일했다. 발전소 배연 가스로부터 CO₂를 포 집하는 기술(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탄소 포집 기술에 수 억 달러를 쏟아 부었으나 성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 다)을 연구하던 그는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과학 수업의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궁리하던 12세 딸 클레어 Claire에게 "공기에 서 CO₂를 빼내는 건 어때?" 라고 제안했다.
화학자들은 양잿물이라고도 알려진 부식성 강한 염기 수산화나트륨이 산성 물질인 CO₂와 결합했을 때 탄산염 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것이 잠수함이나 우주선의 공기에서 CO₂를 제거하는 기 본 원리다. 클레어는 시험관을 수산화나트륨 용액으로 채 운 뒤 애완용품 가게에서 사온 어항용 펌프로 밤새 실험 관에 공기를 통과시켜 이 같은 일을 해냈다. 다음날 수산 화나트륨 일부가 CO₂를 흡수해 탄산 나트륨 용액을 만들 어낸 것이다.
"딸이 너무 훌륭하게 성공해서 깜짝 놀랐다" 고 라크 너는 말한다. "그것을 보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쉬 울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알고 보니 클레어는 평범한 12 세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컬럼비아대학 졸업식 때 졸업 생 대표로 고별사를 했고, 현재 프린스턴대학 고등연구소 Institute for Advanced Studies에서 천체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 고 있다.)
딸의 성공에서 영감을 얻은 클라우스 라크너는 대기 중 CO₂를 제거하는 기계를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 고 추진해나갔다. 그는 로스 알라모스 동료들과 대기 포 집에 관한 과학 논문을 저술하고 컬럼비아대에서 강의 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랜즈 엔드 창업자인 개리 코 머를 만났다. 그리고 코머는 2004년 대기 중 탄소 포집 연구를 위해 글로벌 리서치 테크놀로지스 Global Research Technologiesmiddot;GRT라는 신생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동 의했다.
투손 Tucson에 회사를 차리고 CEO를 영입한 GRT는 나뭇잎의 광합성 작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따라할 수 있 는 재료를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실험을 거친 후 대기 흡 수 장치 air extractor를 개발했다. 물론 나무도 대기 중 CO₂ 를 흡수하지만 기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정도의 효 과를 내려면 어마어마한 면적의 경작지를 나무 재배 용 도로 사용해야 한다.
GRT는 건조한 상태의 공기에서 CO₂를 흡수하고 습기 가 있을 땐 이를 배출하는 흡착제를 발견했다. 회사는 바 람을 이용해 공기를 납작한 대형 필터에 통과시켜 필터에 CO₂를 가득 채우는 기계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습기가 있 는 밀폐된 방으로 필터를 내려 보내면 포집된 CO₂가 필터 에서 배출되어 CO₂ 농도가 5~10% 정도 되는 공기를 발생 시킨다. 이렇게 탄소가 농축된 공기는 해조류 배양이나 비 닐하우스 농사에 사용할 수 있으며 추가 가공을 거쳐 거의 순수한 형태의 CO₂로 만들 수도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로 소재지를 옮긴 이 회사는 사 명을 킬리만자로 에너지로 바꿨다. "우리는 연료를 만드 는 동시에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이라고 이 회사의 너대니얼 "네드" 데이비드 Nathaniel "Ned" David 사장은 설명한다. 하버드와 버클리를 졸업한 데이비 드 박사(43)는 지난해 여름 킬리만자로에 350만 달러가 량을 투자한 아치 벤처 파트너스 Arch Venture Partners의 사 장직에 영입되었다.
데이비드는 회사의 사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한 다. "인류가 만들어내는 가장 많은 폐기물은 CO₂로 매년 30기가톤이 발생한다. 이산화탄소는 가치가 대단히 높지 만, 오늘날 우리는 이를 배기관에서 그냥 날려보내고 있 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포집해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돈을 벌어들일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실제로 CO₂의 수요는 공급을 훨씬 초과한다. CO₂는 다양한 상업적 용도로 활용된다. 우선 소다 음료의 거품 으로 쓰인다. 농작물 재배를 촉진시키기 위해 비닐하우 스에서 사용된다. 드라이 아이스로도 만들 수 있다. 린드 Linde와 프렉스에어 Praxair 등 기업들은 미국 고객들에게 순수 액체 형태의 CO₂를 1톤당 100~200달러에 공급하 고 있다.
