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 불능 스텔스 워리어] 심해 스나이퍼 유령

SILENT SUBS

잠수함은 바다 속의 스나이퍼, 심해의 게릴라다.

하지만 대잠초계기, 대잠헬리콥터 등 대잠 방어 체계의 발전으로 갈수록 은밀한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소나와 레이더로 스텔스 잠수함의 탐지도 가능하다. 소나는 음파의 반사파로, 레이더는 잠수함이 수중과 수면에 일으키는 미세한 물결을 통해 잠수함을 찾는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를 무력화시킬 음향·유체 은폐기술을 연구 중이다.

먼저 음향 은폐는 투명화 기술의 핵심소재로 꼽히는 메타소재(metamaterial)를 이용, 잠수함에 닿은 음파를 굴절시켜 소나의 탐지를 막는다.

유체 은폐술의 경우 잠수함 주변의 물 흐름을 바꿔 잠수함이 일으키는 난류와 반류(伴流)를 감춤으로써 레이더 피탐 가능성을 없애는 방식이다. 이 두 기술은 이론적으로 기존 잠수함에도 추가 적용할 수 있다.

미 해군연구소(ONR)는 최신 잠수함 은폐술에 대한 코멘트를 거절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미 해군이 이미 2009년 메타소재 역탐지 및 탐지방해 프로그램을 공식 개시했기 때문이다.

무(無) 난류 ▼
유체 은폐는 망사형 외피 속에 내장된 수백개의 소형 워터제트에 의해 구현될 것이다. 각 워터제트는 외피 속에 유입된 물[적색, 오렌지색]은 가속시키고 배출되는 물[녹색, 청색]은 감속시킨다. 이를 통해 잠수함 속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어떤 난류도 발생시키지 않아 레이더상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인다.


베르누이 혹
수중에서 이동하는 물체는 자신의 전방 위쪽 수면을 미세하게나마 볼록하게 올라오도록 만든다. 이른바 '베르누이 혹(Bernoulli hump)'[적색]이다. 이를 탐지하면 수심 300m를 잠항하는 잠수함의 위치도 파악된다. 또한 다른 모든 선박과 마찬가지로 잠수함 역시 '켈빈 항적(Kelvin wake)'이라 불리는 V자 모양의 반류[녹색]를 생성한다. 유체 은폐는 이런 미세한 흔적까지 제거할 것이다.


방음 종결자
메타소재는 밀도가 다른 물질들을 합쳐서 특정 물체 주변의 소리(음파)를 굴절시킬 수 있다.

잠수함에 메타소재 음향 은폐술이 채용되면 음파는 음향 은폐물과 접촉할 때 속도가 빨라지고 떠날 때는 느려지므로 왜곡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원뿔 또는 실린더 형상의 음향 은폐만 성공했지만 우르즈모프 교수에 따르면 더 복잡한 물체도 가능하다.





눈앞으로 다가온 투명화 기술



오랫동안 스텔스 과학은 어두운 밤하늘이나 심해처럼 원래 잘 보이지 않는 자연환경 속에 물체를 숨기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공학자들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어떤 물체라도 숨길 수 있는 투명화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인 메타소재는 물이나 유리처럼 빛을 안쪽으로 굴절시키지 않고 강물이 돌멩이를 흘러나가듯 광자를 바깥쪽으로 흘려보낸다.

메타소재 속 금속합금은 격자형으로 배열돼 있는데 격자의 입구는 400~700나노미터(㎚)인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다.

빛은 자신의 파장보다 좁은 공간으로는 제대로 진행할 수 없으므로 메타소재에 닿은 빛은 격자 속에 갇히게 되고 이렇게 붙잡힌 광자는 저장·조작·우회시킬 수 있다. 투명화 메타소재의 경우 광자를 물체의 옆으로 우회시킨 뒤 원래의 방향으로 보낸다.

따라서 완벽한 메타소재로 은폐된 물체는 그림자조차 생기지 않고 투명해진다.

작년 기준 메타소재는 박테리아 1마리 정도를 숨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작년 6월 미국 일리노이대학 존 로저스 박사팀에 의해 메타소재 프린터가 개발되며 대면적 생산시스템의 기반이 갖춰졌다.

이제는 격자무늬 디자인에 대한 추가연구를 통해 대면적에서도 완벽한 투명화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일만 남았다. 아직은 설계가 미비해 은폐 대상의 면적이 넓으면 다소 그늘져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