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부분에서 커다란 진보를 이뤄야 한다. 첫째는 기술적 진보다. 차로를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리는 현 상용차의 수준, 혹은 정해진 차로에서만 주행 가능한 시제품 자율주행 차량의 기술수준을 훌쩍 뛰어넘어야 한다.
탑승자가 잠을 자더라도 도로상의 모든 위험을 회피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정도의 차량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진보의 혜택은 전 인류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교통사고 원인 중 인간의 실수가 90%를 점한다. 반면 전 세계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연간 1조6,000억㎞로 늘었지만 ABS 브레이크,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 등 안전기술의 발전으로 치명적 교통사고는 1970년에서 2009년 사이 35%나 줄었다. MIT 컴퓨터공학과 세스 텔러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로봇은 인간보다 반응시간이 짧고, 외부 상황 감지능력이 뛰어납니다. 자율주행차량은 편안함과 안전성이 겸비되는 겁니다.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발생률은 현저히 줄 겁니다."
두 번째 진보는 사고 책임 소재의 이관이다. 탑승자의 역할이 사실상 없는 만큼 모든 사고 의 책임은 사용자가 아닌 자율주행자동차를 판매한 제조사가 져야 한다. 스탠포드대학 로스쿨에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제도를 연구 중인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도 이에 동의한다.
"사회는 결국 이 같은 책임 소재 전환을 받아들일 겁니다. 운전자가 없으니 운전자의 과실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자율주행이라는 신 기술의 도입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1970년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에어백 장착을 망설였다. 에어백이 작동했음에도 사망자나 부상자가 생겼을 때 소송에 휘말릴 것을 두려워한 탓이었다.
에어백이 이럴진데 자율주행은 오죽할까.
감지에서 이동에 이르는 자동차의 모든 동작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의 개입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사고 배상책임을 제조사에 지울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는 배상의 책임일 뿐 제조사의 잘못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자칫 기술개발 및 도입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986년 미국 연방법은 백신에 의한 유아와 어린이 상해로부터 제약사들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연방청구법원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고 제약사는 잘못의 인정 없이 배상금 지급만으로 책임을 다했다.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신약개발 의지를 해치지 않는 게 핵심 취지였다.
자율주행 기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기술의 도입 없이 교통안전 수준은 향상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하는 날이 오려면 특별한 법적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STORY BY Jacob Ward
ILLUSTRATION BY Jonathan Car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