CO₂의 최대 수요는 석유 업계에서 발생한다. 석유 기 업들은 유층(油層)에서 표착유 stranded oil를 짜내기 위해 CO₂를 주입하는데, 이는 석유회수증진 enhanced oil recovery middot;EOR이라 불리는 검증된 기법이다. 미 정부는 이산화탄 소를 이용하는 첨단 EOR을 통해 미국의 회수 가능한 석 유 자원을 무려 890억 배럴가량이나 늘릴 수 있을 것이 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매장량의 4배 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현재 석유 기업들은 약 114건의 EOR 프로젝트를 진 행 중이며, 수송관을 이용한 CO₂ 이동 거리와 유가 상 황에 따라 CO₂ 1톤당 20~40달러가량을 지불하고 있다. CO₂의 4분의 3 정도는 천연 매장량에서, 나머지는 석탄 이나 에탄올 및 화학 공장 폐기물에서 조달한다. "오늘날 EOR 생산 확대를 막는 가장 큰 요인은 안정적이고 저렴 한 CO₂를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없다는 것" 이라고 텍사 스 주 플래노 Plano의 석유회수증진 전문 회사 덴버리 리 소시스 Denbury Resources의 트레이시 에반스 Tracy Evans 사 장은 말한다.
사업적 기회는 어마어마하다고 네드 데이비드는 주장 한다. "대기에서 CO₂를 경제적으로 포집할 수만 있다면 거의 1,000억 배럴가량의 미국산 석유라는 상금이 떨어 진다" 라고 그는 말한다. "이는 석유 10조 달러어치이자, 미국이 단 한 방울도 수입하지 않고 14년 동안 석유 자립 을 유지할 수 있는 양이다."
그렇다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어찌하는가? 데이비 드의 설명에 따르면, 석유 추출에 이용된 CO₂는 지하에 격리되어 석유 연소 시 발생하는 배출량을 일부 상쇄시 키게 된다. 이 방식으로 회수한 석유는 기존 휘발유에 비 해 탄소 발자국 carbon footprint이 절반 정도다. 이렇게 저탄 소 수송연료를 생산하는 것이 회사의 단기적 사업 계획 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탄소 포집의 비용이 줄어들고 석유 매장량이 바닥나게 되면 킬리만자로 에너지의 기술을 이 용해 CO₂로 미세조류를 배양하는 방법으로 청정 바이 오 연료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데이비드는 미 세조류 분야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조류 회사인 사파이 어 에너지 Sapphire Energy의 창업을 도왔다. 라크너와 연결 된 것도 새로운 CO₂공급원을 찾던 과정에서였다. "조류 는 연료를 생산하는 가장 효율적인 생물이지만 공기로부 터 충분한 CO₂를 추출해내지는 못한다" 고 그는 설명한 다. 공기 중 탄소를 포집해 조류를 배양하면 적어도 이론 적으론 폐쇄 사이클 연료를 만들 수 있다. 연료를 연소할 때 방출하는 CO₂를 연료 생산 시에 흡수되는 CO₂로 상 쇄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 연료는 바닥날 일도 없다" 고 데이비드는 덧붙였다.
우리가 자연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자연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관리해야 한다
피터 아이젠버거와 그라시엘라 치칠니스키는 컬럼비아 대학 강의가 없는 날이면 캘리포니 아 멘도시노 카운티 Mendocino County의 절벽 위에 있는 통유리로 된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다. 절벽 아래로 파도가 철썩이고, 집 뒤편으로는 삼나무숲 속으 로 오솔길이 나있다. 다른 집이나 도로는 보이지 않고 인 적도 없다.
