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투자하라

두터운 먹구름 뚫고 완만한 회복 기대

국내외 유명 경제연구소들의 2012년 경제전망이 크게 빗나갔다. 전문가들의 예측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결과였다. 그만큼 2012년은 불확실성이 큰 시기였다. 세계 경제를 억누르는 악재들이 연이어 툭, 툭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2013년은 어떤가. 2012년 잘못된 예측으로 큰 망신을 당한 경제연구소들이 2013년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연구소들은 2013년에도 2012년 못지않은 불확실성이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연구소들은 2013년 세계 경제에 미국의 재정 긴축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극복을 위해서 늘린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 시장수요를 제약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 불길도 또 다른 변수로 꼽았다. 그리스의 유로 이탈이나 스페인의 금융부실 처리, 이탈리아와 독일의 총선, 채권 만기 도래 등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프랑스나 영국, 독일 등 유럽 중심국가들로 불이 옮겨 붙을 수도 있다. 연구소들은 또 중국이 2012년부터 시작된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8%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지진 피해복구와 자동차 구매 지원안 소멸로 성장률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내다 봤다. 이런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저성장’의 틀에 갇힌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갈까. 불확실성의 시대에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불확실성에 투자’해도 좋을까. 불확실성은 투자에 있어 최대 위험요인이자 최고의 기회인 것만은 틀림없다. 유부혁기자 yoo@hmgp.co.kr



글로벌 경기전망
미국.중국.유럽에 여전히 불안요인 존재 정치적 해법찾기가 열쇠


미국의 재정절벽 현실화 여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3번에 걸친 양적완화와 더불어 계속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연방부채의 급격한 증가보다는 실물경기 활성화에 힘을 쏟았다. 2011년 말 GDP 대비 연방부채 비중이 67.7%, 주정부 및 공공부채를 포함시킬 경우 102.9%에 달했다. 부실자산 매입 및 재투자법 시행, 세금공제 및 고용촉진법 시행으로 오바마 정부의 재정적자는 국가부채의 증가로 이어졌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정부의 경기회복을 위한 채무한도 확대와 공화당의 재정적자 축소라는 상반된 목표를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관건이다. 공화당이 고소득층을 포함한 세금감면조치를 영구적으로 연장하는 반면 사회보장 지출을 대폭 삭감하라는 방안을 제시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견제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재정건전을 위한 협상은 복잡하고 민감한 현안 그리고 정치구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그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재정절벽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감세 종료와 재정 지출 축소로 나눌 수 있는데 감축 규모는 총 5,600억 달러다. 재정 절벽을 피하지 못할 경우 2013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5%까지 하락할 것이고 실업률은 8.2%(2012년 4/4분기)에서 9.1%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미 의회 예산국 자료)재정 절벽을 회피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재정적자 문제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의 증대가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반면 재정긴축을 통한 재정건전화 방안이 추진될 경우 단기적인 충격은 피할 수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은 확보될 수 있다. 현재로는 미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가 재정긴축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재정절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높다. 그러나 협상 과정 중의 불확실성으로 단기적인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하다.

유럽의 재정위기 대응
2010년 이후로 계속 반복되고 있는 유로존 경제위기는 2013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다. 그리스 위기가 2012년 5월에 다시 재현되면서 유로존 불안 해소에 다소 기대를 걸었던 다른 회원국들뿐 아니라 세계금융에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아일랜드와 스페인, 포르투갈의 공통점은 민간채무의 위기다. 특히 스페인은 디레버리징 과정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위기를 자초한 경우다. 특히나 유로존 위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독일의 총선이 올 9월이어서 하반기에는 정치적 불확실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진 뒤 2010년 유럽재정안정기금이 설립됐고 2012년에는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출범됐다. 기구를 제안하고 대책을 제시해온 유럽중앙은행(ECB)은 계속적으로 회원국들의 국채를 매입하고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지표 개선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유로존 회복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민간 채무, 고용 지수, 재정 건전, 대외 채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로존 회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민간채무, 고용지수, 재정건전, 대외채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 내 해결할 수는 없고 만연해 있는 소비.투자 침체의
분위기를 어디서부터 해소하느냐가 과제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서도 유로존 내에서 국가들 간의 긴밀한 공조를 아직 보여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섣부른 긴축기조는 세
수감소, 국채금리 상승으로 재정수지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일정 수준의 재정통합의 형태로 유로본드 도입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의 위기 초부터 가장 많은 재정적.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독일은 채무 공동화를 통한 위기 해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재정위기가 더욱
심화된다면 회원국들간의 재정준칙을 통해 독일을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이끌어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환율전쟁과 보호무역
주요국들이 앞다투어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저금리,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으로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또 재정 위기 이후의 자국 수출 산업 및 주력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 정책도 급증하는 분위기다. 실제 보호무역 조치는 2008년 2,001건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상반기에만 2,430건으로 폭증했다. 세계경기 침체로 다급해진 선진국은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및 반독점법, 기술표준 등 다양한 국내법을 활용해 보호무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에 각 수입국들이 수입물량을 축소하거나 관세를 인상할 경우 2013년은 무역뿐만 아니라 경제회복에 또다른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과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일본의 양적완화는 자국의 재정, 경기 문제 해결을 넘어 신흥국들의 통화강세를 노린 정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결국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가 선진국-신흥국 간의 환율전쟁을 촉발시킨 셈이다. 실제로 중국과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성장 모멘텀이 둔화됐다. 그리고 원료를 수출하는 브라질이나 러시아 호주 등의 국가들은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들 사이도 좋지 않다. 미 공화당의 롬니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중 관계에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양적완화 기조에도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망감이 증폭될 것이고 추가적 정책 수단이 없을 경우엔 불안감도 더욱 상승할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 방향
‘성장과 개혁’을 주창하고 있는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이 ‘중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까. 세계의 공장이란 별칭을 가진 중국에게는 세계시장의 수요감소로 인한 수출둔화, 내수경기 침체 및 부동산 장기 침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시진핑이 떠안은 것은 과도한 투자에 따른 과잉 설비, 국내 부동산 및 실물 경기 침체로 인해 균열된 8% 성장판이다. 또한 사회에 만연한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불만과 불안을 어떻게든 달래주어야 한다. 그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이라면 결국 노동비용과 생산비 증가로 인한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외의 산적한 현안들 앞에 자칫 정책 실기를 한다면 무엇보다 중국의 독특한 정치 리더십 약화도 염려해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 지속될 유로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앞에서 무리하게 수출 드라이브를 걸기 보다는 내수촉진 정책과 경제 구조 개선 등에 주력하면서 통화체계 개혁을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이끄는 5세대 지도부의 성향은 안정 지향성과 풍부한 지방 실무경험을 통해 쌓은 경제 감각이다. 이미 중국은 12.5 규획에서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에너지 절약, 환경, 신세대 정보기술, 바이오, 첨단장비제조, 신에너지,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제시하면서 2030년까지 3단계 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문화산업 육성을 통해서 대내적 통합과 함께 대외적 패권 경쟁 및 강화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경제 체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협의 기구 추진 및 적극 참여를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집권 초기에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당집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구체적인 경제정책 방향은 올 8월에 열리는 3중전회에서 신지도부의 통치이념과 함께 제시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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