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에너지 탐사대

스페인 천문학 연구팀이 암흑에너지의 미스터리 해결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1998년 천문학자들은 어떤 신비로운 힘에 의해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정체 모를 이 힘을 암흑에너지라 명명했다. 지금껏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정확히 규명하고자 출범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만 최소 10여개가 넘는다. 여기에는 7,100만 달러 규모의 '빅보스 (BigBOSS)', 9억 달러 규모의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LSST)' 프로젝트도 포함된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 같은 초대형 예산 지원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적은 돈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천체물리학연구소(IAA)의 나르시소 트시트소 베니테즈도 이런 연구자의 한 사람이다. 그는 1,000만 달러 이하의 저렴한(?) 예산으로 거대프로젝트들이 표방하는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페인 알함브라 은하계연구단의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 20년간 지금껏 발견된 가장 멀리 있는 초신성과 가장 가까운 초신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바 있다. 이런 그가 현재는 'J-PAS'라는 프로젝트를 출범, 전 세계 수백여 명의 과학자들이 매달리고 있는 암흑에너지의 신비를 파헤치는 일에 정열을 쏟고 있다.

J-PAS의 최우선 목표는 암흑에너지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파악하는 것.

"수백만 은하계들의 위치와 적색편이를 측정, 우주팽창을 도식화해낸다면 확인이 가능해요. 은하계들이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그들이 방출하는 빛을 지구에서 측정하면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적색 쪽으로 이동하게 되죠. 멀리 떨어진 항성일수록 빛이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이런 적색편이도 강하게 나타납니다."

만일 특정 지역의 은하계들이 다른 지역의 은하계들보다 적색편이 속도가 두드러진다면, 다시 말해 지구로부터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면 그곳에는 다른 곳보다 많은 암흑에너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베니테즈 박사는 다른 연구팀과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순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가능한 빨리, 가급적 많은 은하계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그것이다. 이는 분명 경쟁자들과 다른 전략이다. 일례로 빅보스팀은 천체망원경에 들어온 빛을 수백개의 파장으로 분리해주는 분광기를 활용, 한 번에 5,000개 은하계의 빛을 분석한다. 하지만 J-PAS에서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화소수가 높은 13억 화소급 디지털카메라와 천체망원경을 조합해 동시에 무려 6만개의 은하계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 디카는 동일 영역을 56차례 촬영하는데 매번 다른 필터를 사용해 빛을 분리한다.

그는 이렇게 2018년까지 전체 하늘의 5분의 1을 데이터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정도면 은하계 수천만 개의 속도를 측정, 암흑에너지를 도식화하기에 충분하다. 성공할 경우 경쟁자들보다 2년은 빨리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

J-PAS에는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협력하고 있다. 스페인과 브라질 정부가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해주고 있어 두 국가의 연구자들이 대다수다. 또 2년 전부터 스페인 하발람브레 산맥의 해발 2,000m 고지에 J-PAS 프로젝트를 위한 천문대가 건설되고 있다. 올 6월에는 테스트를 위한 직경 80㎝급 망원경이 설치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14년 말부터 직경 2.5m급 주망원경이 은하계 관측에 돌입한다.

물론 연구팀의 발목을 잡을 변수들은 무수히 많다. 반복적인 이미징 작업이 분석을 지연시킬 수도, 기업에 의뢰해 주문제작한 디카가 원했던 만큼의 정밀성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천문대의 위치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천문학 연구는 대개 밤 날씨가 연중 300일 이상 화창한 하와이나 칠레 북부에서 이뤄지지만 J-PAS 천문대는 화창한 밤이 연중 190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도 적지 않은 천문학자들이 J-PAS에 회의적 입장을 견지한다. 빅보스팀의 수석연구자인 데이비드 슐레겔 박사도 J-PAS가 현존하는 여러 암흑에너지 이론들의 차이를 밝혀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른 상당수의 학자들 역시 베니테즈 박사가 새로운 구조의 천체망원경 제작에 따르는 난관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한다. 다만 적색편이 측정 프로젝트인 '암흑에너지 서베이(DES)'의 책임자인 조슈아 프리먼 박사는 조금은 호의적 견해를 피력했다.

"서로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과학을 진보시키는 요인입니다. 큰 관점에서 보면 경쟁은 학계를 건강하게 만들죠."

프리먼 박사의 지적처럼 학자들의 경쟁을 통해 우리는 언젠가 암흑에너지와 우주의 미래를 더 정확히 예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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