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의 진화
기후변화에 맞서 작물의 적응력을 향상시키려면 작물들에게 어떤 미래가 닥칠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문제는 농경지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미국 밀 생산량의 20%를 맡고 있는 캔자스주만 해도 일부 동부지역은 1900년보다 강수량이 20%나 늘어난 반면 서부지역은 별다른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더 건조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단기적 이상기후도 날로 심해져 캔자스주 남동부는 그동안 꾸준히 강우량이 늘어왔지만 지난해는 뜬금없이 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농경학부 스티븐 존스 교수는 밀의 각 품종마다 특정 재해에 강한 종자를 개발해 심는다면 이처럼 변덕스러워진 기후에 맞서 밀 산출량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가뭄, 병충해, 홍수 등에 강하지만 수확량이 적어 퇴출된 밀 종자들을 구해 수확량이 많은 현재의 종자와 교배시키는 방식으로 품종개량을 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종자를 파종한 뒤 수확 시 산출량이 가장 많은 녀석을 선별, 내년에 다시 파종하는 것을 최소 8년 간 반복하면 개발이 완료된다. 존스 교수의 신품종 중 하나는 2010년 진행된 실험에서 다국적 종자기업인 몬산토와 신젠타가 출품한 것을 포함, 59종의 경쟁 종자들을 모두 압도했다.
벼와 잡초의 융합
CO₂ 농도가 높아지면 쌀의 생산량도 늘어난다. 그러나 벼의 옆에서 자라며 양분과 물을 빼앗아가는 잡초의 성장력은 더 가속화돼 장기적 관점에서 벼농사의 지속성이 저해된다. 미 농무부(USDA)의 식물생리학자 루이스 지슈카 박사는 잡초와 벼가 근연식물이라는 점에 착안, 둘을 교배시켜 CO₂ 농도가 높은 환경에 최적화된 신품종 벼를 개발하고 있다.
지슈카 박사팀은 CO₂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잡초의 능력과 관련된 특성을 파악한 뒤 코넬대학 연구팀과 함께 이 특성에 작용하는 유전자 표지들을 찾아냈다. 앞으로 두 연구팀은 이런 유전적 특성이 강한 잡초와 산출량이 많은 벼 품종을 교배시켜 고농도 CO₂ 환경을 이겨낼 종자를 만들 계획이다.
지슈카 박사는 18개월 내에 자신이 원하는 신품종 벼의 특성을 최종 결정하고 그에 맞는 유전자들을 스크리닝할 것이다. 다만 개발 완료까지는 추가로 5~1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적의 파종 간격, 병충해 민감도 등 현실에서 맞닥뜨릴 온갖 변수들을 연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종자를 통해 20~40%의 쌀 수확량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근연식물 (closely related plants) - 분류학적으로 유연관계가 깊은 식물.
옥수수 대체작물
옥수수는 수확량이 많고 칼로리도 높은 훌륭한 작물이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10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옥수수 재배를 위해 900만톤의 비료가 쓰였고, 그로인해 배출된 온실가스는 CO₂로 환산할 때 무려 4,200만톤에 이른다. 미 USDA의 식물생리학자 제리 해트필드 박사에 의하면 옥수수는 인간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작물도 아니다.
"인간은 가공하지 않은 옥수수의 소화흡수 능력이 높지 않아요. 공장에서 가공하거나 가축 먹이로 사용한 뒤 가축을 먹어야하죠."
이 부분을 제쳐두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현재의 옥수수 품종은 주요 작물 중에서 열에 가장 취약하다. 게다가 유전자 조작 기술로 열과 가뭄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을지 역시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결과로는 전 세계 평균기온이 2℃ 오르면 옥수수 가격은 두 배로 뛰어오른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옥수수보다 강인하고, 영양가 높으며, 수확량이 우수한 작물로 옥수수를 대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밀은 재배과정에서 옥수수와 비교해 절반 이하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도 63%나 많은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또 병아리콩과 땅콩은 토지를 한층 비옥하게 해주면서 단백질 함량이 옥수수의 두 배나 된다.
STORY BY Maggie Koerth-Baker
PHOTOGRAPH BY David Ar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