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슨의 간택을 받은 사진의 대다수는 무인 우주탐사선이 촬영한 것이며 나머지는 화성 탐사 로버와 ISS 승무원들의 작품이다.
간택이 끝나면 본격적인 가공에 돌입한다. 특정 주제에 맞춰 원본 사진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꿰어 맞추는 것.
특히 무인 탐사선의 사진은 대개 여러 필터들을 이용해 촬영한 흑백이기 때문에 벤슨은 적색, 녹색, 청색 필터로 촬영된 이미지를 겹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컬러 사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작업에만 수주일이 소요되지만 일단 완성되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독특한 사진이 탄생한다. 마치 무인 탐사선의 창밖으로 직접 내다본 듯한 광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태양이 뿔났다
이 이미지는 지구 상공 2,500㎞ 궤도를 돌고 있는 NASA의 태양관측위성 SDO(Solar
Dynamics Observatory)가 촬영한 사진들을 합성한 것이다. 메인이미지의 하단부가 검은 것은 지구가 SDO 위성과 태양 사이를 지나며 태양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이미지는 태양의 코로나 물질 방출(CME) 모습이다.
코로나 물질 방출 (Coronal Mass Ejection) 태양 표면의 코로나 속에 있던 대량의 물질들과 자기장, 전자기 방사선이 우주로 방출되는 현상. 방출되는 물질은 플라즈마로서 전자와 양성자가 주축이지만 헬륨, 산소, 철 등의 원자가 포함되기도 한다.
NASA의 익스페디션 30 임무에 참가한 우주비행사가 작년 1월 ISS에서 촬영한 북반구의 오로라. 캐나다 서부와 밴쿠버섬을 오묘한 광채의 오로라가 뒤덮고 있다. 오로라는 태양풍 속의 대전입자가 지구 상층권 대기의 원자들과 상호 반응해 원자의 전자가 여기되면서 생성되는데 녹색은 산소, 청색은 질소 원자와 반응한 결과다.
여기(勵起) 원자나 분자의 전자가 바닥상태에 있다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일정한 에너지를 여기(勵起) 흡수하면서 높은 에너지로 이동하는 현상.
토성을 향하던 카시니호는 2001년 1월 목성을 지나쳤다. 그때 과학자들은 목성의 근접 사진 촬영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태양계 행성 중 화산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이오(Io) 위성의 모습도 함께 포착됐다. 벤슨은 총 27장의 사진을 합성해 9장의 사진을 제작했고, 이를 재합성해 최종적으로 이 이미지를 얻었다.
무인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지난 2006년 촬영한 사진들을 조합, 토성의 고리 아래쪽에서 바라본 저녁 풍경을 그려냈다. 고리가 햇빛의 대부분을 차단, 남반구에 그늘이 져 있으며 북반구는 고리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밝게 빛난다. 고리의 중간이 잘린 듯 검게 보이는 것은 토성의 그림자 때문이다. 참고로 토성의 고리는 두께가 1㎞ 정도로 얇지만 폭은 최대 28만2,000㎞에 달한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길이다.
NASA의 익스페디션 30 임무에 참가한 우주비행사들은 작년 12월 ISS가 인도양 상공을 지나칠 때 여러 편의 짧은 동영상을 촬영했다. 여기에는 은하수(우리 은하)가 지구의 경계선 위로 떠오르는 모습도 담겨 있다. 좌측의 이미지는 20장의 사진을 조합한 뒤 지구의 지평선이 수직이 되도록 방향을 바꾼 것이다. 중앙부를 자세히 보면 촬영 당시 희미한 자취를 남기며 은하수를 통과하고 있던 혜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