먼 발치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베란다에 함께 앉아 긴 대화를 나눌 준비를 한 후, 아이젠버거는 "환경에 대 해 만화영화 '밤비 Bambi' 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관 점" 이라고 말했다. "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연은 매우 파괴적이다. 자연은 모든 것을 깡그리 바꾸는 소행성의 충돌, 초대형 화산, 거대 쓰나미 등의 혼란을 통해 새로 운 것을 창조한다." 바로 이런 파괴가 멘도시노 해안이나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냈다. "자 연에선 파괴와 아름다움 사이에 연관 관계가 존재한다" 고 아이젠버거는 말한다. 그는 지구를 '자연적 상태' 로 보전해야 한다는 개념을 비웃는다. 애초 그런 것은 존재 하지도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을 그냥 내 버려둔다면 자연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 이 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자연을 관리해야 한다." 물론 바로 이것이 글로벌 서모스탯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70세가 된 아이젠버거는 일생 대부분을 에너지 문제에 몸바쳐왔다. 그는 80년대 엑슨모빌의 재생에너지 연구소를 지휘했을 때 태양열 기술에 푹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프린스턴대학 교수로, 지금은 컬럼비아대학 교 수로 태양열 연구를 계속해 왔다.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치칠니스키는 그의 친구이자 사업 동료다. 수학과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각국 정부가 GDP를 증가시킬 궁리만 할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 도 추구해야 한다 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치칠니스키는 또한 교 토 기후변화 회담에서 합의된 EU 탄소시장의 계획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아이젠버거와 치칠니스키는 둘 다 젊은 인재를 알아보 는 안목을 지녔다. 아이젠버거가 벨 연구소 시절 젊은 스 티븐 추 Steven Chu를 연구원으로 채용하면서 미래 노벨상 수상자인 그에게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내는 일이 아니고 선 만족하지 말라" 고 조언했다고 추는 자서전에서 회고 했다. 제프 베조스 Jeff Bezos *역주: 아마존닷컴의 창업자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취업한 곳도 치칠니스키가 창 업해 추후 일본 기업에 매각한 글로벌 금융거래 네트워크 회사 피텔 Fitel이었다. 글로벌 서모스탯은 가족 운영 기업 으로, 하버드를 졸업한 변호사이자 청정기술 사업가인 피 터의 아들 니콜라스 Nicholas 아이젠버거, 그라시엘라의 딸 나타샤 Natasha 치칠니스키, 에드가 브론프맨의 아들 벤자 민 Benjamin이 회사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글로벌 서모스탯은 아민 amine이라고 알려진 화학 물 질을 이용해 대기 중 CO₂와 결합시키는 방법을 발견했 다. 그 후에는 저온 열처리 과정으로 CO₂를 아민에서 분 리시킨다. 저온의 열은 발전소나 에너지집약 산업 공장에 서 부산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혹은 공짜로 널 리 공급된다. 그래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글로벌 서모 스탯은 엑슨 출신 엔지니어들이 이끄는 뉴저지의 카마겐 엔지니어링 Carmagen Engineering에 탄소 포집 기기의 설계 를 맡겼다. 포집 기기는 공기를 통과시키는 높고 좁은 구 조물로 설계되고 있다. 코닝 Corning은 모노리스 monolith 라 불리는 벌집 모양의 탄소 추출 시설의 개발을 도왔고, BASF는 탄소 포집에 필요한 흡착제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서모스탯은 지난해 10월 SRI인터내셔널에 실 증 시설을 열었다. 이 시설에선 하루 약 2톤의 CO₂가 포 집되고 있다. 다음 단계인 상업용 모듈을 통해선 하루에 4~5톤을 포집할 계획이다. 중형차 한 대가 1년에 내뿜는 CO₂배출량 약 6톤과 맞먹는다.
중견 발전소 건설업체 서밋 파워 Summit Power는 글로벌 서모스탯의 공법을 미 에너지부에서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과 대출을 제공받은 텍사스의 한 '청정 석탄' 프 로젝트와 연결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 는 실제 GT가 CO₂를 톤당 경제적인 가격에 포집할 가능 성이 높다고 본다" 고 서밋 파워의 에릭 레드먼 Eric Redman 사장은 말한다. 글로벌 서모스탯은 중국 내 시범 사업 시설 구축을 놓고 중국 파트너 기업과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아이젠버거와 치칠니스키는 이보다 원대한 계획이 있 다고 말한다. 공기와 물과 햇빛을 이용해 휘발유를 만들 겠다는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글로벌 서모스탯 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신생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기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물에서 추출한 수소는 대기 에서 포집한 CO₂와 결합해 재생가능한 저탄소 수송 연 료를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에 필요한 전력은 태양에너지 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파급 효과 가 기대된다. "이 기술에는 진정한 변화를 이룰 잠재력이 엄청나다" 고 아이젠버거는 말한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탄소 포집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그 규모는 커야 한다. 1조 톤이 넘는 CO₂를 대기에 방출 해온 석탄 및 가스 시설, 공장, 자동차, 트럭, 항공기, 선박 등을 짓는 데 그동안 수십억 달러의 비용과 1 세기가 넘는 시간이 들었다. 그만큼의 탄소를 제거하기 위 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기 포집이 성공하려면 산업 의 힘이 필요할 것" 이라고 데이비드 키스는 말한다. 또한 시간도 필요하다. "3분의 1 세기나 반세기 안에 실제적으로 유용할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올해 47세가 된 키스에게 기후변화는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소중한 공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그는 한 생물학자를 따라 북극권 북 부의 작은 섬에서 바다코끼리의 생태를 추적하며 4개월 을 보냈다. 그곳에서 그는 단파 라디오를 통해 MIT 대학 원 합격 소식을 들었다. 그 후 세 차례의 긴 스키 여행과 한 차례의 카약 kayak 여행을 위해 북극권 지역을 다시 찾 았다. 한 번 가면 몇 주씩 휴대전화를 꺼두고 인터넷 접속 도 하지 않는다. "나는 거대한 황야를 사랑한다" 고 키스 는 말한다.
