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퓰러사이언스 발명 대상] 소방관 급속냉각 스프레이

화재 진압 중 과도한 열에 노출된 소방관을 식혀주는 분무기

미국 테네시주 하이스켈의 소방관인 마이클 로빈슨은 작년 가을 화재현장에서 동료 소방관이 쓰러진 채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목격했다. 30㎏에 달하는 장비를 매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열기 때문에 탈진한 것이다. 로빈슨은 그를 구해 물수건으로 몸을 식혔고 천천히 체온이 내려가며 정상상태로 회복됐다.

그날의 결과는 좋았지만 열 스트레스는 소방관의 급성 심장마비 확률을 높인다. 예산이 많은 소방서들이야 냉각수 분무 팬과 냉각조끼를 지급하고 있지만 대다수 소방서는 물수건보다 비싼 장비를 확보할 여력이 없다.

로빈슨은 해법 찾기에 몰두했고 답을 찾아냈다. 모든 소방차에 달려 있는 소방용수 분출구를 분무 팬으로 개조하는 것이었다. 일반 분무 팬은 효과가 좋지만 비싸고, 별도의 외부전원이 필요한데다 설치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소방용수 분출구는 이런 단점이 전혀 없다. 게다가 소방차에는 약 6~8개의 분출구를 갖고 있는데 대개 이중 한 두개는 사용하지 않는다.

로빈슨이 제작한 ‘히트시커’ 시제품은 청동 소재의 캡에 6개의 구멍을 뚫은 뒤 각 구멍에 공구상점에서 구입한 분무 노즐을 끼운 단순한 모습이다. 제작비도 단돈 50달러 였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소방차에 부착해 밸브를 열자 소방관 두 명의 열을 식힐 만큼 충분한 물방울이 분무됐다. 그럼에도 물 사용량은 시간당 7.6ℓ에 불과하다.

성능에 만족한 소방서장은 그에게 추가 제작을 부탁해 15대의 모든 소방차에 히트시커를 장착했다. 인근의 소방서 5곳에서도 요청이 들어와 50개 이상을 만들어줬다. 그는 현재 정원용 호스에 연결해 야외 콘서트 등 한여름 실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모델까지 개발해 놓은 상태다.


열 스트레스 (heat stress) - 고온 환경 하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의 생리적 열반응. 8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열 스트레스 지표(HSI)가 0이면 땀을 흘리지 않고 체온 조절이 가능한 수준, 100은 건강한 성인 남성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열 스트레스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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