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혀에는 무수히 많은 작은 돌기(유두)가 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돌기 속에는 미각 수용기를 가진 미뢰가 들어 있다. 이들 덕분에 우리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 같은 미뢰의 밀도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슈퍼 테이스터(super taster)라 불리는 이 사람들은 미각이 유달리 민감하기 때문에 커피의 쓴맛 제거를 위해 다량의 크림을 타서 마시며 자극적 음식 보다는 싱거운 음식을 선호한다. 반대로 미뢰의 밀도가 평균보다 크게 낮은 사람은 불닭, 마약 떡볶이 등 화끈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입맛은 미뢰의 숫자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미뢰가 얼마나 다양한 맛 분자들을 감지할 수 있는 지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모든 인간의 뇌는 쓴맛,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 등 5가지 맛을 인지할 수 있지만 동일한 음식이라도 뇌가 어떤 맛으로 인식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비영리 연구소인 모넬화학감각센터(MCSC)의 유전학자 알렉산더 바흐마노프 박사에 따르면 인간은 오직 쓴맛 수용기에만 관여하는 20~4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능력과 역할에 의해 쓴맛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진다.
이런 감수성의 차이는 지리적·환경적 차이에 의한 진화의 산물로 추정된다. 일례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현지에서 식용 식물들을 구해서 섭취했던 유목민족은 대개 쓴맛에 민감하다. 쓴맛이 대부분인 유독성 식물을 정확히 구별하기 위해 쓴맛 수용기가 발달한 결과일 것이다.
반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의 사람들은 쓴맛을 내는 화합물, 특히 시안화물을 함유 한화합물에 둔감한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시안화물은 미량 섭취하면 인체에 탈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말라리아 원충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식품과학과 임주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쓴맛과 악취에 본능적인 혐오감을 갖고 있어요. 인체에 위험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죠. 처음 맥주를 마셨을 때를 기억해보세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맛있다고 느끼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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