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정밀한 도구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누구든 며칠이면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자신의 작품을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바야흐로 큰 꿈을 꾸던 시대가 저물고, 큰일을 해내는 시대가 우리 눈앞에 도래했다.
BY Peter Diamandis AND Steven Kotler
1968년 3월. 미 육군 공수부대를 전역한 스탠포드대학 출신의 생물학자 스튜어트 브랜드는 여객기 좌석에서 경제학자 바바라 워드의 '우주선 지구(Spaceship Earth)'를 읽고 있던 중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마추어 발명가, 해커, 반 도시화 주의자들을 위해 이들이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게 도와줄 도구들을 집대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리처드 풀러의 말처럼 새로운 도구가 새로운 습관을 낳는다면 더 나은 도구는 더 나은 습관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65페이지의 '지구 대 백과사전(Whole Earth Catalog)'을 출간했다. 삽과 종자를 구하는 방법에서부터 일본식 주택과 1인 제재소, 세계 최초 퍼스널컴퓨터의 설계도들이 들어있는 이 소책자는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브랜드의 생각은 차세대 DIY 마니아들에게 하나의 계시처럼 작용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의 계시를 잘 따르고 있다. DIY 과학자와 발명가들이 갈수록 강력한 도구들을 이용해 정부나 대기업들만이 처리할 수 있었던 난제들을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도전 분야도 방대해져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공학, 심지어 항공우주공학까지 섭렵하고 있다. 이들은 어렵사리 부품을 직접 만들어가며 자동차를 개조했던 1950년대 DIY 마니아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차고에서 무인항공기를, 주방에서 인공 합성 생명체를 창조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해준 존재는 바로 컴퓨터다. 1958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최초의 집적회로를 개발한 이래 칩의 집적도는 단기간에 두 배씩 높아졌다.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수립한 페어차일드반도체의 고든 무어는 이런 집적도 향상이 최소 10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견했다.
결과적으로 현실은 그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무어의 법칙이 처음 대두된 1965년 이후 2002년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이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선언하는 등 오늘날까지도 칩 성능의 기하급수적 발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렇듯 마이크로 칩의 연산속도 향상과 가격하락에 힘입어 컴퓨터의 대중화가 이뤄졌고, 사람들은 컴퓨터를 무기로 미세센서에서 대형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새로운 디지털 도구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디지털 도구들 역시 매년 빨라지고, 저렴해지면서 또 다른 도구 탄생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명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 매머드급 폭발력을 부여했다. 인터넷이 단순한 디지털 도구를 넘어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도구로 작용하며 기술혁신의 속도를 믿기 힘들 만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들 대다수는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는 전문 연구자들과 거의 동일한 정보를 가질 수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언제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수 있으며 스스로 해결이 불가능하면 해당분야의 프로페셔널을 찾아 외주를 주면 그만이다.
덕분에 일반인들도 세상을 바꿔놓을 혁신을 행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일례로 작년에는 한 대학 재학생들이 석유시추시설의 유독성 폐기물을 더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 개발에 성공했다. 어떤 대학생 연구팀은 경유의 핵심성분인 알케인(CnH2n+2)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만들었다.
올해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비영리 교육사이트 '칸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의 업적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촌동생의 학업을 돕고자 온라인에 동영상 강의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현재 총 3,100개 이상의 강의가 등록돼 있다.
주제는 대수학에서 고급 생물학까지 다양하며 매달 600만명의 사람들이 이 강의를 듣는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크라우드 소스(crowdsource) 방식 집단연구게임 '폴드잇(Foldit)'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단백질의 구조 파악이 목표인 이 게임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이 방식으로 3주일 만에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한 효소의 구조를 알아냈으며 유기화학 분야에서 자주 활용되는 딜스-알더 반응의 속도를 최대 18배나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폴드잇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올린 사람은 결코 전문가들이 아니다. 주변에서 매일 만나는 평범한 일반인들이다. 세계 최고의 폴드잇 게이머 중에는 영국 맨체스터 소재 재활클리닉의 비서실장도 있다.
다음페이지부터 소개되는 7단계를 따라하다보면 당신도 어느새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혁신의 주체가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