저명한 기후학자이자 지구공학 연구의 초기 옹호자 였던 키스는 2009년 게이츠 등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350만 달러를, 캐나다 정부로부터 보조금 250만 달러를 받아 카본 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카본 엔지니어링은 천연가스를 동력으로 이용해 고 압 CO₂를 생산할 단독 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정직원 8 명을 둔 이 회사는 냉각탑과 하수 처리 시설, 그리고 펄 프 및 제지업계에서 이용하는 기존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거의 모든 단계가 현재 시판되고 있는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거대하고 흉한 공업 과정" 이라고 키스는 설명 한다. 그는 이미 검증된 하드웨어를 사용함으로써 기술 적 위험을 통제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 고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의 사업 모델은 키스가 "물리적 탄소 중재 physical carbon arbitrage" 라 표현하는 일을 중심으로 한 다. 회사는 최초 탄소 포집 시설을 저렴한 가스와 저렴한 노동력, 저렴한 토지, 이상적으로는 CO₂에 대한 높은 수 요까지 갖춘 지역에 건설할 계획이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을 찾아낸다면 돈을 찍어내는 것이나 매한가지 다" 라고 그는 말한다. 확률이 높진 않지만 표착 가스(수 송관에 연결되지 않은 가스)가 매우 저렴하고, 석유 기업 들이 석유회수증진을 위해 유가 상황에 따라 CO₂ 1톤당 50달러 이상을 지불할 곳들은 중동에서 더러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서모스탯처럼 키스는 태양에너지를 전력으로 사용하는 탄소 포집 시설을 사막에 세울 계획이다. 이 시 설에서 포집한 CO₂를 제조한 수소와 결합시켜 휘발유나 디젤 연료, 즉 자동차, 트럭, 선박, 항공기 등을 위한 탄 소중립적 탄화수소를 만들 수 있다. 그는 "이 생산물이 에너지 농도와 기존 인프라와의 호환성 등 탄화수소 의 장점은 모두 갖췄지만, 석유 산업에는 의존하지 않는 탄화수소 연료가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올해 8월부터 카본 엔지니어링은 소규모 원형 prototype 플랜트를 운영하 기 시작했다.
2007년 2월의 어느 아침, 런던에서 리처드 브 랜슨 경 Sir Richard Branson과 앨 고어가 과학자 집단과 환경운동가들에 둘러싸여 '버진 어스 챌린지 Virgin Earth Challenge' 를 발표했다. 이들은 대기권에 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데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계 획을 고안하는 사람에게 250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기 로 약속했다.
"지구온난화라는 형세를 뒤집으려면 급진적인 무언가 가 필요하다" 고 브랜슨은 말한다.
그 후 4년 동안 2,600건의 신청서가 제출되었지만, 아 직까진 아무도 상금을 타지 못했다. 그러나 카본 엔지니 어링과 글로벌 서모스탯, 그리고 킬리만자로 에너지가 여 섯의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필자는 버진 어스 챌린지의 책임자인 지질학자 앨런 나이트 Alan Knight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4년간 이산화탄 소 제거 기술에 대해 고민한 후 그 실용성에 대한 희망이 커졌는지 물었다. SAB밀러와 영국의 대형 소매업체 킹피 셔 그룹 Kingfisher Group에서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나이트는 과학뿐만 아니라 사업에 대한 이해도 갖춘 인물 이다.
그는 탄소 포집이 중요한 기술이라 믿게 되었으며, 현 재 신생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이 "매우 흥미진진하 고 매우 독창적" 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회사들에게 상호 협력을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이다. "한 팀만 우승자로 선정해 나머지를 탈락자로 만들어버리고 싶지 는 않다" 고 그는 말한다.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행동 하길 바란다."
탄소 포집이 결과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충분한 규모 와 현실적인 비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젠 그걸 알아봐야 할 시간이 왔다. 나이트는 지금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미친 과학자들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할 때다."
번역 류지예 yoojiy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